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서 등 하나 달려다가 엄청나게(?) 고생한 이야기 ♣
제가 정신을 놓고 사는 놈인지는 몰라도 걸핏하면 화장실에 불을 켜둔 채로 깜빡 잊곤 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고자 별짓을 다 해 봤지요.
문짝 앞에다 커다란 골판지 종이에 경고장을 써 놓기도 했었고요,
또 부딪치면 청량한 소리가 나는 자기(인형이나 그릇을 본뜬 도자기)들을 매달아 놓고 나오면서 정신없이 부딪혔다간 땡그랑 소리가 자꾸 울려서 그 소리를 피하려고 정신을 놔선 안 되게끔 해 보지를 않았던가…
하여간 별짓을 다 해 봤답니다.
하지만, 자기를 피해 고개 숙이고 나오는 것도 한두 번이었지 지루했었고요,
또 깜빡 잊고서 나오다가 부딪혔는데 그 시각이 하필이면 새벽 시간대라면 아파트 아래 위층에 또 얼마나 미안합니까?
그런 탓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요 며칠 전에 '센서 등'을 떠올렸지요.
그러고는 애용하는 쇼핑몰에서 검색했더니 여러 개가 나왔는데 내킨 곳(6,000원)을 골라 주문했더니 때가 되니까 들어왔네요.
예전에 한번은 현관문 센서 등이 고장이 나서 무척 애를 태웠었는데 그때도 택배비 아깝다며 우리 마을에서 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쇼핑몰에서 택배비 주고 산 비용보다 더 달라고 그러더군요.
가격은 물어보지도 않은 채 물건이 있는지만 전화로 묻고서 들린 가게였기에 체면 탓에 그냥 나올 수도 없었던 씁쓸한 경험도 있었습니다.
물건이 왔으니까 느긋하게 포장을 열었더니 위 그림에서 보이는 대로 내용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지금 보이는 데는 벽이나 천정에 붙어야 할 위쪽이고요,
그 아래쪽이 소켓이 있어 전구를 꽂는 곳이지요.
그리고 끝이 까진 전선이 두 가닥 보일 텐데 이 두 가닥을 길게 이어서 콘센트에 꽂는다든지 기존 전등의 전선에 연결하면 끝이거든요.
창고를 뒤졌더니 마침 하얀 비닐 전선이 두어 발 보입니다.
옛날 현관에 센서가 고장 나서 깜빡거릴 때 아예 센서 등 꺼버리고 거실에서부터 그 비닐 전선을 연결하여 소켓을 달아서 수동으로 끄거나 켜게끔 스위치까지도 달았었습니다.
그때 당시는 아파트 배전반(신발장 깊숙이 있는 스위치 칸)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작업했었던 때였기도 했지요.
매우 위험했을 텐데 몇 달이 지나서 우연히 쇼핑몰에서 센서 등을 보고서는 교체하려고 맘먹으면서 배전반 위치도 검색으로 알아냈지요.
아무튼, 그때 철거한 전선이 아직도 창고에 남았기에 그때 썼던 납작한 코드와 함께 거실로 들고 나왔답니다.
센서 등에서 비닐전선 길게 이어서 끝에 납작한 코드를 달고는 화장실 콘센트에 꽂으면 그만이었을 작업입니다.
또 그럴 속셈이었고 말입니다.
작업하기 전에 무작정 어림짐작으로 비닐 전선 잘라냈다간 나중에 짧아질 수도 있기에 일단 화장실로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곤 가늠해 보려고 콘센트를 여는 순간 퍼뜩 깨달았지요.
'아~ 지금은 이런 코드 안 쓰는 세상이지~'
맞습니다.
220볼트의 거의 모든 전원 코드와 콘센트는 납작한 것이 아닌 둥그런 것으로 대체되었지요.
집 앞의 슈퍼에 들러도 코드 콘센트 전선 일체형으로 붙었던데 모두가 둥그런 것이었거든요.
제 머리통 속엔 아직도 2~3십 년 전의 구석기가 그대로 남았습니다.
자르고 붙이고 깎고 다듬는 걸 어려서부터 좋아했기에 시계며 라디오 하물며 컴퓨터까지도 여러 대 잡아먹었을 겁니다.
안 되겠다 싶기에 얼른 창고로 들어와 동그란 코드를 찾아봤지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는데 그나마 대용으로 쓸만한 코드는 여러 개가 있었답니다.
방금 말했다시피 집안에 잡아먹은 컴퓨터의 숫자만큼은 못되어도 새로 들일 때마다 따라오는 전원 코드가 바로 그것인데 요놈으로 쓰면 될 성 부렸거든요.
그래서 코드 하나를 움켜잡고서 재빨리 필요없는 암 코드 부분을 잘라냈습니다.
'아차! 여기는 3선인데 어떤 놈들과 연결해야 할까?'
'아마 녹색이 접지선일 테니까 요놈을 잘라내고 나머지를 연결하면 잘 될 거야!'
-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그 생각부터가 엄청난 착각이었습니다. -
- 설혹 그것이 접지선이 맞더라도 그것을 살리고 나머지를 골랐어야 옳았을 겁니다. -
그렇게 맘먹고서 버리려고 맘먹은 선은 거의 보이지 않게끔 잘라버렸답니다.
그러고는 나머지를 아까 가져온 비닐 전선에 연결하고서 비닐 전선은 또 센서 등에서 나온 두 선에 연결했지요.
인제 컴퓨터 전원선이었던 뭉툭한 코드를 방안 콘센트에 꽂아서 불만 들어오면 실험은 끝날 일이었습니다.
맘속에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흐뭇한 미소를 준비하며 코드를 꾹 눌러 꽂았습니다.
'… …'
'뭐야! 왜 이래???'
아무런 반응도 없는 겁니다.
'방안에 콘센트가 잘못되었나? 화장실 건 괜찮을까?'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에 불을 켜 보았습니다.
불이 안 들어옵니다.
'에고!!! 하필이면 이럴 때 또 정전될 건 뭐란 말이냐!!!'
화장실에 불이 안 들어오자 저는 그 순간 정전이 됐기에 불이 안 들어오는 줄 알았습니다.
대략 1, 2분을 그렇게 머뭇거리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스쳤었지요.
'어쩌면 정전이 아닐 수도 있어!'
부랴부랴 신발장 안의 배전반을 열어보았지요.
아니나 다를까 스위치가 내려가 있습니다.
올려도 다시 내려가 버립니다.
얼른 되돌아와서 센서 등에 연결했던 코드를 콘센트에서 뽑고서 다시 돌아가 스위치 올리니 그때야 온 집안이 시끄러워집니다.
전화기 같은 거 불 들어오면 시끄러운 시동 음(?)을 쏘거든요.
'뭐가 잘못됐을까?'
끼우고 꽂기를 번복해서 전원이 차단되기를 두어 번 해 보고는 안 되겠다 싶기에 다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지요.
'센서 등 설치', '센서 등 배선', '센서 등', '3선 배선', '3선 구조','…' 등등으로 무려 한 시간 반을 뒤졌습니다.
그 어딜 봐도 제가 아는 상식을 벗어나지 않네요.
센서 등보다는 실지로 더 자세히 알고 싶었던 3선에 대해서는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만 가득하기에 인터넷에서 정보 찾기를 일단 접었습니다.
정말이지 미치고 팔딱 뛰겠더라고요.
그러다가 문득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래~ 배선을 한 번 바꿔보자!'
다시 컴퓨터 전원선을 잘라내고 이번엔 아까 잘랐던 전선(접지선이라고 믿었던 선)을 살리고서 나머지 선 중에서 무슨 색깔이었는지는 너무 가까이 잘라냈기에 지금 확인할 순 없지만, 전선에 점선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던 그놈을 잘라버렸답니다.
그러고서 코드를 꽂았더니 이번엔 센서 등에서 불이 한번 깜빡했습니다.
'앗싸 됐다!!!'
화장실에 불을 켜봤더니 센서 등이 성공했다는 증거로 불이 들어왔지요.
정말이지 날아갈 듯 기뻤지요.
이 작업을 시작한 지 무려 두 시간이나 지나고서 처음으로 확인한 순간이었거든요.
곧바로 화장실로 옮겨서 부착하기 시작했답니다.
아래 그림은 화장실 안입니다.
손바닥에 하얀 것이 비닐 전선이고요, 검정처럼 보이는 것이 컴퓨터 전원선이지요.
그리고 뒤쪽에 돌돌 말린 것이 비닐 전선 남은 부분입니다.
천정의 딱딱한 구조에는 나사못이 박히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고심하다가 그냥 센서 등을 벽에 매달기로 맘먹습니다.
벽의 타일과 천장 사이에 얇게 시공된 고무 팩에 나사를 박고서 거기서 짱짱한 끈을 늘어뜨렸지요.
늘어뜨린 끈 중간마다 매듭으로 고를 두세 개 내어 쇠고리 달린 또 다른 끈을 달고는 그것으로 높낮이를 조절하게끔 했습니다.
그런데 실지로 해보니까 덜렁덜렁하는 것보단 어느 정도 고정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그림에서처럼 뭔가가 지저분하게 붙은 모양새지요.
센서 등에 불이 들어왔네요.
휴대전화로 요놈 사진으로 박으려니까 개떡같이 어렵네요.
화면이 시커메져 버리질 않나 / 너무 환해서 백지처럼 돼 버리질 않나
아무튼, 직류도 아닌 교류 세 가닥으로 나오는 전선에서 두 가닥 뽑는 걸 몰라서 정말 엄청나게 헤맸던 센서 등 달기에 대한 무식한 고백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일 당하지 마시고 얼른 전문가(아는 사람)와 상담해서 쉽게 풀길 바랄게요.
어리석은 제 글 읽어주어 고맙습니다.
주말이네요.
밤낮으로 잘 보내셔요.
좋은 꿈도 꾸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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