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질없는 착상과 그 행동 탓에 패가망신할 수도 있다. †
새벽에 있었던 월드컵 축구 이란전을 맘먹고 봤겠다!
생각 밖으로 이란 얘들이 참 잘했겠다!!
늘 그렇듯이 어영부영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나절에 잠깐 눈을 붙였는데 어느 결엔가 스마트폰이 마구 울리더라고요.
알람입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봐야 할 일도 없는 놈 주제에 알람은 다섯 시 55분에 맞춰놓고 산답니다.
팍팍 눌러서 껐습니다.
솔직히 알람 끄는 요령을 아직 모르거든요.
이 글 쓰고는 인터넷에서 그것부터 찾아야겠습니다.
알람도 죽여 놨으니 인제는 맘 놓고 잠자리에 고꾸라졌었지요.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얼마쯤 지나자 또다시 전화기가 울립니다.
실눈으로 가까이 가져다 보니 전혀 모르는 번호가 박힌 거 있지요.
'아휴 이런 망할 새끼들 스팸 전화가 아닐까?!'
그런 맘이 들었기에 아마도 4~5초가량은 뜸을 들였다가 홈 버튼을 눌렀을 겁니다.
상대가 뭐라고 씨부렁거리든 사정없이 쏴버릴 참이었거든요.
그러나 웬걸 전화기 저쪽에선 '양귀비 같은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안녕하세요. 친절 어쩌고저쩌고 광주은행에 ~ 입니다'
1년 만기로 적금 넣어둔 것이 거기 있었거든요.
있는 집에선 그것이 껌값도 안 되겠지만, 저희 집에선 그것이 생명 그 자체인 액수이지요.
시간이 되면 나오라고 그러네요.
당연히 그러마 하고 대답하고서 잠자리 박차고 일어났겠지요.
그때가 아홉 시를 막 지나는 시간대였으니 은행직원이 출근하자마자 저한테 전화 넣었나 싶더라고요.
문제가 어쩌면 그 순간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후에 가도 무방했을 걸 말입니다.
이부자리를 개서 장롱에 집어넣고 다음으로 차림새 그대로 세면장에 들어갔네요.
그래도 업무차 떠나는 외출이니 더 깔끔하게 다듬고 싶었습니다.
샴푸가 없으니 늘 그렇듯이 세숫비누로 머리도 감고 아래쪽도 시원하도록 박박 문지르고 나온 시간이 평소의 10여 분 대에서 5분은 더 투자했었던 거 같습니다.
그 시간에 '화장'이라는 거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것이 떠오르네요.
얼굴이든 엉덩이든 그 어디에라도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채 세수하는 게 전부지만, 그것도 화장에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는데 다시금 떠오르네요.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다고 해서 화장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 씻는 것도 화장이다!!!'
그런 묘한 결론을 지며 아침의 샤워시간을 축냈으니 평소보다 좀 더 들었을 게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적금통장 가져가는 길에 입출금통장도 가져가서 통장정리를 하고 와야지'
'통장하고 도장도 필요할지 모르니 도장은 왼쪽 주머니에 그리고 자리 복잡하지 않게끔 스마트폰은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 거야'
'적금 끝났으니까 신분증이 필요할 거야. 신분증은 지갑과 함께 속주머니에…'
그렇게 챙기고는 사방에 문단속하고서 자전거 가방을 들고 나왔답니다.
문단속할 때 바깥으로 손을 뻗어보니 이슬비 정도가 내리는 것 같더라고요.
오늘같이 중요한 날 그 정도 비쯤은 맞아도 무방하다고 작심하고서 내려왔네요.
먼 거리도 아니고 시내버스 두 정류소도 못 될 가까운 거리였거든요.
그래서 으슬으슬 이슬비가 내렸지만, 부랴부랴 몰고 나갔었지요.
문제는 아파트 밖 교차로에서 신호에 걸리지 않게끔 무단횡단(법규위반)하고 나서 일직선 거리에서 생겼습니다.
길을 건너 직선도로에서 2~30미터쯤 지나는데 경쾌하지도 않은 둔탁한 소리로 '탁'하면서 뭔가가 떨어졌지요.
급하게 자전거를 세우고 그 자리로 가봤더니 세상에 스마트폰이 떨어져 있지 뭐예요?
'큰일 났다 / 이거 앞 전에 떨어뜨려서 액정에 금 갔던 놈인데 이번엔 박살이 났겠지…'
불안하게끔 액정이 아스팔트를 향해 엎어져 있네요.
얼른 주워들었지요.
천만다행으로 제 예상과 달리 상처가 전혀 보이지 않았지요.
다행이다 싶기에 이번엔 주머니에 넣고서 거기 주머니에 달린 똑딱단추를 채웠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은행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지요.
페달을 대여섯 번 돌렸을까요?
그 순간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스칩니다.
'오른쪽의 전화기가 빠졌는데 외쪽 주머니에 통장은 무사하겠어?'
자전거를 세우고 잽싸게 몸을 더듬었지요.
'… 흑흑'
만져지지 않습니다.
거기 비닐 팩에 적금통장도 입출금통장도 함께 들었는데 통장이 만져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뒤져도 없습니다.
그것들을 핸들에 걸린 자전거 가방에라도 담았다면 차라리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것을…
후회막심했지요.
그때까지도 별것도 아니었던 빗줄기가 더욱 굵어진 느낌입니다.
'혹시 집에서 빠뜨린 거 아닐까?'
물론 처음 나오면서 잘 챙겼기에(?) 기대는 안 했지만,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 했었습니다.
집으로 들어와선 곧바로 샅샅이 훑었지만 역시나 안 보입니다.
얼른 아까 아침에 왔던 전화번호 그대로 전화를 넣었답니다.
아침엔 과장이 했었는데 그때는 창구직원이 받더군요.
그런저런 얘기를 전했더니 해지할 건 해지하고 입출금통장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천원인가 2천 원인가와 기타 필요한 것들을 갖고서 창구로 오라는 거였습니다.
이번엔 자전거 그대로 세워두고서 우산을 들고 나갔었지요.
물론 경황이 없었던지 자전거 가방을 든 채로 말입니다.
정문을 나가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지역 지리에 어두운지 근처에 광주은행을 잘 모르더라고요.
은행 앞까지 갔는데 건너편으로 가려면 멀리서 돌아야 한다고 또 그럽니다.
하는 수 없이 간이 건널목에서 내려서 제가 걷기로 맘 잡았네요.
기본요금이 나왔다는데 2천2백 원인가 하여튼, 2천 원을 조금 넘습니다.
천 원짜리 두 장은 있었지만 마침 잔돈(백 원짜리)을 한 푼도 안 챙기고 나섰기에 만 원짜리를 꺼내서 내밀었더니 그 기사님이 그냥 천 원짜리 두 장만 달랍니다.
택시에 올라서 통장을 잃어 먹고 이렇게 생쇼를 벌이는 중이라고 잠깐 말씀드렸는데 제 모양새가 짠해 보였나 보더라고요.
그랬든 저랬든 한 푼이라도 남겨야 하는 기사님 처지에 제가 잔돈을 마다한 것이 지당할 진대도 오히려 제게 베풀어주니까 그때의 제 심정 너무나도 고마웠답니다.
그 순간엔 고맙다는 말도 대충 얼버무렸던 거 같은데 '금호타운 앞에서 광주은행 앞까지 실어다 준 기사님~' 고맙습니다!
은행엔 아예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과장에게로 직접 갔지요.
그러고는 저간의 사정 이야기를 해서 모든 것을 정상으로 돌렸답니다.
입출금통장 다시 만들어서 좋긴 했지만, 예금금리가 너무도 낮아 내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으로선 너무도 난감합니다.
술·담배 아무것도 안 하거나 멈추었는데 참 개떡 같은 세상입니다.
이젠 뭘 끊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밥? 물? 전화? 전기?
다른 건 다 내버려두고라도 제발 건강보험료라도 뺏어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집 하나 있는 게 밥이 나오나요? 떡이 나오나요!!!
이것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이 집 구하려고 그간 얼마나 많이 굶고 고생하며 살았을지 다들 아실 거 아니겠어요?
그도 저도 못하겠으면 정정당당하고 떳떳하게끔 일자리를 내주든지 말입니다.
갈 때는 이 길을 택시로 갔지만, 올 때는 그냥 걸어왔지요.
2천 원에 그 길 왕복했다고 생각하면 무척 저렴하게 다녀온 꼴이지요?
이 글 쓰려고 스마트폰 뒤졌더니 이런 문자가 들어왔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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