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계획을 세웠습니다.
어저께 일입니다.
공장에서 돌아온 막내가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는지 물었었지요.
당 모임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답니다.
그런데 거기 모임 장소가 하필이면 기아차 노조 회의실 어디라네요.
그 소릴 듣는 순간 어쩐지 꺼림칙했지요.
그 처음이 대충 스무 해도 지났건만, 오래된 그 추억이 스멀스멀 기어올랐거든요.
맨 처음 전방해고자 '신기하 사무실 점거 농성'에서부터 시작하여 최근 몇 년 전의 '민노총 집행부 선출' 문제 또 그 시절 어느 시점에 까발려진 '기아차노조 채용비리 사건' 등등이 근처에 가고 싶은 맘을 삭감했답니다.
그런 여러 가지 부정적인 요소가 앞길을 막았지만, 당의 연약한 기반이 총선을 앞두고 움츠러들까 봐 걱정되는 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따라나서긴 했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옛 추억하고 마주칠 일은 전혀 없더군요.
마침 기아차 설 연휴가 어제까지도 끝나지 않았던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는 당 기반이 전에 봤던 거(걱정)하고는 아주 딴판으로 당 기반이 짱짱해 보였었지요.
끝나고 뒤풀이로 한 모금씩 나누면서 요런 저런 이야기 중에 친구 한 놈은 자꾸만 제 가슴팍을 칩니다.
저가 몸담은 거기 당으로 들어오라는 거예요.
자꾸만 들어오라고 합니다.
여러 차례 만류했지만, 장난기가 발동했던지 녀석은 당에 들어오라는 소리를 입만 벌리면 들먹입니다.
'안철수' 씨한테 서울시장에 나가지 말아줄 것을 건의했을 때도 그런 거처럼 스스로 자연스럽게 거기 참여하려는 맘이 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 한가지는 제가 정치할 정도의 됨됨이가 아직 못 된다는 점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프로필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다섯이나 어린 나꼼수의 김어준 씨 말마따나 저 자신을 객관화하는데 제가 매우 달리거든요.
그런 저런 모든 걸 넘어서서 어제는 제 다이어트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거기 데리고 갔던 동생의 연말정산이나 저 상한 몸 치료차 그저께 들렸던 병원에서 무심코 복도에 놓인 체중을 제 봤더니 상상을 초월한 초대형 최중입니다.
꼬막만한 키에 체중이 무려 86킬로그램을 넘어섰거든요.
그래서 당장에 올 제 삶의 가장 중요한 신년 계획을 '체중감량' 잡았답니다.
많이도 아니고 달랑 1킬로를 줄여 85킬로입니다.
그것을 발표하자마자 '안 씨 성을 지닌 고마운 형님'께서 제일 먼저 조언합니다.
자신의 뱃살을 손으로 잡아 보이면서 그러네요.
'당장 술을 끊어라! 그러면 이렇게 돼. 전에는 어쩐 줄 알아? 이랬다니까~'
'아~ 그래요. 엄청나네요!'
거기서 당장 대답은 안 했지만, 좀 전에 곰곰이 생각하니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인 듯도 싶어집니다.
매일 300CC 안팎을 마셔왔는데 당분간 멈출 생각입니다.
우선 석 달 정도 멈추고서 거기 병원을 찾아 살며시 다가가서 체중을 한번 달아 볼 계획입니다.
그때 효과를 보고서 더 이어갈지 말지를 결정할 심산이지요.
지금 맘 같아선 기약할 거 없이 무한정 끊어버리고도 싶지만, '작심삼일'이란 이야기도 있듯이 다른 동기가 주어지면 그 심중이 바뀌는 것도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게 변한 걸 경험했었거든요.
작년에 63일 금주를 결정하고 후반으로 착실히 넘어갔는데 나중에 내용이 달랐다는 걸 알게 됐지만, 어느 날 갑자기 서울 친구가 죽었다는 소리 듣자마자 저의 금주계획은 일찌감치 물 건너가 버리고 어서 빨리 달려가 녀석의 시신이라도 보고 싶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거처럼 다른 동기가 절실해지면 신년계획도 '작심삼일' 되는 거 시간문제더라 그 말입니다.
아무튼, 오늘 결정했으니까 다가올 4월 스무이레까진 금주기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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