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기 어려워도
아무리 견디기 어려워도
자살 따위는 생각지 마라.
그대가 자살해 버리면 이 세상 어딘가에서
그대를 사랑하기 위해 사는 사람과
그대에게 사랑받기 위해 사는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슬퍼질 것인가를 생각하라.
- 이외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
답이 없다고 생각될 때는 삶을 포기하는 것이
제일 쉬운 일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일 어리석은 방법입니다.
포기에도 종류는 많습니다. 누구나 포기
할 수는 있지만, 그 방법이 스스로
삶을 내던지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굴곡 없는 삶은 없기에, 오지 않을 것 같은
밝은 날도 언젠가는 오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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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소재한 이야기가 적혔기에 아주 오래된 어느 한순간이 불쑥 떠오릅니다.
남도의 섬 완도에 가면 금일읍의 한 귀퉁이에 모래가 아주 예쁜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란 데가 있습니다.
훗날 '해당화해수욕장'인가 뭐로 이름이 바뀌었던 것도 같은데 저는 그 시기에 난생처음 딱 한 번 다녀왔고 그 뒤로는 간 적이 없기에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해 여러 동료와 가족여행을 그곳으로 갔었습니다.
고향 집이 해변에 있었기에 육지에서는 장애 탓에 걸음걸이도 겨우 떼지만 민물이 아닌 바닷물에선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였지요.
그날 너무도 오래간만에 바다를 만나서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물 심을 이용해 치료도 해보고 싶었던지 조금 멀리까지 나갔답니다.
잔잔한 물결이었는데 바람이 간간이 일어 풍랑이 지곤 하더군요.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너무 멀리 나왔다 싶어서(안전 선을 벗어나) 되돌아가려고 했습니다.
바다로 나가던 길을 되돌려 이번엔 육지 쪽을 향해 머리를 돌리고 4~5미터쯤 헤엄쳐 왔거든요.
그 순간엔 몸이 지쳤던지 팔다리가 뻣뻣한 느낌이었지요.
오래전부터 헤엄치다 힘들면 늘 그랬듯이 머리는 하늘로 향하고 팔다리는 완전히 열십자로 뻗어 버리는 겁니다.
마치 예수가 십자가에 박힌 형상처럼 그렇게 누워버리는 거지요.
그럴 때 중심만 잘 잡으면 몸이 그대로 떠있거든요.
상하좌우 어느 쪽이라도 기울면 몸이 그대로 가라앉습니다.
그날은 작은 풍랑이라도 일었기에 이따금 손발을 살살 흔들어 중심을 잡아주었답니다.
그렇게 1분 남짓 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풍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콧속에 바닷물이 들어가 버린 겁니다.
밤에 눈 감으면 아무런 음영도 못 느끼지만, 훤한 대낮에 눈감으면 깜깜한 게 아니고 주위의 음영을 조금이나마 감지할 수 있잖아요?
물속에서도 그렇습니다.
아주 햇빛도 들어갈 수 없는 아주 깊숙한 곳만 아니라면 물속에서도 눈 뜨면 대충 보이거든요.
그런데 눈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엄청나게 팔을 휘저으며 물 위로 오르려고 했었지요.
제가 아무리 위로 올라와도 눈앞에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거꾸로 물속으로 잠수를 해봤지요.
도대체 얼마나 깊기에 이럴 수 있나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해수욕장 근해 깊어야 수심 5미터 내외일 거로 짐작했습니다.
제가 수심 10미터 안팎의 바다에서 그보다 긴 나무 막대를 줄줄이 박고서 김(해태)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 지역 수심이 어느 정도일 거라고 그냥 짐작은 했었지요.
그날 귀가 터질 것처럼 아팠는데 도저히 더는 못 내려가겠더라고요.
수심 10미터 정도를 맨몸으로 잠수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그날이 유속은 그런대로 견딜만한 날이었는데 수압(수심 10미터마다 1기압씩 내려갑니다.)을 견딜 수 없어 귀가 그렇게 아팠던 겁니다.
잠수를 멈추고 되돌아 올라오면서 이 글 어느 부분에 나온 이야기처럼 삶을 접어버렸습니다.
'내가 이렇게 구차하게 삶을 구걸할 정도로 하찮은 인간이었을까?'
'차라리 접어 버리자!'
그 순간 세상 그 누구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떻게 죽는지 저 자신의 죽음을 감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감상한 지 30초가 지났을지 1분이 지났을지 그건 짐작할 수 없지만, 짓게 깔렸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거처럼 눈앞이 활짝 밝아지는 겁니다.
'어! 이상하다. 이게 뭐야?'
몸을 얼른 바다를 향해 뒤집고서 앞을 바라봤지요.
저 앞 해안가에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동료와 그 가족 여럿이 노닐고 있습니다.
저도 속도를 더해 겉으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랴부랴 헤엄쳐서 나왔지요.
여기까지가 저의 황당한 이야깁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너무도 이기주의자였던 거 같습니다.
그 위태롭고 절박한 순간에 본능적으로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
그 당시로 치면 40여 년 살아온 중에 그 순간만큼 편하고 홀가분했던 적이 없었다는 점!
또 무엇보다도 저 자신의 죽음마저도 흐뭇한 기분으로 감상하려고 했다는 점 등을 되짚어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내공에 천 년은 더 수련해야지 사람다운 사람으로 환생할 것도 같습니다.
이외수 선생님 말마따나 '생명이 잠시 내게 붙어 있지만, 그 주인은 정작 다른 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 밤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를 사랑하기 위해 사는 사람과 그 유일한 생명에서 사랑받고자 기다리는 사람이 진정한 내 생명의 주인'일 거란 생각이 푹푹 드는 이 밤, 아니 이 새벽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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