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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놈 얼마나 속 터졌을까? †

 

요즘 며칠은 신체 리듬이 깨진 통에 밤낮이 지그재그 완전히 꼬였습니다.

훤한 대낮에 잠들 때도 있고 이른 새벽에 잠들 때도 있거든요.

어제따라 그것도 꼬였던지 초저녁에 잠이 들고 말았네요.

그렇게 잠들었는데 열 시 무렵에나 잠이 깼는데 누운 채로 텔레비전을 보는 둥 마는 둥 했었답니다.

 

제 텔레비전이 LCD 텔레비전인데 요즘 개떡 같습니다.

누워서 볼 때인데요. 어떻게 보면 조금 보이고 또 각도가 틀어지면 전혀 보이지 않고 그러거든요.

그건 처음부터 그런 거니까 차치하고서라도 최근엔 화면에 점선까지 한가득 깔릴 때가 잦더라고요.

어젯밤엔 자정 그러니까 오늘이 되겠네요.

자정이 넘은 시각에 도둑고양이 마냥 살금살금 연장이 있는 거실을 오가면서 안테나 선을 다시 조립해서 꽂았답니다.

그러니까 점선이 없이 깨끗하게 잘 나옵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텔레비전의 자리를 바로 잡으려고 그 늦은 시각에 엄청나게 조심해서 거치대로 쓰려는 나무에 톱질까지 해 댔지 뭡니까?

그야말로 초 저음의 톱질·드라이버로 나사 박기 등등이 있었답니다.

막상 그렇게 다 잡아 놓고서 텔레비전을 보려니까 인제야 본격적으로 졸음이 쏟아졌지요.

거실을 비롯하여 아파트 문단속을 마치고서 들어와서 컴퓨터를 끄려는데 세상에 제 컴퓨터 옆으로 이 밤중에 휴대폰이 보이지 뭐예요.

밤으로면 백에 아흔아홉은 막냇동생이 지니고 있었는데 그 게 제 방에 있는 겁니다.

지금에서야 그 이유가 떠오릅니다.

어젯밤에 동생이 어디 좀 나갔다가 온다고 말했었는데 제 휴대폰을 두고 갔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겁니다.

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충전기에 그대로 꽂아둔 채로 잠들기도 했고 일어나서 잡일도 했었고…

어휴~

 

충전이 다 됐을까 싶기에 화면을 살려봤지요.

문자 메시지도 하나 들어와 있고 통화기록엔 불통 전화가 네 통이나 있습니다.

얼른 문자를 눌러 보니 친구놈한테서 왔네요.

'아버지 하늘나라 가셨다'

 

그 시각이 제가 막 잠들어서 삼십 분도 안 되었을 초저녁이었거든요.

미치겠네요.

맘을 진정하고 통화기록을 눌러보니까 거기 박힌 네 통의 불통 전화도 그 친구놈이 걸었는데 제가 못 받은 전화더라고요.

무척 사랑하는 친구놈인데 세상에 이럴 수가 있겠습니까?

한 시를 막 넘긴 시간입니다.

'침착·침착!!!' 그렇게 되뇌면서 옷장에서 옷을 꺼냈고 넥타이를 매려고 꺼냈는데 잘 묶어지지도 않습니다.

너무도 오랜만에 묶어보는 넥타이가 맞거든요.

묶으려고 애쓰지 않고 쭉 당겨서 점퍼만 젖히면 짱짱해지는 넥타이는 그간 여러 번 맸었지만, 색상이 너무 훤하지요.

이 바쁜 상황에 넥타이 그게 무슨 대수나 싶어서 아예 매지도 않고 휴대폰과 지갑 그리고 볼펜 한 자루를 챙겨서 거실로 나왔답니다.

제가 운동 나갈 때 늘 그랬던 것처럼 메모지로 썼던 '일수 메모장(?)'에 친구 아버지 운명하셨다는 짧은 글을 남기고 밖으로 내달렸답니다.

그리는 아파트 마당을 지나면서 친구놈한테 전화를 넣었지요.

거기가 어디냐고 몇 번이나 물었는데도 내가 찾아올 수도 없는 위치에 있으며 지금 상황이 복잡하니까 날 새면 오라고 그러네요.

이윽고 택시가 오가는 큰길에까지 나와서도 계속하여 졸랐는데 막무가내입니다.

말은 그러마 하고 답했으면서도 그 자리라도 알아내면 곧바로 달려갈 심산이었는데 녀석은 끝까지 불통입니다.

 

친구한테도 녀석의 아내에게도 싸잡아서 문자를 넣어봅니다.

그래도 역시 묵묵부답이네요.

 

친구놈 저 마누라 단단히 잡아놨는지 아버님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는 소리 듣자마자 두 사람에게 따로따로 그 위치를 물었건만, 그때도 역시 대답이 없었으니까…

오가는 택시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그냥 들어오기로 작정했지요.

 

들어오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녀석의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날이 새면 확인해 봐야 확실하겠지만 말입니다.

 

전에 제 남동생이 그랬던 것처럼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에 입원하거나 했다면 밤중에는 저 홀로 찾아가기 매우 어렵거든요.

또 하나의 문제는 거기까지 이 밤중에 교통비가 되는가도 문제였고요.

 

어차피 이 밤중엔 친구놈 친인척이 주를 이룰 것이고 오늘 밤이나 내일 밤이 돼야 문상객들을 맞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이제야 드네요.

친구놈이 그토록 오지 말라고 사정했던 게 이해가 갈 만도 하고 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녀석이 선대인 가셨을 때 저한테 그토록 전화 넣었건만, 저는 한 번도 받아내지 못했으니 녀석은 또 얼마나 속이 터졌겠습니까?

분통이 터지지요.

믿었던 만큼 분통은 그 배가 됐을 게 뻔합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 상황이 오면 그랬으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그 탓으로도 괘씸해서 오지 말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여튼, 녀석이 오늘 중으로는 틀림없이 그 거처 알려주겠지요.

 

녀석의 고향이 저 남쪽 섬나라 완도거든요.

어쩌면 아버님 그쪽으로 가실지도 모르겠네요.

만약에 그쪽으로 가신다고 해도 그 마지막까지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야 이놈아~ 문자 좀 보내라!!!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