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지여! 죽어도 죽지 마소서! †
아래쪽에 나열한 글들은 제가 인터넷을 떠돌다가 여기저기 흩어진 글을 조각조각 제 구미에 맞춰서 주워 모아 나열해 보는 글입니다.
우리나라 진보정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셨던 분이 불의의 병환을 얻어 끝내 운명하셨다는 이야기를 대충 간추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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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謹弔] 장례위원회 보고_이재영 동지의 길을 이어가겠습니다
전 정책위원회 의장 이재영 동지께서 암 투병 끝에
오늘(2012년 12월 12일) 밤 9시 40분경 운명하셨습니다.
고인은 향년 45세로 90년대 민중당과 국민승리21, 2000년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정책과 역사를 일구는 데 전 생애를 바쳤습니다.
<상략>
(故) 이재영 전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걸어온 길
- 1986년~1989년 : 서울, 성남, 안산 등지에 서 공장 노동자 조직 활동
- 1989년~1990년 : ‘사회주의자 그룹’ 대외협력 활동
- 1991년 :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창준위 포항 지부 교육선전 담당
- 1992년 : 민중당 경기도당 정책국장, 백기완 선본 경기남부 집행위원장
- 1995년~1996년 : 진보정당추진위, 진보정치연합 정책국장
- 1997년~1999년 : 국민승리21 정책국장
- 2000년~2006년 : 민주노동당 정책실장
- 2006년~2010년 : 레디앙 미디어 기획위원
- 2010년~2011년 :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 2012년 12월 12일(수) 밤10시경 영면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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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이재영 동지의 페이스북에서
아프고 나니 소심해진다.
남들에게 모진 소리 했던 게 후회스럽고, 얼마 살지도 모르는데 어지간하면 둥글둥글 지내자는 생각이 아침 저녁으로 사무친다.
통합진보당으로 간 노회찬, 민주당으로 간 주대환이 잘 되길 빌기도 한다.
기왕에 욕 먹으며 어려운 발걸음 뗐으니 국회의원 자리든, 남루하지 않은 삶이든, 우회로든 소망했던 바 성취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가 신병에 눈가 짓무른 연약한 사내가 두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이다…
두 사람을 따라 20년 같은 길을 걸었던 후배이자 동료로서는, 공적인 입장에서는 두 사람에게 좋은 소리를 못 해주겠다.
몇 자 남긴다.
노회찬, 주대환 행보의 옳고 그름은 그들이 국회의원이 되느냐 마느냐에 의해 판가름 나지 않는다.
그들의 옳고 그름은 국회의원이 된 그들이 독립적 진보정당 노선으로 돌아올 때에만 증명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노회찬과 주대환이 ‘복귀’를 통해 자신들 선택의 올바름을 증명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떠나는 사람 누구든 우선 살고 보자고 변명한다.
지금은 비록 떠나지만 변하지 않고 금의환향하리라 다짐한다.
이부영, 장기표, 이재오, 김문수, 김근태, 장명국, 서경석, 이창복이 그렇게 호언하며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성공했든 실패했든 돌아오지 않았다.
떠난 이들이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확립되고 아직껏 반박된 적 없는 경험적 진리다.
떠난 이들이 돌아오지 않는 것은 그들이 경계선을 넘는 과정에서 진보정당으로 돌아올 이유를 잊을 만큼 풍화되기 때문이다.
바위는 세월에 풍화되지만, 사람은 경계에 의해 풍화된다.
진보정당에 있으면 진보정당의 노선을 신봉하지만, 보수정당에서는 ‘보수’의 논리에 몸을 싣는다.
바위는 풍화되어도 그 물리적 형태만 변모할 뿐이지만, 사람은 화학적 성분이 변질된다.
그 사람의 이념과 정책과 문화와 소신과 언행이, 처한 곳의 향취에 젖는다.
이것이 돌의 물리학과 인간 유물론 사이의 차이다.
의사들은 내게 25%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의사들 입장에서야 낙관적이기 어렵겠지만, 살아오면서 그처럼 커다란 확률을 잡아본 적 없는 나로서는 로또 맞은 것처럼 기쁘다.
지금 진보정당이 처한 상황 역시 비슷한 것 같다.
패퇴와 낙오, 변절과 이탈, 재창당을 거듭해온 진보정당사(史)에서 진보신당과 사회당처럼 그럴싸한 진지를 가지고 재기를 시작한 적은 없다.
지금의 진보정당 고수 세력은 진보정치연합이 국민승리21을 만들려 할 때보다 적어도 열 배나 백 배쯤은 크고 강하다.
제 한 몸 살리겠다고 불량배의 사타구니 밑을 기는 것은 일시의 모면책일 뿐이다.
잔도를 불사르고 파촉(巴蜀)에 깃드는 것만이 장래의 출사를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독립적 정치세력임을 흔들림 없이 천명하고, 작은 영지(領地)나마 소중히 가꾸어 나가는 것이 현단계 진보정당운동의 과제다.
이제 한 시대가 끝났다.
군부독재가 잉태한 학생운동 리더들, 그들의 노동 현장 이전, 그들의 신노선, 그들의 민주노동당이 문을 닫았다.
그들의 사회주의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에 투항했다.
내게 주대환과 노회찬은 과학이었다.
나는 그이들의 권능을 믿고 추종했다.
그 ‘과학’이 더 이상 과학이기를 거부함으로써 나는 내 시대의 과학으로부터 벗어났다.
다시금 20대 때와 같은 시적(詩的) 혼돈의 시대로 회귀했다.
이태리 시인 잠바티스타 마리노는 “기적이야말로 시인의 목표다”라고 갈파했다.
나는 암흑 속으로 돌진한다.
이재영 · 전 진보신당 정책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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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 글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거기에 당신 맘이 아로새겨졌기에
그 진위를 알기 전까진 당신 글로 치부하리다.
술기를 멀리한 지 어느덧 328일째가 되는 오늘입니다.
실은 327일째인데 잠시 뒤엔 18대 대선일…
아~ 벌써 그날입니다.
인터넷에서 여기저기를 찍어보다가 '진보신당'엘 가게 되었지요.
그러고는 당신 이름자가 딸린 고인이라는 표현…
그러다가 마침내 당신 글을 맞이합니다.
술 얘기 왜 한 줄 아시겠어요?
제가 지금 울고 있는 까닭입니다.
술 먹고 살았던 그 시절은 한두 해 걸러 한 번쯤은 깊은 감성에 젖어 마구 울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늙어빠진 이 몸이 엉엉 소리치며 울겠어요?
마구 발버둥치며 울겠어요?
그냥 마구 미어지면서 눈시울 진하게 젖는 것이 그것이지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던 중 우연히 주대환 씨 다른 놈 지지한 걸 보고서 그 자리에서 페이스북 친구 끊은 것 정도로 그만이었거든요.
그 양반 민주당으로 가 있었기에 그런 해괴한 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됐었는데 세상에 전 공표하면서 끊었기에 제 어리석음이 더 크게 공표가 된 셈이네요.
동지의 유언처럼 들립니다.
또 동지의 잠언처럼 들립니다.
그 많은 이름(이부영, 장기표, 이재오, 김문수, 김근태, 장명국, 서경석, 이창복 등등)을 조목조목 다 알고 계시네요.
그 이름들 제왕처럼 세상에 활개치던 시절 멋도 모르고 공장 벽 이곳저곳에 '노동해방' 붉은 칠하며 쏘다녔던 그 순간이 되살아나 소름이 끼칩니다.
동지여~ 잘 가소서~ 심장도 같은 동지여! 죽어도 죽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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