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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컴퓨터, 냉장고, 텔레비전 삽니다.

방안에 앉았는데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뭐한 놈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제 귀에는 분명히 그렇게 들렸습니다.

오래전부터 집안에 고장 나서 다른 걸 구한 통에 쓰지도 못할 19인치 모니터가 두 개나 있었답니다.

어떡하든지 그걸 팔려고(?) 용 쓰고 있었거든요.

 

세상에 고물단지 애물단지가 된 그 흉물을 비용 주고 버리려 해도 어려울 판에 오히려 그놈 값어치를 챙기려 했으니 이 얼마나 괴팍한 욕심쟁이가 아닌가요?

얼토당토않은 변명이지만, 그도 근거가 있었기에 불량한 그 심보가 가능했던 겁니다.

작년인가 재작년 어느 날 손아래 동생 손에 이끌려 어느 사업장을 찾았을 때 이야깁니다.

거기는 폐가전 물 수거일을 하는 곳인데 저처럼 장애를 지닌 분들의 일자리이기도 했답니다.

컴퓨터와 커다란 모니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군요.

거기서 할 일거리론 그 커다란 물건을 그만큼 엄청나게 큰 덤프트럭 따라다니며 올리고 내리는 일일 텐데 부실한 제 몸으론 도저히 어려울 성 보이더군요.

그냥 맨몸으로 걷는 것도 곤란한 지경이었기에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기왕에 일거리를 찾아 거기 들렸으니 담당자와 마주하고 이야기를 찾아온 사연을 나눴었지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시점엔 새로 고용할 여력도 없거니와 저의 몰골로는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상대가 말해 줬지요.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컴퓨터나 모니터가 아무리 깨끗하고 쓸만하더래도 가져올 때는 한 개에 무조건 천 원에 사들인다고 전해줬거든요.

'그거 천 원!'

두 개나 있으니 2천 원을 받을 거라고 여기며 이제나저제나 그 수거 꾼이 지나길 얼마나 학수고대했었는데 말입니다.

아파트 뒤쪽 담벼락과 나란히 난 큰길로 그 트럭이 방송하면서 지나갑니다.

트럭 위쪽으로 큼지막한 글씨로 연락처가 적혔는데 제 눈이 그것을 해독하지 못하네요.

마음은 급하고 부랴부랴 방으로 다시 들어와 고무줄로 묶어 물안경처럼 쓰고 보는 고물단지를 들고 나갔답니다.

그러나 어디에도 그 어떤 소리도 사라지고 없습니다.

허탈했지요.

기왕 거실까지 나왔으니 아파트 앞뒤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라도 하고 들어가려 했습니다.

아파트 앞쪽 창문을 열면서 밖을 내다보니 아 글쎄 좀 전에 봤던 그 폐가전 수거차가 제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서 있습니다.

다시 얼른 방으로 들어와 고무줄 안경을 머리에 끼고서 또 휴대폰을 들고 창문으로 내달렸지요.

정말입니다. 수거차가 맞습니다.

혹시라도 떠날까 싶기에 이번에는 부리나케 거기 지붕에 쓰인 연락처로 전화를 넣습니다.

금방 통화가 됐지요.

그리고 머잖아서 현관에서 초인종이 울립니다.

그 사람 들고가기 편하게끔 끙끙 앓으면서도 현관문 앞까지 옮겼던 순간인데 목에까지 숨찬 얼굴로 그분을 맞았답니다.

그리고 그 사람 두 개나 들고 나가면서 별다른 반응이 없기에 저도 따라나왔습니다.

허름한 차림으로 현관문 밖 당신 곁에 서 있는데 의아했던지 묻습니다.

'어디 가시려고요?'

'아니오. 가긴 어디를 가요?
이거 가격 쳐주면 그거 받아가려고 나왔지요!'

빙긋이 웃으며 그럽니다.

'이 고물을 누가 돈까지 주고 가져갑니까?
우리가 무료로 처분해주고 있지요.
또 필요하면 연락하세요. 여기요.'

그러면서 명함을 꺼내 건네줍니다.

- 아~ 창피합니다. 환장하게 창피합니다. -

아마 맨 처음 제가 들었던 소리는 이런 거가 아니었나 싶네요.

- 주민 여러분! 고장 난 컴퓨터, 냉장고, 텔레비전 무료로 거둬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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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안에 오랜 애물단지 버린 것도 즐거운데,
그보다는 놀부 혹보다 더 큰 욕심단지 하나를 비울 수 있어 제 맘 훨훨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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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