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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꼭 칼을 갈아줍시다!

 

잘해야 한해 걸러 두세 번 칼을 갑니다.

평소엔 별 관심도 없다가 시골 아버님 산소에 성묘갈 일이 있으면 낫을 챙겨야 하잖아요.

그 순간에 낫을 갈면서 덩달아 칼도 꺼내다가 갈곤 했으니까 어떤 해는 더 많이 갈았을 때도 있었겠네요.

또 요번처럼 아주 특별한 때도 드물게는 있지요.

어제 일인데요, 점심 겸 저녁을 들면서 괜히 후식으로 사과 한 쪽을 먹고 싶더라고요.

냉장고를 살폈더니 마침 전혀 건들지 않은 사과 한 개가 통째로 있더라고요.

그걸 꺼내서 도마에 올리곤 딱 절반만 잘라다가 먹으려고 했답니다.

그런데 요놈의 칼이 댕강 싹둑 잘리지 않는 겁니다.

약간 미끄러지는 느낌도 들었고요.

이는 칼날이 무뎌졌다는 증거거든요.

그래서 부엌에 있는 칼 네 개를 몽땅 끄집어내서 칼 갈 때마다 거기 앉았던 베란다 쪽으로 갖다 두었지요.

그러고선 일단 끼니부터 채웠거든요.

싱크대에 상을 물리는 사이 마침 경로당에서 어머니가 오셨지요.

베란다에 몽땅 널브러진 칼들을 보더니 웬 사정이냐고 묻습니다.

저간의 간단한 사정 말씀드리니 대뜸 경로당에 칼도 무뎌져서 까딱 잘못하면 손 벨 거 같다고 그러더군요.

그렇다면 빨리 내려가서 가져오라고 말씀드렸더니 한참을 지나서 빈손으로 올라오십니다.

거기 열쇠를 갖고 출입을 담당하는 아주머니께서 지금 너무 바빠서 나갈 시간이 안 되니 나중에 보자고 그랬다네요.

할 수 없지요.

저도 칼 가는 일을 미루기로 했지요.

밤중에 웬 칼 가는 소리가 '스르륵 스르륵' 한다면 아래층 분네들 얼마나 무섭겠어요.

그래서 오늘 잠결에 어머님께서 뭐라고 하시며 나가셨는데 나중에 주섬주섬 내다보니 글쎄 칼 세 자루가 놓였지 뭡니까.

그때야 어제 일이 생각났지요.

부랴부랴 갈았습니다.

평소 자주 하지 않던 일 갑자기 하려니까 정말이지 장난이 아닙니다.

그림을 보세요.

 

거기 목욕탕 의자를① 깔판 삼아 쭉 펴고 앉아서 문지방⑦에 숫돌⑥에 받침④받혀서 앞쪽을 대고

뒤쪽으로는 깔판에 앉은 저의 체중에 기대어 밀리지 않게끔 플라스틱 찬 통③을 중간에 가로막 새를 넣었지요.

양손 손목과 손가락에 불끈 힘주어 갈면서 숫돌이 뻑뻑해지면 냉각수(맹물) 가득 담은 대야⑤에서 물 묻혀 뿌려가며 갈았답니다.

허리 뻣뻣하게 곧추세우고 작업에 임해야 통증이 덜한데 그도 쉽지가 않습니다.

마누라와 함께 지낼 때는 그래도 팔굽혀펴기 못지않게 허리 쪽 단련됐던 자세가 잦았었는데 지금은 없다 보니 최소한 그 부분에서는 절실하게 아쉬움이 다가왔지요.

총각들은 몰라도 되니 자세히 알 건 없고…

 

위쪽 세 자루가 아파트 경로당에서 가져온 칼이고요, 아래쪽 네 자루가 우리 집에서 늘 쓰는 주방의 칼이지요.

모두 일곱 자루 가는데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답니다.

큰 거 다섯 자루에 작은 과도 하나는 비교적 쉽게 금방 쇠가 숫돌에 먹혔는데 구멍 숭숭 뚫린 작은 과도 작업이 가장 어렵고 힘들었어요.

보통 주방용 칼은 무르기에 금방 먹히지만 금방 무뎌지지만, 쇠가 센 칼은 그만큼 잘 먹히진 않지만, 한번 갈아두면 좀처럼 무뎌지지 않아 그 장단점이 있답니다.

옛날 이순신 장군님의 칼은 그 시절에 어떻게 그리도 쇠를 잘 다루었는지 그 시절의 대장장이가 존경스럽습니다.

지금 타자치는 중에도 약지와 중지에 손가락 끝이 따끔거립니다.

그놈의 구멍 숭숭 뚫린 놈은 힘주고 숫돌 작업하면 구멍 속으로 손가락 살이 들어가 갈린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일하다 보면 깜빡 잊어버리곤 하거든요.

약지와 중지 끝엔 지금 빨갛게 피멍 잡혀 있거든요.

나중에는 그놈 갈 때만큼은 코팅 장갑이라도 껴야 할지도 모르지만, 여태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날이 얼마나 섰는지 확인하려면 또 벗고서 문질러봐야 할 텐데 뜻대로 될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모두 갈았습니다.

 

그리고는 텅 빈 포도 상자에 칼 세 자루를 담아 경로당에 전해주고 올라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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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뻐근해서 쭉 펴는 순간엔 그 시절 그때가 소록소록 떠올랐지요.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에 이르는 제 또래 동무들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은 그런 경험 있을 겁니다.

지금 말로 하면 초등학교 시절에 말이에요.

미술 숙제 도화지 자를 때는 말할 것도 없고요, 심지어 연필 깎을 때 부엌칼이나 낫으로 연필 깎아본 적 있지요?

저는 워낙 부잡스러워서 낫이나 부엌칼 갈아다가 제가 직접 깎고서 등교하곤 했지만, 그 나이는 어리니까 부모님께서 깎아줬을 친구도 있었을 성 부릅니다.

아~ 낫으로 연필 깎던 그때를 추억하면서 경로당을 벗어나 아파트에 올라오는 그 기분 정말 날아갔답니다.

이 글 읽어보는 분이 남자라면 잘 들으세요.

혹시 들어봤어요?

'음식 맛은 손맛이다!' 그런 거 말입니다.

제 생각은 좀 더 구체적입니다.

'모든 조리의 기본은 칼자루에 달렸다!'

다시 말해 '음식 맛은 손맛이요, 손맛의 근본은 칼맛이다!'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주부라면 충분히 공감하실 겁니다.

주방에서 나아가 주부로서 칼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충분히 공감하실 겁니다.

그러니 남성 여러분 시시때때로 칼을 갈아줍시다!

촌에서 보리나 나락 벴던 경험만으로 숫돌 들기엔 다소 서툴겠지만, 요즘은 쓰기가 편한 숫돌이 많이 나왔을 거에요.

그러므로 좋은 숫돌 구해다가 두세 번 연습하면 금세 당신은 '숫돌의 달인'이 되어 있을 겁니다.

달인 아니라도 괜찮으니
온 가족의 행복과 건강을 위하여 꼭 칼을 갈아줍시다!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