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방문자 수 → 홈페이지 오늘 방문자 수 → 방문통계 어제 방문자 수 →

그리고 제수님 죄송합니다.

 

 

나 지금 뭐가 좋다고 정초부터 흥얼거릴 때가 아닌 거 같습니다.

'뭐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라고? 그 무슨 얼어 죽을 차차차냐!'

오늘 아침 일찌감치 친하게 지내는 친구와 거기 제수씨한테 문자를 보냈었지요.

문자를 보내고 나서 돌이켜보니 정초부터 이 무슨 밑도 끝도 없는 해괴한 소리를 보냈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약간의 장난기를 섞어 유치한 문자를 또 보냈답니다.

얼마만큼 시간이 흐르자 마침내 답문이 오네요.

친구가 아닌 여인에게서 왔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도 심각합니다.

천길 땅속으로 발 헛디뎌 잘못 떨어져 파탄 직전의 음습함이 가득한 글입니다.

어떡하든지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그 쓰린 아픔 나누고 싶었습니다.

가슴이 쿵쿵 마구 뜁니다.

'이 지경인데도 아무것도 몰랐는데 대체 내가 고놈 친구 자격이 있을까?'

주고받는 문자가 너무 길어지기에 그걸 접고서 말로서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맘인데 요번엔 문자가 아닌 통화음이 울리네요.

그녀도 어쩜 제 맘 같았나 봅니다.

응어리와 탄식이 초하루 이른 아침에 제 가슴으로 팍팍 꽂히네요.

울먹이는 심장이 제 심장까지 요동치게 합니다.

너무도 미안했습니다.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랜 통화를 끝내고서 신년 정월 초하루의 첫 반상을 준비했지요.

아주 작은 소주잔이 그 어떤 것보다 먼저 목을 적셨답니다.

맘이 답답해지니까 두 홉짜리 한 병도 채 비우지 못했지요.

무려 여덟 시간도 훌쩍 지나고 있네요.

아직도 아무런 생각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어물쩍거리다가 제가 지닌 사이트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는 중 문득 깨닫습니다.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놈의 친군데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지'

그래서 떠오르고 찾아낸 말글을 보태서 가장 숭고한 한마디를 낙점합니다.

바로 '간담상조'이지요.

肝膽相照(간담상조):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하게 사귐.

놈들이 백수로 사는 제 몰골에 부담될까 봐 될 수 있으면 가볍게 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예전엔 그렇지도 않았는데 백수로 산지도 어느덧 스무 해가 되어가니 말이 친구지 그들 근방에 얼쩡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았었고 말입니다.

오늘 아침 참혹한 '위기의 여인'을 대하고선 그게 너무도 저 자신 이기주의 같습니다.

간담상조의 어원에도 그 비슷한 이야기 나오는데 가능한 한 빨리 녀석과 자리를 만들어 간 쓸개 다 내줄 맘으로 속 좀 터봐야 할 성싶습니다.

당장에 엄청난 파국도 파국이지만, 조금이라도 너른 품으로 사고에 대처하다 보면 그 회복도 그만큼 앞당겨질 것입니다.

친구야 그간에 너무도 못 챙겨서 미안하다!

그리고 제수님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 일로 말미암아 훗날 언젠가는 눈물 훔치고 비시시 웃을 날 올 것입니다.

늦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아까 말했다시피 우리 그때까지 같이 갑시다.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