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아직 한창인데 밤하늘이 너무도 일찍이 찾아드네요. ‡
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입니다.
컴퓨터에서 일어났는데 너무도 몸이 찌뿌드드하대요.
요 며칠을 특별한 일도 없었건만 도통 나들이(운동)하지 못했던 걸 깨닫고는 잠깐이라도 나갔다 들어와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맨 처음엔 분명히 그런 맘이었었거든요.
자전거를 끌고 내려갔지요.
막상 도로에 들어섰는데 마땅히 갈만한 데가 떠오르지 않네요.
'하천(영산강 지류)에나 갔다가 올까?'
그렇게 대충 맘 잡고서 제가 하천 길(자전거길)로 들어가려는 길목이 차도에서도 꽤 달려야 하기에 그렇게 해서 마침내 들어서는 지점까지 이르렀는데 금세 맘이 변해서 들어서질 않은 채 계속하여 달리는 겁니다.
그 길을 곧장 달리면 아버님(친구놈 선친) 산소(광주광역시립 묘원-영락공원)가 있거든요.
이전에도 이 길을 달려서 찾았던 경험이 있었으니까 혹시라도 못 찾을 염려가 없어서 그랬던지 달리는 기분은 즐거웠답니다.
그렇게 얼마큼 달렸는데 오른쪽 페달 사이로 자꾸만 바짓가랑이가 걸리는 겁니다.
얼마 전에 동네 자전거 가게에서 체인 덮개를 사서 달았으니 기름에 젖을 리는 없을 걸로 생각했지만, 몇 바퀴를 넘길 때마다 거의 주기적으로 걸리는 겁니다.
아무래도 불안했지요.
그것이 뭐가 됐든지 하던 일이 불안하다가 보면 틀림없이 '안전사고'가 생기더라고요.
적당한 자리에 대충 세웠답니다.
기왕에 멈춰 섰으니 기념으로 사진도 박고 바짓가랑이는 양말 속으로 접어 넣었지요.
그러면 바지가 페달에 걸려서 전혀 거치적거리지 않으니까요.
01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4:57:07
02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4:57:20
03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4:58:49
다리 몽둥이 잡아넣고서 대략 20분쯤을 더 달려서 마침내 아버님이 모셔진 영락공원에 들어섰답니다.
04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5:17:05
그 위치도 아니까 전에 들렀을 때처럼 전혀 헤맬 일 없이 곧바로 산소도 찾아냈고요.
그런데 어느 세월에 벌써 묘비가 들어섰네요.
묘비 뒤쪽에서 보니 예쁜 글귀도 들었습니다.
'어라~ 저게 뭐야. 저건 아니잖아!!!'
사투리 표현이 그대로 쓰여 있네요.
글귀를 부탁한 사람이야 당연히 그런 투로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글귀 묘비에 새기는 석수장이 처지에선 바르게 표현했어야 옳았을 거 같습니다.
만약에 오늘날은 중국 영토가 돼 버린 그 자리 곳곳에도 우리의 선조 '광개토왕 비'가 발견되곤 하는데 거기 써진 글이 그 시절 그 지역 사투리로 새겨졌다면 누구도 그것이 위대한 '광개토왕 비'로 여기질 않을 거예요.
05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5:23:29
06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5:25:00
오래 머물 것도 없이 절 몇 번 하고 내려오려는데 주변 공기가 어째 심상치가 않습니다.
'저렇게 훤한데 왜 이럴까? 괜찮아! 눈이 침침해서 그럴 거야…'
07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5:27:40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게 아니고 그 순간이 해지는 순간이라서 그랬던지 은근히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네요.
08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5:46:30
내려와서는 예전에도 돌아올 때 그랬던 거처럼 멀리 갔던 길을 마다하고 훨씬 빠른 지름길로 오고자 했답니다.
저 멀리에 가끔 운동하면서 들렀던 커다란 고가다리(지야 대교)도 보입니다.
'지야 대교가 저깄는데 걱정할 거 뭐가 있어!!!'
돌아오는 길 얼른 못 찾을까 봐서 은근히 걱정됐던 게 사실입니다.
09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5:53:54
지름길로 돌아오리라는 생각으로 페달에 발 디딘 지 무려 한 시간가량이 지나서야 겨우 집으로 가는 길 갈피를 잡았답니다.
랜턴을 가져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휴대폰 가져간 것도 크게 위안이 되더군요.
그것 지도에서 끊임없이 제 위치를 확인해야 했었는데 워낙 어두워진 지형에서 방위각(동서남북)을 제대로 못 잡으니 그 또한 가던 길 몇 번이고 되돌려야 했었답니다.
10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6:44:26
이윽고 아파트 도로에 자전거를 세우고 이제부터는 내려서 끌고 가야 할 지점에까지 찾아왔네요.
11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6:51:10
흐흐 어리석으면서도 한편으론 대견합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박았지요.
12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오후 6:53:23
돌이켜보면 아버님 산소가 있는 그 자리 꽤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곳 영락공원에 들어서기 직전 도로 2킬로미터 가량은 끊임없이 오르는 길이거든요.
오르는 길이라고 해서 엄청난 경사도 아닙니다.
어제도 땀 뻘뻘 흘리면서 도착했지만, 내려올 때의 그 상쾌한 기분은 오르면서 겪었던 고통(?)의 천만 배도 넘을 만치 시원했었거든요.
새로운 운동 코스에 인제부터 그곳이 더해질 것입니다.
어제는 물론 세차게 달려 내려오면서 잠깐 멈추고는 거꾸로 되돌아가기도 했답니다.
지난번에 찾아가면서 돌아올 때 어느 지점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면장갑 한 켤레를 잃어버렸었거든요.
어제 세차게 내려오는데 어느 지점에서 유난히 희색 물체가 있는 걸 보았답니다.
너무도 빠른 속도였기에 강하게 브레이크 때릴 수가 없어서 부드럽게 잡아서 돌려세우곤 세차게 올라가서 확인했지요.
안타깝게도 그 게 장갑이 아니었습니다.
가로수를 빙 둘러서 박아둔 '조경수 방호벽'이라고 불러야 옳으려나 그런 벽돌이었는데 그 하얀 벽돌이 유난히도 하얀빛을 반사했기에 제가 속았던 겁니다.
어쨌든 어제 톡톡히 운동했지요.
'아버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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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이 포스트에는 몇 개의 그림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환경에 따라서 그것 그림과 만나는 시각이 다를 거에요.
만약에 약간 기다려도 보이지 않을 경우엔 사진 표시에
오른 마우스를 누르고서 팝업되는 메뉴에서 '사진 표시'를 눌러보세요.
그림 '속성'을 떠서 주소 줄에 넣고 때려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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