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사과하러 왔어요"
"나는 사과하러 왔어요, 조이스.
지난번 회의실 일과 관련해
당신에게 화를 많이 낸 것에 대해서요.
내가 너무 지나쳤어요. 그런 식으로 화를 낸 건
정말로 직업상 도리에 위반되는 것인데……
어쨌든 미안합니다."
- 아빈저 연구소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
사과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는 건 서로의 마음에
앙금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과의 시간이
늦어질수록 더 큰 오해를 남기기도 합니다.
잘못이 있거나, 오해가 있다면
그때그때 풀어주고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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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니까 재작년 초여름의 그것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막냇동생이 입원해 있던 어느 병원에서 병간호한답시고 죽치고 살았던 때입니다.
어느 날 오래전에 일터에서 함께 지냈던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들어 왔지요.
당시는 녀석이나 저나 그 시절 어떻게 지내는지 서로 그 처지를 모르던 상태였었답니다.
그런데 제가 반가운 맘에 상황을 넘겨짚고 녀석에게 대뜸 해서는 안 될 사고를 치고 말았었지요.
녀석이 긴말도 않고 그냥 끊어 버렸습니다.
- 서로 안부나 묻고 훗날 또 만날 걸 약조했다면 참 좋았을 것을 -
그 무안한 순간을 벗어나고자 어떻게 해서든 사과하려 덤볐습니다.
이곳저곳에 전화해서 사방팔방에 녀석에게 잘못했음을 쏟아부었지만, 제 맘속에선 도저히 해갈되지 않는 겁니다.
그때가 밤이었는데 환자 돌보는 처지인데도 너무도 술이 마시고 싶었습니다.
그때까지 살아온 제 삶에서 그토록 뼈저리게 그것이 당겨본 적도 없었을 거라고 좀전에 날짜 확인 차 봤던 그날 밤 기록한 그때의 작은 수첩에 그리 쓰였더군요.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병원현관에서 비 내리는 병원 밖에서 부들부들 맘 떨면서 어찌할 줄을 몰랐었답니다.
밤늦은 시각에 돌봐줘야 할 병실의 동생이 오히려 걱정됐던지 휠체어 밀고 내려와 저를 위로했던 날입니다.
그 잘못에 대한 사과는 그 즉시는 물론이고 그 후로도 몇 번이고 반복되었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사과가 아니라 사랑하는 동생에게 사과받아줄 것을 강제한 협박에 다름없었네요.
사과 이상의 훨씬 더 큰 부담이었을 거로 여겨집니다.
그래요. 저는 사과하는 요령이 없었습니다.
상대에 폐를 끼치고도 어떻게 잘못을 빌어야 할지 그 요령을 몰랐으니 오히려 미움만 키웠을 성 부리네요.
지금 와서 더욱 맘이 숙연해집니다.
녀석의 마누라는 스무 해가 지났건만, 요즘도 어쩌다 통화하면 '아~아. 형! 어떻게 지내?' 하지요.
- 동생아 형이 잘못했다. 네게도 네 마누라에게도 미안하다 뭐하고 지내니? 얘들은 잘 크고? -
※ 인생에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안 좋은 일이지만, 사과하는 요령도 꼭 배워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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