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그래요. 그것이 한때는 제 인생의 보물단지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술을 끊기로 한 마당에 그들은 지금 세상 어디에도 갈 곳이 없습니다.
제 삶에서 온갖 핑곗거리를 다 동원해서 엉겨 붙었었는데 제가 마음 자락을
다른 데 두려니까 마침내 애물단지가 돼 버렸네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고달팠던 여정을 술기운에 기댔었는지도 모릅니다.
몹시 술에 약하면서도 너무도 실수가 잦았으면서도 한순간도 멀리하지 않았던
그 몰골만 보더라도 그건 분명히 알코올 의존증으로 보이지 않는가요?
인제 낫살도 공식적(?)인 중년이 되었으니 적어도 제 몸 하나만큼은 스스로 지키게끔
술과의 인연을 접으려 합니다.
제발 덕분에 이 맘이 언제까지고 이어지길 술 끊으려는 맘보다 더한 맘으로 소망합니다.
올 설에 제가 준비했던 술(소주) 네 병중의 일부와 또 외부로부터 선물로 들어온 두 병
그리고 병이 크기에 늘 따라서 먹었던 300CC짜리 작은 병입니다.
지금 보는 이것들이 내 인생에서 나를 위해 차려진 마지막 소주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음식이 술이 아닌 다른 용도로 전환하여 써보려고 맘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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