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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도 지치면 쓰러지나 보다 ‡

 

제방에는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꽤 쓸 만한 텔레비전이 하나 있었지요.

요 텔레비전 그전이나 특별한 경우엔 조금 더했지만 최근 5~6년 새 한결같이 하루에 한 시각 정도쯤 켜졌던 우리 집 정보통의 하나였었지요.

텔레비전이 그렇게 알뜰하게 살았었기에 별 탈 없이 잘 지내왔었거든요.

그런데 올림픽이 막판에 접어든 그제부터는 전에 없던 증상이 보였습니다.

화면에 가로로 줄이 하나 나타나더니 블라인드처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군요.

'안테나가 잘못 꽂혔나?'

무거운 텔레비전을 끄집고서 유선이 공동으로 연결된 거실로 나와서 꽂아도 보고 별짓을 다 했건만 여전히 화면에 줄이 생깁니다.

그래서 수리를 맡길 양으로 텔레비전을 뒤집었지요.

94년도에 금성사에서 만든 텔레비전이네요.

'이런 고얀 놈이 20년도 안 됐는데 말썽부리다니!'

올림픽 탓에 요즘 좀 혹사한 건 사실입니다.

사람도 지치는데 텔레비전이라고 안 지쳤겠어요?

텔레비전도 지치면 쓰러지나 봅니다.

하여 얼른 금성사로 인터넷 검색했더니 LG전자 서비스센터가 나오더라고요.

곧바로 수리를 의뢰했습니다.

 

 

오늘부로 예약했었는데 시간보다 약간 이른 시간에 담당 기사가 찾아오네요.

리모컨으로 여기저기를 눌러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이거 브라운관이 나가서 많이 들겠는데요.

그 가격이면 중고로 하나 사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지난 80년도 중후반에 제가 전자오락기 기사로 근무한 적이 있기에 브라운관이 싸지 않다는 건 대충 알고 있지요.

'이거 수리하려면 십만 원도 더 들 겁니다. 그러니 별수 없지요.'

'그래도 오셨는데 출장비는 드려야 하지…' 긴가민가 제 말 뒤끝이 흐리니까 가져온 가방 들춰 메고 나가면서 고운 미소와 함께 남깁니다.

'아니 괜찮습니다. 어차피 수리도 못 하고 가는데 그 무슨 출장비는 요?'

'아휴~ 고맙네요. 이거 미안해서 내가~'

젊고 친절한 그 기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더니 아파트 현관문을 슬며시 밀어주네요.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