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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5분만 더 부치고 가자!

 

오늘은 제가 너무도 애지중지 사랑하는 동생의 혼례식 치르는 날입니다.

걔가 혼례 치르는 것이 세상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을 만치 좋은 사건이라고 최소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여겨왔습니다.

오늘은 어쩌면 제 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딱 5분만 더 부치고 가려 했던 저의 경솔함이 평생 용서받지 못할 큰 죄를 짓고 말았거든요.

 

정말이지 밤새 한숨도 들지 않았습니다.

아침입니다.

거실에서 어머님과 마주쳤지요.

'뭐가 그리 바쁘다고 설쳐대느냐?'

'오늘이 무슨 날이에요. 병조 장가가는 날 아니에요? 이런 좋은 날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옴마~ 벌써 오늘이 그렇게 됐다 잉? 잘 가야지 그래~ 그런데 몇 시에 하냐?'

'오후 한 시에요.'

'그러면 거기서 잘 먹고 여기선 먹지 마라!'

'참~ 어머니도~ 오후에 한다니까요, 어디서 뭘 먹겠어요?'

'어디서 한다더냐? 아느냐?'

'옛날 도청 자리 근방인데요, 첨단 09번 시내버스 타고 갈 거에요.'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지만, 거기까지가 밤을 꼬박 새운 저의 아침 풍경이었지요.

그리고 그만입니다.

오늘 장가갈 녀석에게서 들어왔던 혼례시각 휴대폰 메시지를 또다시 확인합니다.

'한시에 하면 여기서 열한 시 조금 지나서 출발하면 되겠군…'

그렇게 맘먹고 있던 찰나 갑자기 졸음이 퍼붓습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만치 졸음이 융단폭격합니다.

'안돼 안돼 잠들어선 안돼!!!'

'컴퓨터 알람시계라도 켜놓자! 휴대폰 알람이라도 켜놓자!'

이렇게 다급한 제 맘과 달리 흐느적 거리는 몸뚱이를 도저히 어찌해볼 수가 없네요.

침대 위로 벌렁 떨어져 버렸습니다.

'딱 5분만 더 부치고 가자!'

그것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지만, 눈을 떠보니 현실이 되지 않았습니다.

열두 시 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서둘러 일사천리로 택시 타고 간다고 해도 식장의 예식 시각엔 못 맞출 성 부립니다.

'냉정해지자. 이미 늦었으니 피로연에서라도 만나고 오자!'

후다닥 벗어 던지고 사워기를 돌려 머리를 감습니다.

마침 며칠 전에 이날을 대비해 면도해 뒀기에 물살 세차게 뿌려 헹구고 나오면 됐습니다.

수건에 발 문지르고서 양말 신고 내의도 옷장 뒤져서 새것 포장 벗겨 내 갈아입고 다시 간만에 넥타이에 걸쳐입고…

빈 봉투를 꺼내 몇 자를 휘갈깁니다.

급하니까 글씨도 흐트러져서 도저히 알아볼 수도 없겠네요.

봉투를 하나 더 꺼내서 또다시 적고서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파트 상가 내 현금인출기(ATM _ Automated Teller Machine)로 후다닥 달려갑니다.

카드를 제대로 넣는데도 헷갈려서 '취소' 누르고 다시 집어넣고…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틀림없이 그 자리에 있을 거 같은 친구를 불렀습니다.

녀석이 늦었는데 어떡할 거냐고 묻네요.

택시 타고 곧바로 간다고 하며 피로연 자리를 물었지요.

그랬더니 이 녀석이 오늘 식 올린 놈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그럽니다.

하여 식 올리는 동생 번호를 마구 눌렀지요.

몇 번이나 눌렀는데 통화가 안 됩니다.

이렇게 지체되는 중에도 빈 택시가 없습니다.

또 다른 친구를 눌렀는데 그 녀석도 통화가 되지 않습니다.

택시가 오면 녀석의 식장이 있는 시내로 무작정 나가면서 통화를 시도해 마주칠 장소로 옮겨갈 요량이었습니다.

택시도 오지 않고 통화도 안 되고…

정말이지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 따로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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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뜨자마자 후다닥 채비하여 바깥에 나와 봉투에 부조금 채워넣고 택시 기다린 시간 이삼십 분이 제게는 몇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드디어 오늘 장가든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 형인데 늦어버렸다. 미안한데 어디서 피로연 할래?'

'형이야. 피로연 안 할 거야~'

'그러면 바로 신혼여행 가는 거니? 내가 미안해서 어떡할까?'

'괜찮아 형 나중에 봐~'

'그래… 잘 다녀와라…'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저 자신이 오늘은 너무도 미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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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오신 곱디고운 신부님!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낭군님!

영원토록 청사초롱에 금실 홍실 두르소서!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