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슬아슬했던 첫대면입니다. ♬
함께 지내는 막냇동생이 오늘은 웬일로 제시간에 퇴근했습니다.
오늘 금이 간 제 휴대전화기 액정을 수리하자며 낮에 문자가 왔었거든요.
예전에 깨지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 해당 회사인 삼성서비스센터를 찾았는데 '일체형 어쩌고저쩌고'하여 액정 유리 수리하는 비용이 꽤 비싸다는 걸 전 잊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동생한테 그럴 거 없다고 답문을 보냈었지요.
그러함에도 퇴근해서 그 얘기를 또 꺼내더군요.
역시나 그럴 거 없다고 누차 말해줬지요.
그런저런 사이 저녁을 들려는 데 동생이 그럽니다.
'고기 사올 테니 밥 먹지 말고 기다려요!'
고깃집이라 해도 아파트 단지 안에 있기에 길어봐야 십분 거리거든요.
그런데 30분이 다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애가 무슨 일 났을까? 고기 사 온다고 그랬는데 왜 이렇게 늦지?'
'그렇게 빨리 올 수 있겠어요? 돼지 잡으려면 삶고 껍질 벗기고 할 일이 좀 많은 텐데 금방 오겠나요?'
어머님의 심각한 걱정에 제가 컴퓨터에 앉아서 농담으로 대꾸했지요.
그런 말이 오가는 중인데 곧바로 현관문 따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머~ 아이고 내 며느리~ 어서 오너라~'
어머님께서 호들갑인 걸 보니 막냇동생이 녀석의 연인을 집으로 데려온 모양입니다.
저도 잽싸게 나가 봤지요.
난생처음 보는 여인이 거실에 들어섰습니다.
아슬아슬했던 첫대면이란 게 바로 그 순간을 말합니다.
대뜸 손내밀고 인사했지요.
동생도 저처럼 꾸미거나 치장하는 걸 덜 좋아합니다.
그래서 일체의 정보도 건네지 않고 무작정 데리고 왔답니다.
평소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줘야 옳은 길이라 여겼다네요.
대견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처음 보는 사람끼리 첫인상이란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집에서 제 일상의 절반은 팬티차림이거든요.
어떨 때는 그보다 더 진할 때도 있고요.
물론 맨살 차림으로 손님이 오셨다고 그냥 내달려가진 않았겠지만, 팬티차림에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평소 행색입니다.
그런데 그분도 난생처음으로 시댁이 될지도 모르는 집에 들어섰는데
웬 낯선 남자가 흉악한 몰골에 그것도 팬티차림으로 한술 더 떠서
비틀거리는 괴이한 동작으로 덥석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사람의 성품에 따라 그 차이야 분명히 있겠지만,
설령 모든 게 물 건너가진 않는다 해도, 두고두고 맨 처음에 접했던 첫인상
그 악몽 같은 첫대면은 꿈길에서도 떨쳐내지 못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가정에 오늘 엄청나게 운이 좋은 날입니다.
동생도 그렇고 동생의 연인도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보자마자 바로 며느리라고 불러버릴 정도로 반기셨던 어머님한테는 하늘이 내린 운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저 자신은 애초부터 형편없이 흐트러진 몸이라서 그녀가 차츰 겪다 보면 알아버릴 테니까 남는 것도 밑진 것도 없지만 말입니다.
동생의 연인과 오늘의 첫대면 정말이지 아슬아슬했던 첫대면입니다.
또 하나 그녀에 대한 느낌도 나의 하느님을 대했을 때만큼 편안하네요.
동생과도 우리 가정과도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꼭 잘 풀리길 바라는 간절한 맘에서…
'제수씨 잘해봅시다! 아자 / 아자 / 아자!!!'
'내 마음 오로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임을 피하면 행운도 달아난다. ♬ (0) | 2012.09.17 |
---|---|
♬ 아이프레임 배경을 투명하게 하는 태그 ♬ (0) | 2012.09.15 |
♬ 이거 안 보겠다고 해도 괜찮을까? ♬ (0) | 2012.09.14 |
♬ 가을노래 모음 ♬ (0) | 2012.09.14 |
♥ 불평은 아주 가끔 ♥ (0) | 2012.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