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씨… 제가 죽을죄 지었네요.
간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간밤이라기보다는 대낮에 잠 깼으니 대낮 꿈에 아주 묘한 사람을 만났답니다.
꿈속에서 젊은 여자분이 갓난아기를 업고 저희 집을 찾았거든요.
참 예쁘고 곱습니다.
그분이 누군지 몰라 의아해하면서 물었는데 대답을 가로막고 어머님께서 먼저 말씀하셨지요.
이모님의 딸인데 아들도 있답니다.
아기를 데리고 찾아온 분이 '제인'이고 어딘가에 있을 아들 이름이 '옥룡'이라고 전해줬지요.
어떻게 하다가 잠에서 깨어 꿈도 깼지요.
얼떨떨하더군요.
제게는 두 분의 이모님이 계십니다.
한 분은 지금 인천의 어느 병원에 누워 어렵게 치료 중이고요, 또 다른 이모님은 순천 어느 고을에 사시는데 찾아뵌 지 오래되어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연이 복잡하지만 좀 오래된 이야기 좀 늘어놓을게요.
79년 10월 26일에 유명을 달리했던 고 박정희(朴正熙, 1917년 11월 14일 ~ 1979년 10월 26일) 씨의 영부인 육영수(陸英修, 1925년 11월 29일 충북 옥천 - 1974년 8월 15일) 여사가 저세상으로 가셨던 74년 그해에 정말로 아리따웠던 우리의 막내 이모께서도 가게를 보던 한밤중에 누군가의 칼에 맞고 유명을 달리했었답니다.
돌아가신 이모님에겐 당시 유치원, 유아원 수준의 두 딸이 있었지요.
그 딸들하곤 지금도 간혹(몇 년 걸러 한 번꼴로) 연락이 오가곤 하지요.
그건 그렇고 그 돌아가신 이모님을 대신해 이모부가 새롭게 재가해서 새로운 이모님이 생겼는데 이모부도 돌아가시자 연락이 거의 끊겨버렸거든요.
그런저런 이유로 그분에 대해 아는 정보가 너무도 미미합니다.
그런데 어젯밤 꿈에서 어머님 말씀에 찾아온 그녀가 그 새로 들어온 이모님의 딸이라고 했습니다.
제 생애 한 번도 못 봤던 그분이 어찌 그리도 선명하게 꿈속에서 보였을까요?
희한하기 짝이 없지요?
나중에 어머님께 정말 이모님이 시집들 때 그만그만한 자식들이 있었냐고 물어볼래요.
이렇게 묘한 꿈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요, 잠들기 전에 있었던 엄청난 사건(?)을 생각나는 대로 살짝 읊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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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척 아끼는 동생(사회 친구) 중에 한 놈 이야깁니다.
그 녀석 장가들 거라는 말이 몇 달 전부터 제게 들어왔는데 그것이 곧 현실이 될 거라고 어제 결정적인 전화가 왔었답니다.
놈 나이 스물 몇쯤에 처음 만났었는데 어느덧 마흔셋이 되었습니다.
남자나이 마흔셋이면 장난이 아니잖아요?
녀석을 좋아하는 제가 또 얼마나 좋았겠어요?
돌아오는 일요일에 혼례식 치를 참인데 사전에 몇몇 벗(직장동료)을 불러 밥이나 한 끼 하자며 약속을 잡았는데 그 사이에 난데없이 저까지도 끼워준다네요.
마다치 않고 달려갔더니 반가운 면면이 그리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녀석의 마누라 될 사람 어여쁜 처녀가 있었습니다.
그분을 본 순간 제 가슴 하늘을 훨훨 날았답니다.
정신이 없었습니다.
반가운 놈들과 오랜만에 넘나들었던 이유도 이유겠지만, 녀석 장가들 날이 낼모레라고 생각하니 술잔이 쉴 새가 없었겠지요.
그 자리를 어떻게 헤어지자 저는 또 술김에 공단에서 가게 하는 친구를 찾아 택시에 올랐었지요.
아닌 밤중에 한적한 공단에 들면 빈 택시로 나올 게 너무도 뻔한데 그런 곳에 가자면 택시가 마다할 게 뻔할 거로 지레짐작하고서 택시 문 열고는 그것을 물었습니다.
뜻밖에도 기사님은 타라고 말씀하셨지요.
차 안에서 깜빡 잠들었는데 기사님이 목적지에 왔다고 깨우데요.
거기 찾았던 까닭을 또 깜빡 잊고서 왜 이런 델 데려왔느냐고 따졌네요.
그런데 그 착한 기사님은 화를 내지도 않고서 그럼 다시 돌아갈 거냐고 묻습니다.
그때야 거기 온 까닭이 떠올랐지요.
그럴 뿐만 아니라 제가 이미 술에 취해 버린 걸 그때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가게에 들어섰더니 친구가 아니고 친구놈 마누라가 있는 거에요.
둘이서 맞교대하면서 가게를 지키는데 지금 순번을 확인하지 않고서 찾았던 겁니다.
그냥 막걸리 한 병 까서 먹은 거까진 기억나는데 제가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또 언제 잠들었는지 그건 기억하지 못하겠네요.
그리고 꿈을 꾸다가 좀 전에 깨었답니다.
취중에 제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을지 암담합니다.
그 속내는 나중에 친구를 찾아 확인하고 사과할 이야기고, 얼른 친구 마누라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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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주무셨나요?
어젯밤에 무슨 짓 저질렀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고운 씨… 제가 죽을죄 지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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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짓지 말고 살자며 그토록 다짐하건만, 또 한 번 큰 사고를 치고 말았네요.
친구야. 미안하다.
고운 씨. 정말이지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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