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한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로는 누가 뭐래도 그건 당연히 그 나라의 국가가 맞을 겁니다.
그런데 저나 여러분이나 우리의 애국가를 이 나라를 대표하는 대표곡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애국가라는 것이 무슨 장송곡도 아니고 느려터진데다 또 부르려고 하면 어찌나 숨이 가쁜지 힘들어 죽겠거든요.
대략 30년을 전후해 그 시절 다니던 학교에서 아침 조회시간이면 묵념과 아울러 당연히 불렀던 그 거 따라 불러본 뒤로는 거의 부르지 않았답니다.
어쩌면 기회가 없어 못했다는 말이 더 정답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이 애국가가 말입니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저도 모르게 묵음으로 뇌까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답니다.
그러면서 가사가 순발력 있게 떠오르지 않는 통에 애국가 덕(?)을 별로 못 봤던 애통한(?) 사연을 소개할게요.
대략 한 주일 전부터 시작된 이야깁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어머님께서 느닷없이 이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자꾸 피가 난다고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결국은 대략 십여 년쯤 전에 해 넣었던 이가 빠져 버렸습니다.
매달 오만 원 가까이나 건강보험료를 내면서도 막상 몸이 아프면 비용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처지가 우리거든요.
이런 곤란한 처지였었는데 막냇동생이 퇴근하여 쳐다보고는 녀석이 해줄 테니 치과에 가보라며 감싸줬지요.
덤으로 제가 모시고 가서 기왕에 갔으니 스케일링(Scaling)이라도 하라고 말했습니다.
적은 액수도 아니고 그 비용이 몇백을 넘어가는데, 큰형 처지에 막내한테 기댄다는 사실이 너무도 처량했지만, 어쩔 수 없으니 눈 딱 감고서 그리하기로 맘먹고 시술에 들어갔네요.
어머님은 어머님대로 치료하시고 저는 저대로 스케일링이 시작됐는데 입을 벌려보니 사방에 아주 깊숙한 충치가 있어 스케일링에서 시작한 것이 아직도 치료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치과를 오가는 중입니다.
'턱 좀 당겨주시고요…'
'입 좀 크게 아…'
시술 치료하는 중에 저를 맡았던 간호사나 의사가 몇 번이고 중얼거렸던 소리입니다.
어지간한 통증에는 꿈쩍도 않을 만큼 견고했었던 제 카리스마(?)도 치과에서의 도구가 입안에 들어와 들들들 갈면서 또는 그것이 뭔지는 몰라도 신경을 팍팍 건드릴 때면 완전히 무너지고 저절로 턱이 위아래로 부르르 떨리더군요.
어떤 순간에는 눈물이 확 찔끔거리는 굴욕(?)을 맛보고도 했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자존심 상했던 순간은 그거였습니다.
'입 좀 크게 아…'
어떻게 하면 아가리를 크게 쫙 벌려둘 수 있을지 고민한 순간 민첩하게도 '애국가'가 스치는 겁니다.
아마 다른 아는 노래 - 물론 애국가도 끝까지 다 못 부르지만 - 가 없으니 그것이 얼른 떠올랐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크게 벌리고 애국가 그거라도 암송해 봤습니다.
그런데 1절에서부터 가사를 다 까먹었으니 쫙 벌린 입도 그다지 멀리 못 갑니다.
몇 날 며칠을 오가면서 스케일링은 위아래로 대충 끝났으니까 오래도록 입을 벌려야 할 상황은 줄겠지만, 충치 치료하면서 신경 조직을 팍팍 쑤실 걸 떠올리니 벌써 오금이 저린 듯도 하네요.
그래도 치과 치료만큼 치료 후에 기분 좋은 일도 드물 겁니다.
그것도 당연히 아플 것을 아니까 그 아픔도 두려움도 활력소로 치환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제가 '애국가' 가사만 모두 알았어도 그때의 아픔이 의사의 중얼거림이 완벽한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었을 텐데 가사를 몰라 미처 전화되지 못하고 용두사미가 돼 버렸던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오늘 여기에 게재하면서 1절이라도 외우고서 다음 치료일에 갈 수 있다면 치료에 또 병원 분위기에 한결 플러스가 될 성 부립니다.
애국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2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3
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4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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