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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로써 선생님 글을 당분간 접으려고 합니다.

 

40여 년 전 지금 이름의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늘 곱고 인자한 미소의 제 선생님은 여선생님이셨습니다.

밥 먹는 것도 못 보았습니다.

우리 맨날 가는 변소 가는 것도 못 보았습니다.

하다못해 두레박 끌어올려 떠 놓은 맹물 마시는 것도 못 보았습니다.

한마디로 나의 선생님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하느님이셨습니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오늘 새벽입니다.

선생님 이름 드높이 걸린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여느 때처럼 그냥 읽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편지 중간 사선 밑으로 쭉 나열된 글이 너무도 길어 그곳으로 신경이 가더군요.

그 자리는 별것도 아닌 자리로 여기면서도 짤막한 거기를 간간이 건성으로 읽어보곤 했거든요.

오늘 아침 그 자리는 너무도 깁니다.

부득불 훑어봤더니 이거 완전히 충격이네요.

책 선전을 하고 있네요.

선생님 아침편지자리가 광고자리였네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40여 년 전 나의 하느님처럼 아침편지도 그래야 했습니다.

인제 저는 그때와 달리 온몸이 진흙탕 범벅입니다.

이 풍진 세상에

거짓이 참인 양 수많은 양심 혹사할지라도

부조리가 정도인 양 수많은 심장에 비수를 들이댈지라도

오밤중 여명을 헤치고 달려오는 아침편지는 정화수처럼 맑고 순수해야 합니다.

거기에 그 어떤 상업주의도, 퇴폐문화도, 쓰레기통에서 막 흘러나온 거 같은 자본주의도
녹아들어선 아니 됩니다.

 

그러하기에 이 마음 정리될 때까지 최소한 헤쳐나갈 길이 보일 때까지 당분간은 접을까 합니다.

어서 빨리 나도 고도원의 아침편지도 더 큰 길에서 얼싸안고 하나 될 수 있기를…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