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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쉰 나이도 더 처먹은 놈이 이 무슨 꼬락서니냐! ♬

 

어제저녁엔 아랫배가 틀어 올라서 배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슬슬 아파져 오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쿡쿡 쑤시니 정말 죽겠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아픈 것은 아니지만, 평소엔 멀쩡하던 배가 느닷없이 아파져 올 땐 화장실 다녀오면 슬슬 가라앉곤 했었거든요.

 

마침 뒤쪽이 무거운 것도 같기에 화장실 차림을 하고선 들어갔지요.

처음부터 얼른 해갈하진 못할 것 같기에 꾸준히 보지도 않으면서 어쩌다가 한 번씩 읽는 책('망명-5.18 최후수배자 고 윤한봉 선생님 회고록') 한 권을 챙겨서 들어갔어요.

사실은 저녁을 들기 전부터 아팠던 거였답니다.

그렇게 아픈 중에도 크게 내색하지 않고 저녁을 들었지요.

뱃속에 뭐라도 좀 들어가면 나을 줄 알았거든요.

억지로 먹었는데 그것 드나 마나입니다.

그래서 어머님께 상황을 대충 말하면서 그것이 어딨느냐고 묻고는 그것도 반 대접 정도 마셨답니다.

그게 얼마나 진했던지 없었던 기침까지 일더라고요.

그게 뭐냐면 어머니 표현으로 해서 '매실주'입니다.

- 설탕에 재운 '매실 농축액'쯤 되겠네요. -

어머니가 그것 얻어 올 때만 하더라도 약으로는 당치도 않을 거라며 핀잔을 줬던 저였지만, 막상 제가 당하고 나니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으로 그걸 달라고 했던 겁니다.

실제로 어머니 자신도 배가 아파져 오면 약국에서 약을 지어다 먹지 그걸 먹진 않았던 그것이기도 했었으니까.

들면서 너무 독해 기침까지 오르기에 반 대접을 다 못 마시고 몇 번에 걸쳐 찔끔찔끔 마셨네요.

그러나 웬걸 그것도 역시 먹으나 마나였던 걸요.

 

어쨌든지 화장실 들어갔다가 나오면 뭔가 조짐이 있을 것 같기에 들어가긴 했는데…

그 아픈 중에도 부리나케 컴퓨터를 켜고서 인터넷 검색까지 해보려고 했었는데…

컴퓨터 켜지자 인터넷에 접속하려는 순간 뒤가 무거우면서도 너무나도 아팠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대하고서 차분히 준비해서 들어가긴 했었는데…

그러나 그것도 생각만큼 급하게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오 분을 기다려도 십 분을 기다려도 아랫배 비울 감이 안 오는 겁니다.

대략 사십 분쯤 지났을 무렵이 되니까 이렇게 오래 앉았다간 문제가 생길 것 같았지요.

무리하게 힘줬다간 '치질'이 생기기도 한다는 걸 잘 압니다.

역시 너무 길게 앉아있어도 그런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전에 어디선가 들었거나 봤었기에 일어났어요.

배가 아프니까 책을 읽는지 마는지 잘 보이지도 않았었고 말입니다.

 

기왕에 들어간 것 무작정 포기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수염이나 밀고서 기회를 볼 생각으로 바뀌었거든요.

화장실 차림에서 한 꺼풀을 더 벗고서 샤워기 틀고서 얼굴 비롯해 온몸을 따스하게 데웠답니다.

그래야지 일회용 면도기가 잘 들었으니까 말이지요.

 

막내 놈이 낼모레 입대한다면서 얼굴이나 한번 뵙고 간다는 전갈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녀석이 올 때까지 참기로 했던 면도(?)…

정확히 언제 올지를 몰라서 어머니나 저나 가족 모두가 애를 태우다가 어제는 기어이 언제쯤 올 거냐고 문자를 넣어봤는데 화장실 앉았던 동안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마구 들리는 겁니다.

엉거주춤 나가봤더니 막내 놈으로부터 답지가 들어왔더라고요.

오늘이나 내일쯤에 오겠다는 답지입니다.

기왕에 오겠다고 확답을 받은 마당이니까 밖에서도 안에서도 핀잔 들었던 부스스한 얼굴 드디어 밀기로 했던 겁니다.

 

거품을 바르고서 한참이나 정성을 쏟아 밀고나니까 드디어 아랫배에서 반응이 오더라고요.

거기에 들어간 지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무렵에 마침내 나왔답니다.

여전히 배가 아팠습니다.

 

이렇게 빨리 전기장판을 켜지도 않았었는데 그때는 앞당겨서 켜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네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나 많이 아플까?'

생각에 생각을 더해 곰곰이 따져보니까 어제 오후에 어머니가 전해준 고구마 먹고 나서 그때부터 아팠던 것을 기억해 냈답니다.

'그래 고구마야. 아니지. 고구마 말고 알사탕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일지도 몰라!'

네 맞습니다.

그것 알사탕 때문일 것입니다.

어머니 고혈압 당뇨병 탓에 이따금 들리는 동네 병원에서 거기 프런트에 놓인 새끼손톱만 한 알사탕을 주어 오곤 했었거든요.

어제는 병원에 들르지도 않았을 텐데 어디서 가져왔는지 고구마와 함께 그것 서너 알을 식탁에 두었데요.

그것 중 하나가 너무도 많이 녹아서 흐물흐물 껍데기에 꽉 붙어버렸는데 억지로 떼서 먹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불량식품이거나 상한 게 틀림없어요.

'쉰 나이도 더 처먹은 놈이 이 무슨 꼬락서니냐!'

틀림없이 '식중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켜진 채 그대로인 컴퓨터로 다가가서 검색창에 '식중독 응급처치' 쓰고서 찾아봤지요.

나오는 결과 창에는 '설사 어쩌고저쩌고'하는 내용 일색입니다.

제 증세하곤 무관한 내용이니 덮고서 컴퓨터까지 꺼버렸지요.

 

원인을 찾았는데도 그 답이 얼른 안 나오니 온갖 잡생각이 다 드는 겁니다.

심지어는 이것이 혹시 '암' 증세이지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답니다.

몹시 사랑하는 친구 한 놈이 지금 그런 증세로 누워 있는 까닭에 저도 망령이 들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랬지만, 얼른 떨쳐버리고 자구책을 찾기로 다잡았어요.

배가 아프니까 일단은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를 해 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배가 안 아프데요.

평소엔 하지도 않다가 느닷없이 그러니까 뱃살이 당겨서 잠시라도 통증이 바뀌었던 건데 그도 시간이 좀 지나니까 언제 그랬는가 싶게 여전히 아팠답니다.

 

'이번엔 어쩔 수 없다.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그때까지도 아프면 약국에 가야지 어쩌겠어?'

억지로 저 자신 다독여서 이부자리를 다시 잠자리로 정돈하고는 들어갔지요.

신기합니다. 그 아픈 중에도 저도 모르게 어느새 잠이 들었지 뭡니까?

 

일어났는데 어젯밤 그토록 죽였던 통증이 멈췄습니다.

불을 켜고서 벽시계를 봤는데 아직 네 시도 안 되었네요.

물 한 잔 들이켜고서 뜸들이다가 이 기쁜 소식 널리 알리기로 새로이 다잡았네요.

이 나이에 '불량식품·변질한 식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고통에 휩싸여 난리 쳤다는 것'이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따위 피해가 나에게서 끝나게끔 이 황당한 이야기 펴기로 맘먹습니다.

 

여러분 조심하세요!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