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수성찬이 뭐 따로 있나 그렇게 부르면 성찬이지! ˚
며칠 전(7.15)에 벗들이 온다 하여 대접한다는 핑계로 사들인 맥주가 한 상자 있었습니다.
막상 걔들은 몇 모금 들지도 않은 채 떠났기에 고스란히 한 상자가 제 몫으로 남았지요.
그것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곳저곳 가까운 면면에 연락했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정이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예전 추억을 더듬으며 몸소 처리하기로 맘 잡았지요.
하루 한두 병씩 야금야금 잡아먹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제가 굳이 애쓸 것도 없이 어머님께서 이따금 노인정에서 벼락같이 올라오십니다.
그러고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들고 내려가시지요.
거기 어르신들이 보통은 막걸리를 잡숴왔는데 우리 집에서 맥주 탓에 애태우는 제 사정을 어머니로부터 전해듣고는 고민하지 말고 가져오라고 했다네요.
어제도 그런 일로 대낮에 느닷없이 현관문을 밀쳤었지요.
이젠 달랑 세 병이 남았었는데 어머님께서 역부로 얼음물 뚝뚝 떨어지는 그놈 한 병을 제게 건넵니다.
'날도 덥고 그런데 너도 한잔해봐라!'
그러면서 자신도 한 병을 들고 나가시네요.
'예. 조심해 다녀와요~'
그로부터 나만의 주안상 엄밀히 말해 나만의 진수성찬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술은 준비됐는데 뭐로 멋지게 안주 차릴까?'
함께 사는 막냇동생은 라면을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그래서 녀석이 들어오고선 부엌 한구석은 아예 라면 전용공간이 돼 버렸지요.
그것을 하나 꺼내서 봉지를 뜯었답니다.
그리고 가스레인지의 오븐에 올렸습니다.
구워내려고요.
이런 건 난생처음 시도입니다.
오븐 위아래 모두에 불을 붙이고서 압력솥으로 밥할 때 그런 것처럼 식기건조기에 달린 전자시계를 쳐다봤지요.
'한 삼분 정도 구우면 어떨까? 적당한 시간에 뒤집으면 되겠지…'
그러면서 멍한 자세로 시계를 바라보는 중인데 '꽝!' 하면서 오븐이 열렸습니다.
오븐 쓸 일은 거의 없고 추석이나 설에 고기 구우려고 이따금 쓸 때면 간혹 그렇게 크게 울리면서 열리곤 했거든요.
가스레인지 아래쪽 좁은 공간이 열을 받아 갑자기 압력이 오르니까 걸렸던 그것이 못 이기고 밀려나 갑자기 열리면서 내는 소리입니다.
그걸 알기에 그 탓에 놀라진 않았지만, 오븐에 올린 라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답니다.
'뭐야! 타고 있잖아!'
삼분이 아니라 일분만 지났어도 홀라당 태울 뻔했습니다.
위쪽은 하얀색 그대로인데 아래쪽은 벌써 노릇노릇했었답니다.
앞뒤 가릴 것도 없이 오븐에 불을 끄고서 곧바로 꺼냈답니다.
'후와 큰일 날 뻔했구나!'
지금 생각하니까 집게도 있으니 그걸로 잡고서 그냥 가스불 위에서 구워도 좋았을 걸 그랬으면 위아래 골고루 익혔을 걸 괜히 오븐 속에 넣고서 불안에 떨었다는 생각이 미칩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지 그걸로 진수성찬 준비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진수성찬을 차리고서 마주 앉기 전에 지갑에서 천원을 꺼내 놓았지요.
동생에게 전해줄 라면 대금입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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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진수성찬이 뭐 따로 있겠습니까?
내맘에 들면 그게 바로 진수성찬이지 않을까요?

02. 이 정도 성찬으로 남을 부를 순 없지만, 저 자신 자긍심은 높기만 합니다.

03. 바닥을 보이니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는 좀처럼 술을 섞어 먹지 않습니다.
같은 시간대에 좋아하는 소주라도 도수가 다른 걸 같이 먹지도 않지요.
만약 실수로라도 그랬다면 나중에 숙취가 너무도 심해 머리가 빠개질 것 같으니까 그 양이야 조절하면 되겠지만 섞어서 마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답니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맥주가 잔에서 절반도 못 채우니까 퍼뜩 며칠 전에 왔다간 친구들 생각이 드는 겁니다.
계들은 처음부터 소주와 맥주를 섞어 먹더라고요.
저도 그래서 막판에는 소주를 들고와서 이른바 소맥을 만들어 봤지요.

04. 물론 그 도수에선 차이가 좀 나지만 말입니다.
걔들은 19도였던가 20도짜리 소주를 섞었고요, 저는 그런 술은 아예 먹지도 않으니까 25도를 주로 먹거든요.
이번에 그도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누군가 잘못 사온 30도짜릴 섞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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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소주가 꼽사리 꼈었지만, 소주는 빼고 맥주 한 병과 라면 하나로
어제의 진수성찬은 아주 멋지게 마무리되었답니다.
아무튼, 어제는 어제고 앞으로도 좀처럼 맥주와 어우러지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도 오랫동안 함께했던 소주 맛에 너무도 길들인 탓이겠지요.
그건 그렇고 소주가 됐든 맥주가 됐든 술 먹는 횟수와 양을 대폭 줄이고 싶습니다.
'알코올중독'이 무서워서가 아니고 아래쪽에 펑퍼짐하게 늘어난 똥배 탓에 그렇습니다.
그놈의 거 '윗몸일으키기'로도 '팔굽혀펴기'로도 소용없고 부지런히 걷는 게 젤이라는데
제가 또 맘대로 걸을 수 있는 몸도 아니니 내장 살의 직격탄
'알코올' 양을 줄이는 게 최선일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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