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호르몬 ♣
애연가에게 금연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마찬가지로 한창 연인과 사랑에 빠진 청춘더러
외출 금지는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가 된다.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하는 거나,
좋은 걸 참아야 하는 거나 스트레스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대단한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금연을 시작하면 신피질에선 ‘참고 견디자’고 하지만,
변연계에선 계속 ‘피우자’고 한다. 뇌는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끼는 이른바
쾌적 영역에 머무르고자 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이시형 <뇌력혁명> -
우리 몸의 스트레스 방어 호르몬은 3일이 지나면
한계점에 도달해서, 더는 방어적 기능을
하지 못하고 돌연사와 같은 파괴적인 기능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의 요인은 언젠가는
없어지겠지만, 무조건 극복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버티는 것은 우리 신체엔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고 괴롭히는 문제에 대해
마음을 비울 수 없다면, 차라리 전문가의 조언과 치료를
받는 것이 우리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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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듣고 보니 말 되는 이야기네요.
어제는 미리 연락해 온 일정에 맞춰 어느 그룹이 가진 송년회 갈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않게 많은 분이 절 알아채고서 인사를 건네 왔지요.
그러나 너무나도 기억이 짧은 저로선 그분들이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하여 눈만 껌뻑이며 안절부절못했답니다.
그러함에도 천만다행으로 뒤늦게 제가 알아차린 친구도 만났네요.
아마도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10년 세월도 지났을 겁니다.
반가웠어요. 대충 반가운 게 아니라 엄청나게 반가웠답니다.
그렇다고 다 큰 놈이 오두방정 떨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이에요.
나중에 이 친구 너무도 고단해서 인사도 못 하고 그냥 가야겠다고 전했다며 다른 친구가 알려줍니다.
그런저런 것은 다 좋았는데 문제는 누군가와 집중하여 나누는 대화에서 터지더라고요.
상대가 송년회를 주선한 그 그룹의 대표였어요.
술이 거나해졌는지 술 한 모금 하지 않는 제게 별의별 얘기를 다 꺼냅니다.
당장은 '코레일 민영화 사태'에 대한 해법에서부터 장차 나아갈 일에 대한 그 모든 걸 털어놓네요.
저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겠어요.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말만 할 수밖에요.
'홀로 다 지려고 욕심내지 말고 분담해서 져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그 해법들을 논의하는 것도 제겐 벅찬 일이었지만, 실질적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답니다.
발음 새고 말이 벗 나오는 제 목소릴 상대가 읽어낼 수 있었는지 그런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제가 상대 말 알아듣기가 매우 어려운 거였답니다.
엄청난 난청에 한쪽 귀는 완전히 마비되었기에 그나마 들을 수 있는 귀로 들으려니까 이건 완전히 전쟁을 치러야 했답니다.
모두가 거나해진 몸인데 저마다 끼리끼리 지저귀지 않았겠어요?
너무나도 시끄러웠지요.
마치 사방팔방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지하철이 들어서는 듯한 그야말로 완전히 생지옥 그 자체였답니다.
그러나 그 난리 통에도 너무나도 진지하고 애처롭게 호소하는 상대 얘길 알아채려고 확연히 눈에 띄지는 않았겠지만, 몸부림에 몸부림을 거듭 쳐야 했답니다.
제방의 컴퓨터에도 텔레비전에도 저만을 위한 전용 스피커를 달아서 쓰고 있지요.
집에서 그런 것처럼 누군가와 말하려고 했을 때 저만이 들을 수 있는 스피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방에서 휴대폰 잃어 먹고 일반전화를 걸어서 울리는 반응을 다 들으면서도 그 위치를 못 찾는 것 같이 제가 소리를 아예 못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을 분간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 여러 사람 모인 데 들어가면 제 몸뚱어리가 거기서 나는 소리 주체하지 못하고 뒤집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흔히 말해서 아마도 이 글이 그런 것 탓에 생긴 스트레스에 관한 조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봐 친구 내가 고맙고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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