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님께서는 현재 납부예외 신청 대상자가 아니십니다. ♣
자동납부하는 통장이 쪼그라드니까 어렵사리 진행해왔던 별별 것이 닥쳐와 눈앞이 황망해집니다.
당장 독 안에 쌀이 빈 것은 고사하더라도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한두 푼이 아니었거든요.
과거 마누라 애새끼와 함께 살던 시절에 어렵사리 장만한 것이 그래도 아파트였었지요.
그 덕에 그들이 떠나긴 했지만, 새로 들어온 가족이 늘긴 늘었지만 말입니다.
이것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비슷하기야 하겠지만, 이 집과 제 몸뚱이 탓으로 내는 돈이 국가에 내는 국세나 지방세를 빼놓고도 아파트관리비·건강보험비·도시가스비·통신비·국민연금 등등입니다.
방금 이번 달까지는 고지서가 발부된다지만, 그나마 다음 달부터는 안 나온다네요.
국민연금을 탈퇴했거든요.
상당히 오래전 제 몸이 멀쩡했을 땐 직장이 있었으니까 그것 가입했었는데 직장에서 밀려나면서부터는 돈 나올 구멍이 없기에 찾아 먹고 말았답니다.v
그러다가 최근에 어디에선가 수백을 꾸어 가장 낮은 단계의 지역 가입자로 임의 가입했었답니다.
그리곤 그간에 못 냈던 것 그 돈으로 메꾸었던 참인데 요번에 다시 통장이 거덜 나니까 또다시 해지하게 됩니다.
저는 몰랐어요.
국민연금 홈페이지를 뒤지며 살길을 찾아 헤매던 중 저처럼 무소득자한테 주어진 혜택이 있다는 걸 알았답니다.
그게 바로 '납부예외' 신청으로 제가 바라던 바로 그런 거였었거든요.
그래서 얼른 신청했더니 이 글 제목에서처럼 '고객님께서는~ 현재 납부예외 신청 대상자가 아니십니다.'이라고 쓰였습니다.
꼼꼼하게 읽어보니까 거기 상담 전화(국번 없이 1355)도 달렸더라고요.
곧바로 수화기를 눌렀지요.
전화기에 불은 들어왔는데 단추 누르는 소리 등 비프음이 안 들립니다.
몇 번을 더 시도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답니다.
그리곤 거실 전화기를 들었다가 내려놓고서 '모니터' 눌러보니 드디어 비프음이 들렸답니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수화기를 똑바로 놓지 않으면 전화기 이렇게 먹통이 돼버리지요.
다시 방으로 들어와서 '1355'를 눌렀습니다.
아가씨인지 아줌마인지 그야 모르겠지만, 상대방 목소리가 아주 상큼합니다.
제 사정이야기 하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물으니 정말 시원하게 풀어줍니다.
지금 여유가 없으면 탈퇴하시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가입하라는 거에요.
그러면 나중에 다시 가입하면서 그간에 못 냈던 미납금 다시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아니랍니다.
연금을 받는 시기도 나중에 가입한다고 해서 늦춰지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당장에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 탈퇴하는 입장이지만, 그분의 상냥한 상담을 받고 나니 정말이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지금 즉시 탈퇴 처리해 주겠지만, 이달분 고지서는 나간다고 합니다.
9만 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저로선 그까짓 것도 못 내는 한심한 처치인데도 기분이 무턱대고 가뿐해집니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속담보다는 이 순간엔 이런 말이 더 적절할 것 같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그 옛날 밤이면 밤마다 꿨던 그 악몽이 사라진 것도 어쩌면 '사과나무' 철학 탓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 그런 말도 있지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내 마음 오로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DB에 로그인도 안 되고 아무래도 DB가 깨진 거 같습니다 (0) | 2013.10.06 |
---|---|
잘하면 프로세스 클리너 돌리고도 알패스 살릴 수 있다. (0) | 2013.10.03 |
난생처음 시계표시 줄에서 시간을 동기화해 봅니다. (0) | 2013.09.28 |
환상은 가끔 현실을 배반하더라. (0) | 2013.09.27 |
우리 집 생일 달력에 친구놈 아버님의 기일도 올리렵니다. (0) | 2013.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