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야 잘살고 있니? ‡
어제는 운동 나가서 무심코 잡았던 목적지(광신 대교)가 바뀌는 겁니다.
그 까닭이…
지난 14일 나갔었을 때 '광신 대교'라는 먼 곳까지 나가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음을 확인하려고 박아둔 스마트폰 지도에서 스크랩해 둔 위치가 있었습니다.
당시는 무심코 여겼을 텐데 집에서 그날 기록을 편집하면서 확인했지요.
광신 대교 근처에 친구놈이 살았었던 아파트 이름(도시공사아파트)이 찍혔단 걸 확인했답니다.
그래서 어제는 달린 중에 의미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는 기왕에 나섰으니 친구놈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막상 손에 든 것이 아무것도 없이 빈털터리로 털레털레 들어가자니 그것도 신경이 쓰입니다.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으니 어쩌겠는가? 아파트까지 들어가지 말고 그냥 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불러내 사정이야길 하자!'
궁색한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기왕에 나섰으니 찾아가 보겠다는 맘이 달라지진 않더라고요.
그때의 기억(14일 캡처한 사진)을 더듬으니까 굳이 '광신 대교'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될 성 불렸습니다.
거기다가 타고 내려가는 길은 자전거길이었기에 어느 시점에서 일반도로에 접어들어야 했었거든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서 지도를 펼쳤지요.
'해광샹그릴라아파트' 약간 못 미치는 지점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도시공사아파트'가 얼른 눈에 들지 않습니다.
분명히 근처에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 자리 찾는 것에서부터 헤매게 됐네요.
지도를 갖고서 확대·축소 번갈아 가며 찾아본 끝에 겨우 찾아내긴 찾아냈는데 지도에서 보는 것과 실제 모습은 너무도 딴판입니다.
좁다란 골목길을 헤매다 보니까 어떨 땐 그 끝이 막다른 골목이더라고요.
주위에 사람들이 보이긴 했어도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답니다.
왜냐면 그렇게 찾아간들 제 몸에 생산성(개척정신)이 줄어들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차라리 지도에서 보이는 모습과 또 하나는 저의 감(感)에 의지하고 싶은 맘이 더 컸으니까 말입니다.
도로 폭이 2미터도 안 될 가파른 골목길을 만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을 넘어서야 목적하는 그곳이 보일 성 보였지요.
자전거를 가장 낮은 기어에 맞추고서 낑낑대며 올라갔지요.
대략 백 미터 남짓은 될 것 같은데 그 경사면도 실제론 그보다 낮겠지만 제 체감 기울기로는 45도 경사는 될 것 같았습니다.
그 끝 부분이 머지않은 지점에서 어느 아주머님(할머니)을 보았는데 아가가 실린 유모차를 그 허리 완전히 꺾고서 겨우겨우 오르는 걸 보았거든요.
저도 그분과 부딪치지 않으려고 끝 무렵이었기에 경사가 한결 덜하긴 했지만,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답니다.
그렇게도 심한 경사면을 올라가는 길에서 만약에 페달 밟는 게 멈춰지면 다시 자전거에서 관성이 생길만한 동력이 나오지 않아 천상 이제는 끌고 가야 하니까 말입니다.
해광샹그릴라아파트까지 왔을 때만도 가벼운 차림이었는데 그 자리 오르면서 온몸이 흠뻑 젖었습니다.
마침내 정상에 오르니까 아파트들이 여기저기 보였지요.
그것 중 가장 가까운 자리 몇 개만 뒤져도 얼른 찾을 걸로 확신하고서 이리저리 몇 발짝씩 옮겨가 보았네요.
역시나 멋스러운 조각상이 들어선 아파트에 다다르니 그곳에 그토록 찾아 헤맸던 '도시공사'가 쓰여있는 게 보입니다.
철철 흐르는 땀도 누일 겸 그 자리 사진도 박을 겸 자전거를 세워놓고 서성이는 사이 그 차림새가 수상하게 보였던지 경비아저씨가 밖으로 나와서 물끄러미 제 모습을 관찰합니다.
녀석에게 전화를 넣었지요.
벨이 울리는 것 같은데 녀석이 안 받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녀석이 아직도 거기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또 하나는 그 아파트에 몇 동에 사는지 또 몇 호실에 사는지 그런 것도 모르거든요.
아주 오래전 제가 술 마시고 살던 시절에 몽땅 술 먹었던 날 녀석이 데려갔었는데 거기까지만 기억했으니까 말입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까 어제 하필이면 그 더운 시점에 운동 나가자 했던 애초의 까닭이 나타납니다.
며칠 전 또 다른 친구놈 모친이 별세했기에 문상 갔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날 집에서 출발할 땐 그래도 하룻밤 묵고 올 생각으로 휴대폰의 축전지도 여분으로 하나를 더 들고 나갔었는데 중간에 무슨 일로 맘이 변했던지 묵을 생각을 접고서 들어오고자 했답니다.
어쩌면 생각지도 않았는데 제 막냇동생이 그곳을 찾았기에 같이 들어오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집 떠나면서 나머지 가족에게 제가 머물려고 했던 장례식장을 쪽지에 남겨두고서 떠나왔는데 그걸 보고서 찾았다고 그러더군요.
아무튼, 하룻밤 묵으려고 맘먹었던 그것을 접은 탓에 제가 벌 받은 걸까요?
나오려고 그러는데 제 신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몇 번이고 두리번거렸으나 끝내는 못 찾겠기에 어쩔 수 없이 그곳 장례식장에서 일손 용으로나 썼음 직한 신발(샌들)을 신고 왔지요.
동생은 제 외출용 신발이 내키지 않았던지 어제 신발 사러 가자며 꼬드겼어요.
'신발 그것 제아무리 비싸다고 쳐도 3~4만 원? 심하면 5만 원이나 나갈지도 몰라!'
그렇게 짐작하고서 지갑 챙기고서 따라 나섰거든요.
그런데 그 매장이 제 예상을 훨씬 넘어섭니다.
세상에 그까짓 신발한 짝이 2십만 원도 확 넘어갑니다.
저로선 도저히 엄두도 못내겠는데 애초에 동생 맘은 이미 결정하고서 들어선 것처럼 곧바로 끊어 달라 했지요.
어차피 한꺼번에 계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몇 달에 걸친 할부로 끊습니다.
- 제가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
- 그야말로 확 달아 옵니다. -
- 입이 달라붙어 말도 안 나옵니다. -
나중에 집에 와서야 동생에게 고맙다고 그랬었지요.
그러고 오후엔 그 신발을 제 발목에서 실험해 보고자 자전거 하이킹으로 잡았던 거였던 거거든요.
그 신발 덕에 목적지 바로 아래쪽 자전거길까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무사히 갔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가던 길과는 다른 '임방울대로'를 찾아 돌아왔답니다.
그리고 그 처음도 무척 위험하더라고요.
아파트 올라가면서 겪었던 그 가파른 경사가 반대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심했는데 천만다행으로 반대쪽에는 길 너비가 훨씬 더 넓었기에 간간이 브레이크(제동장치) 차량에서의 그것(갑자기 잡지 않고 끊어서 여러 번 잡는 것)처럼 잡아주니까 덜 불안하긴 했지만, 여전히 그 길은 무척 위험하게 보였습니다.
나중에 집에 들어와서 발목과 발 상태를 점검했는데 역시나 신발이 좋아서 그랬는진 몰라도 살짝 더 편한 느낌이 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전에 신었던 신발이 원체 낡았기에 그 낡은 신발만 신고 다녔던 까닭도 어쩌면 그런 맘을 갖게 한 원인이기도 했겠지만 말이에요.
그나저나 친구야~ 어떻게 잘살고 있니?
나중에 문자라도 한 토막 넣어볼 생각입니다.
그러면 가타부타 뭐가 또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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