늘 하던 짓 그만두면 병 생기고 안 하던 짓도 갑자기 하면 탈 난다.
어디선가 그런 말을 들었던 거 같은데 어제 제 꼴이 영락없이 그 꼴이었습니다.
느낌으론 아직도 아침나절인데 마구 잠이 쏟아지는 겁니다.
그때가 오전 아홉 시 반이 조금 지났을 때쯤이에요.
'아휴 미치겠네. 왜 이렇게도 잠이 오나?'
두 눈을 부릅뜨고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못해 세면대로 달려가 찬물에 얼굴을 적셔봐도 잠이 쏟아집니다.
밤낮이 바뀌어 날이면 날마다 밤중엔 컴퓨터에 앉아 멀뚱멀뚱했으니 날이 새면 당연히 그럴 만도 하지요.
하지만, 어제는 좀 심했습니다.
보통(밤낮이 바뀌어버린 요즘)은 11시에나 점심시간을 지나 두 시쯤 잠들었다가 네 시에나 여섯 시에 깨곤 했거든요.
'이래선 안 되지. 이럴 수는 없지. 차라리 한 바퀴 돌고 올까?'
갑자기 그렇게 맘이 쏠리자 창밖을 내다보곤 그러리라 작정했었지요.
맨몸으로 나갔다간 얼어 죽을 성싶기에 부리나케 장롱을 뒤져서 재미나게 생긴 모자 하나를 챙겨 들었답니다.
속옷이며 양말도 챙겨 신고 막 현관문 밀치려는 순간 또 다른 생각이 스칩니다.
'운동 목적이 아니지, 잠이 와서 그랬지…'
그래서 얼른 나가려던 발길 멈추고서 안으로 다시 들어왔습니다.
그러곤 음식물쓰레기통이며 일반쓰레기 담긴 통까지 둘을 챙겨 들고서 다시 현관을 밀쳤습니다.
아래층에 내려갔더니 경비아저씨들이 벌이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저마다 기나긴 장대를 들고서 아파트 정원 목들 꼭대기에 대고 흔들어대지 뭡니까.
'날도 추운데 뭣들하고 있는 거에요?'
'나왔어요?'
웃으면서 그러곤 계속 그 짓에 몰두합니다.
쓰레기 버릴 곳 두 군데를 오가면서 깨달았지요.
'아하~ 눈 뭉치 털어내고 있군! 아무렴 그놈 떨어져 맞으면 큰일 날 수도 있지…'
엘리베이터로 다시 올라오면서 생각합니다.
'기왕에 운동하려고 맘먹었으니 다녀와야겠다!'
두 개의 빈 통을 제자리에 놓고 운동화끈 단단히 조여 맨 뒤 나가면서 시계를 봤습니다.
이때가 오전 아홉 시 오십오 분입니다.
'한 시간쯤 걸릴까? 조금 더 걸릴까?'
그때 집 나설 때만 해도 여러 정황(오로지 날씨와 도로상황에 몰두하고서)으로 봐서 그 정도가 예상되었습니다.
그걸 확인하고자 나서면서 휴대폰 시계를 쳐다본 것입니다.
그러나 아파트 벗어나 큰길에 들어서자마자 제 예상이 환상에 그칠 거란 느낌이 확 다가옵니다.
길에 눈이 없는 곳에선 너무도 미끄러워 하마터면 낙상할 뻔했거든요.
동네 한 바퀴가 2~3킬로쯤 되려나 모르겠습니다.
날 좋은 날 자전거로 맘먹고 돌면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렸으니까 말입니다.
또 그 거리를 제게 자전거가 없었던 2008년 8월 이전에 걸어서 돌 때는 한 시간 남짓 걸렸던 거리였거든요.
어제는 그 짧은 거리를 걸으며 쓰러져 죽을 거 같았습니다.
자전거 없을 때도 어쩌다 한번 돌았는데 거의 3년 만에 걷지요.
날 추우면 혈액 순환이 안 돼 그러잖아도 비틀거리는 몸인데 더욱 제대로 움직일 수 없지요.
그래도 끝까지 참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감회도 새로웠지요.
'아~ 이 길을 내가 걸어서 왔구나!'
절반이 조금 넘어선 지점엔 저만의 쉼터가 있습니다.
거기 한적한 도롯가엔 처음부터 도로보다 약간 높은 화단이 있었는데 그 화단의 난간에 앉아서 쉬었다 오곤 했었지요.
어제도 그곳에 앉았습니다.
주머니에 준비해간 엄지손톱만한 알사탕을 하나씩 꺼내어 까서 먹습니다.
'이러고 오래 있으면 안돼지. 시간 측정하기로 했잖아?'
거기 돌면서 어느 사업장(영산강물 환경연구소) 앞을 스치는데 무슨 쓰레기인지 엄청나게 나와 있더라고요.
거기서 제 방 전화기 받침으로 쓸 스티로폼 하나를 들고 왔었거든요.
거기에 격자형 구멍이 있는데 모자를 벗어 쑤셔 박았습니다.
세 번째 사탕은 앉았던 자리에서 한참을 벗어나 까먹었지요.
그때부턴 가능한 한 지금 몸 상태에 맞추어 걷기로 했지요.
걸으면서 살짝 여유를 부렸더니 도롯가에선 병원이며 장례식장이 눈에 들기도 합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봤던 그런 건물들이지요.
그런데 정작 무릎이 너무도 시큰거립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착안한 것이 미끄러지듯 걷는 게 아니라 계단 오를 때 그런 것처럼 무릎을 들었다가 바닥에 내리찍는 모양새를 갖추며 걷는 거였습니다.
억지로 그렇게 걸으니 아팠던 무릎은 좀 나아졌지만, 이번엔 허리(옆구리)가 시큰거립니다.
그러든 저러든 절대 멈추지 않기로 맘먹은 이상 끝까지 쉬지 않고서 아파트에 들어섰지요.
현관에 들어서며 얼른 휴대폰부터 봅니다.
11시 40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떠날 때는 한 시간에서 넘어 봤자 살짝 넘을 걸로 짐작했었는데 거의 두 시간이나 걸렸네요.
신발 풀려는 순간엔 완전히 녹초가 된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나씩 모두 풀어 완전히 풀어헤치고 샤워를 했지요.
'어이구 고생했다. 그래. 이놈 잘했어!'
이렇게 샤워도 개운하게 마쳤었고…
그러고서 세탁기에 빨랫감도 밀어 넣었었고…
또 빠른지 늦은지도 모를 끼니도 얼렁뚱땅 때웠지요.
언제나 그랬던 거처럼 기분 좋게 한숨 때리고 일어났었지요.
그런데 자정을 막 넘기자 저도 모르게 잠이 쏟아집니다.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너무도 고마웠지요.
그리고 아침(5시)에 일어났습니다.
비록 어제 무모한 행동으로 몸이 천근만근이 되고 거의 죽는 줄 알았지만, 어쩌면 그 덕을 톡톡히 볼 것같습니다.
생각지도 못했지만, 인제부턴 뒤바꼈던 밤낮사이클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것도 같으니까 말입니다.
아이 좋아라~ 오래 앉았기에 뻐근하기도 한데 좌우로 몇 번 흔들고 나니까 그거 뻐근했던 것도 훌러덩 날아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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