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온 이야기
벌써 어제 일입니다.
네이버 메일에 조금 생소한 알만한 메일이 한 통 들었더군요.
'아하~ 형님 홈피가 벌써 마감일이 다 됐는가 보구나!'
'그래 알았다. 그럼 연장해 놔야 돼지.'
거기 메일에 나온 '기간연장'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파란 호스트의 로그인 창이 열렸습니다.
거기서 그즈음에 아이디는 얼른 생각이 나는데 비번이 당최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무리 쥐어짜도 떠오르지 않기에 그럴 리는 없지만 엉뚱한 생각이 다 듭니다.
'혹시 내 컴퓨터 어디쯤 단서가 있지는 않을까?'
앞뒤 가리지 않고 내 컴퓨터에서 검색해 봤지요.
그러나 저의 순진한 바람과는 달리 검색되어 나오는 문서나 문장에는 원하는 비번과는 어떤 상관도 없는 헛것들만 나오지 뭐에요.
그까짓 비번 찾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뭐가 어땠기에 제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요?
짐작하셨겠지만, 실은 이 사이트 제 것이 아니거든요.
동네에 아는 형님 되는 분이 한 분 계시는데 오래전에 언젠가 제가 무료 홈피를 만들어 준다고 설레발을 쳤었거든요.
말이 홈피지 실제로 무슨 내용이 있어 홈피라고 부를만한 근거는 전혀 없고요, 그분이 거기 호스트 파란에 회원자격이 생긴 정도라고나 할까요.
대충 그런 정도인데 정해진 시간이 되니까 호스트 만료기간이 됐다고 메일이 왔던 겁니다.
그리하여 비번과 연관한 그 어떤 단서라도 있을까 봐 머리가 빠개지도록 찾았던 겁니다.
끝내 못 찾았습니다.
할 수 없이 그분에게 문자를 넣었지요.
2/24 6:41 pm
참사랑
형님 안녕?
홈피 기간 연장하려는데 주민번호 몰라 전전긍긍…
어떡하지요?
보내줄래요…
그렇게 문자를 보냈는데 마침 대답이 없더군요.
일하시느라고 미처 쳐다보지 못했나 봅니다.
그렇게 문자 보내고도 멈추지 않고 죽자사자 머리를 쥐어짰답니다.
그렇게 두 시간쯤 지났을까?
마침내 그토록 찾았던 비번조합을 찾아냈답니다.
로그인하자마자 얼른 전화기를 집어들고 문자를 다시 보냈지요.
급하니까요?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개인 정보를 아무렇게나 흘려선 안 되잖아요.
2/24 8:41 pm
참사랑
형님. 비번을 찾았습니다.
인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물론 그에 대한 답변도 당연히 없었지요.
제가 비번 찾으면서 허둥댔던 이야기는 여기까지고요, 지금부터는 공적으로는 매우 황당하겠지만, 저 자신한테는 엄청나게 즐거운 이야기 좀 할게요.
인제 비번도 찾았겠다.
그랬으니 거칠 것 없이 작업에 들어가려는데 비번 설정이 너무 오래되었다며 교체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래서 제가 기억하기 좋을 만한 사물 장소를 조합하여 새롭게 비번을 넣습니다.
그러고는 당연히 오늘의 하이라이트 '호스트 연장신청'에 들어갔지요.
연장기간은 보통 6개월 단위로 연장됩니다.
제 홈피도 그렇지만, 여기도 당연히 무료니까 6개월 연장을 눌러 신청했었더랍니다.
그러고는 '새로 고침'이나 뭘 눌러서 '웹호스팅 정보'를 확인하려는데 뭐가 잘못되었던지 브라우저가 꼬여 버립니다.
흔히 말하는 'hungapp 에러'가 생긴 겁니다.
모니터에 보이는 그 어떤 것도 작동하지 않는 그런 에러가 생긴 거지요.
'요놈 봐라. 요놈이 날 깔보고 있나?'
컨트롤 + 알트 + 딜리트 키 눌러서 '작업 관리자' 열고 선 응답이 없는 소스 하나씩 집어서 '작업 종료'를 했답니다.
시계 표시 줄 곁에 있는 감시 프로그램을 포함한 많은 것을 죽이고 나서 다시 수동으로 몇 개를 부활시켰습니다.
그리곤 아까 멈춰버렸기에 볼 수 없었던 파란 호스트의 '웹호스팅 정보'를 보러 다시 거기를 열었습니다.
'앗! 이게 뭐야!'
정말 이거 놀랄 노자입니다.
올 3월 10일이 마감일이고 그로부터 6개월을 연장한다면 올 9월 10일이 6개월째가 되잖아요?
모두에게는 황당한 이야기지만, 저 자신한테는 호박이 덩굴째 굴러 들어온 거잖아요.
호스트 만료일이 6개월이 아니고 장장 1년 6개월이나 늘어났으니 제 맘이 이번엔 좋아서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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