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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 &스러진 내 친구

 

- 시험 -

자기 의지를 단련하기 위해 사람은 가끔씩

시험을 받을 필요가 있다. 스승들은 제자를

시험함으로써 참된 수행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점차 홀로 일어설 수 있도록 가르친다. 제자가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시험을

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험은 또한 제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진보를 평가하고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하는 잘못을 자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 스와미 라마 <히말라야 성자들의 삶>-

 

 

나를 테스트한다는 것 자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스트레스로 다가갑니다. 좋은 결과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 대한 우려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험이 가지는 좋은 면도 많습니다.

지금껏 얼마만큼 해왔는지, 바르게 해왔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 길을 열어주는 것이

시험입니다. 살면서 닥칠 무수히 많은 시험 앞에

주눅들지 않고, 기회로 여기며 잘 견뎌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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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8시경 지푸라기보다 허약한 미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7월 23일 술병의 숫자까지 버티겠다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적시하며 만인에 약조했었지요?

♣ 25도짜리 여섯 병 · 30도짜리 세 병 ♣

예순세 날이 지나야만 다시 술잔 기울일 자격이 생기는데 겨우 스무날 지낸 마당에 그것을 접었습니다.

탁자 위로 나란히 섰던 그때의 소주병 아홉 개와 맥주병 한 상자분을 비닐봉지 네 개에 담아 가족들이 밥 먹으라고 보채는 그 시각에 아래층으로 들고 내려갔었답니다.

아파트 일반 쓰레기가 모인 거기서 한발 앞선 어느 아주머님께 인사도 나누며 일일이 분리함이며 봉지에 담으며 모두를 분리하여 버리며 터벅터벅 나오면서부터 마음 준비한 상가 건물로 갔었지요.

'그게 뭔 일이냐. 그 참에 그 거 날짜가 다 되었냐?'

'형. 필요하면 말하지 그랬어? 사갔고 올 것인데'

밥 먹을 생각도 않고 빈 술병 들고 내려간 것이며 말없이 소주병 치켜들고 들어선 꼴이 아무래도 심상찮았을 겁니다.

'어머니. 저기 도랑 가에 승호 있재? 그놈이 죽었답니다.'

'오메 어째 살꼬~ 그거이 뭔 소리당가아~'

어머님 자지러지셨습니다.

뱃살이고 뭐고 내 한 몸 좋자고 까짓 것 약속(시험)! 지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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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삼십 분쯤 전에 집 전화가 울렸었지요.

받아보니 광양에 있는 또 다른 제 친구입니다.

그것이 오랜만에 걸린 전화인 건 분명합니다.

대뜸 친구 모친의 안부부터 물었었지요.

녀석도 아무것도 아닌 간만의 통화인 양 버릇처럼 농을 건넨다고 겉치레하는 양했었지만, 그 톤이 전혀 우습지 않았습니다.

녀석이 그러네요.

'중근아 서울 소식은 들었냐?'

'아니 무슨 일 있어? 누가 죽었니?'

밑도 끝도 없이 내뱉은 그 소리는 정답처럼 되돌아옵니다.

'그래. 승호 요놈이 그래 죽어 버렸지 않냐! 삼성의료원에 있대. 미국에서 데리고 왔다더구나.'

어제 말로는 모레가 치상 치는 날이니까 내일 저녁쯤에나 올라간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때쯤 서울에서 보자고 말은 흘렸지만, 도대체 아무런 느낌도 아무런 판단도 서질 않았었지요.

63년생이 주로 모인 시골의 같은 마을 친구 중에서 녀석이 그래도 제일 듬직하고 낫낫했었지요.

의젓했던 녀석은 생일도 제일 빨랐었고요.

말이 시골 친구지 녀석들 얼굴 보기는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시골 친구 여남은 중 절반은 이미 살았던 흔적만 있을 뿐 모두 떠나 타지에 머문 것도 그 이유가 되겠고요.

이미 7~8년쯤 전에 우리 가족이 일제히 시골에 들렀다가 친구들이 떼 지어 모인 그곳(게 치는 집)을 찾았었지요.

어떤 놈은 제 아내를 껴안고 둥실둥실 춤을 추지 않나!

친구들이 반갑다고 난리법석들이었지요.

친구 중 좌장격인 승호가 나서서 몇 번이고 저를 향해 읊조립니다.

'중근아 새끼야 미안하다. 난 널 잊어버렸었다! 우린 널 까먹어버렸다니까 이놈아~'

'뭐야 이것아. 괜찮아 괜찮대도~'

그때 그 자리에서 승호의 진심이 와 닿았습니다.

그것은 맞을 겁니다.

오랜 투병으로 친구들과 연락이 끊어졌지요.

그보다는 멀쩡할 때부터 제가 사는 투쟁현장에 학연 지연과 같은 나약한 연줄을 끌어들여 피 보게 할 수는 없었지요.

그러니 우리가 부랄 친구라지만 한 발짝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내일, 아니지 오늘 느지막이 올라가 보면 알겠지만 궁금합니다.

녀석이 삼성에서 일했다는데 무슨 일로 머나먼 미국에까지 가서 객사하여 시신으로 돌아왔는지.

오래전에 잠깐 뵈었던 참한 친구의 마누라며 이름도 얼굴도 다 잊은 녀석의 새끼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녀석이 보고 싶습니다.

녀석이 타기 전에 꼭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설마 내일 치상 친다는데 오늘 밤 제가 오르기 전에 태워버리진 않겠지요?

'친구야 우리 살아서 본 게 참 오래도 되었지?

성우 장가간 날 본 것이 어쩌면 마지막인 거 같아.

우리 살았을 땐 그때 보고

네 죽고 나 살아 곧 볼 것이고

나도 죽으면 진하게 한잔하게 목 좋은 곳 잡아놓거라.

사랑한다 승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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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 약속을 깨버렸습니다.

약속이 무너져 내렸을 때는 아마 카운터가 여기쯤 있었을 거야.

 

허무한 약속시간 / 죽었다는 친구 그리고 살아있을 친구를 훨씬 자주 들먹일 시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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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와서 덧붙여 쓰는 글

죽은 이는 친구가 아니고 친구의 너무나도 소중한 동생 걔의 막냇동생이 죽은 거였습니다.

동생아~ 잘 가라.

나중에 또 만나자!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