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들이 몹시 그립습니다.
세월이란 거 참 무심하다.
2006년 9월 6일 그때 너희 내 곁에서 완전히 떠났었지?
홀로 두고 가버렸는데 너희 뭐가 좋다고 가끔은 보고 싶을까?
일어서는 것도 걷는 것도 지구 통 전체를 굴리는 것만큼 고통으로 얼룩진 이 몸뚱이 내버려둔 채 짐까지 챙겨서 떠나갔는데 무슨 정나미가 남았었나 몰라.
사람이니까 그것을 기억하는가 보다.
어두운 건 남 일처럼 잊으려 하고 좋은 것만 기어코 기억하려고 애쓰는 난 사람인가 보다.
이럴 때마다 전에는 커피잔 닮은 커다란 물컵에 소주를 따라 붓곤 했었지.
아무 일도 없었던 거처럼…
그냥 소주 한잔이 일상인 거처럼…
올 들어서는 그따위가 너무도 부질없는 거 있지?
그래서 술 안 먹기로 했었던 거야.
겉으로는 몸 만드니 알코올중독 차단하니 술값 나올 구멍도 없는 놈이 어떡할 거냐느니 여러 형식을 다 붙여가면서 술을 안 먹기로 했지만, 알코올 의존증 걸리지 않을까 그게 더 불안했었어.
넉 달이 넘어가면서 술에 대한 폭을 약간 더 넓혀버렸어.
맨 처음 술 안 먹기로 했을 때 실은 자신이 없었거든.
그래서 일단 잠정적으로 석 달을 잡은 뒤에 그것이 성공하면 그때 가서 더 늘리든지 어쩌든지 하기로 계획했었는데 그것이 비록 짧기는 하지만, 서너 달이 지나니까 욕심(?)이 든 거 있지?
'술을 끊지 말자! 당분간 참자!'
그래서 계획이 다시 짜이게 되었지.
물론 이 계획도 나중에 어떻게 진화할는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겠지만 이렇게 잡은 거야.
'2063년 12월 14일에 다시 음주를 시작하자!'
그날이 무슨 날인지 너희 짐작하겠지?
내가 만으로 100살을 넘기고 새로운 100살을 시작하는 첫날이 그날이잖아.
그날 먹을 술을 준비해 두려고 맘먹는다 치더라도 오십 년 이상을 숙성하면서 좋아질 술이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애들아. 너희도 참 무심하다.
아래 5월에 병무청으로 연락했을 때 큰 애 중대장인가 하는 분이 분명히 그랬거든.
내 연락처 00 사병에게 내게로 연락할 수 있게끔 꼭 전해 주겠다고.
둘째도 무심한 건 똑같고 말이야.
오늘 너희 홈피에 새로이 게시판 달면서 거기에 넣으려고 몇 자 써보았다.
특별한 뜻은 없으니까 맘에 걸린 거 있으면 오해하지 마라.
사람 일은 누구도 모를 거다.
그러니 항상 다치는 일 없게끔 안전을 염두에 두고 지내려무나.
맺을게. 잘 있어라.
※ 쓰다 보니까 편지가 되었네요.
정말 정말 오래간만에 이 편지 한 번 띄워볼까 합니다.
그 옛날 이메일 주소가 아직도 유용할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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