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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니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황당했던 이야기 †

 

며칠 전(일요일)부터 시작한 일입니다.

그날은 전에 들리기로 했던 옛 동료 병실에 문병을 다녀오는 길이었어요.

함께 나섰던 제 동생이나 저나 돌아오는 길이 무료했답니다.

 

그래서 궁리하던 중 동생이 또 다른 여동생(동생에게는 누나)한테 전화를 넣더라고요.

그 여동생 머리가 어지러울 때마다 절을 찾는 걸로 보이던데 그날도 물 만난 고기처럼 '영광'에 있는 '불갑사'라는 절로 가자고 하데요.

 

남동생이 울타리(광주) 안에서는 내비게이션 잘도 찍던데 그날은 '불갑사' 찍으려고 무척 헤맸답니다.

'영광'이나 '불갑사' 찍으면 '광주'에 있는 무슨 '식당'이나 '노래방' 같은 것이 주로 걸렸는가 보더라고요.

 

저는 그것도 저것도 모르니까 잠자코 기다리기만 했었는데 남동생이나 여동생 나중에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모양새가 내비게이션도 '지역 설정'이라는 탭이 있나 보던데 그걸로 어떻게 해서 결국은 목적했던 '불갑사'를 찍어냈어요.

차량 운전 중에 그것 박으려니까 곁에 앉았던 저로서는 불안하기까지 했던 게 사실입니다.

나중에 갓길에 세우고서 목적지 맞추고서 출발하니까 한결 개운해지긴 했었지만 말입니다.

 

여동생 말로도 내비게이션에 찍힌 시간으로도 40분 남짓 걸릴 거라고 했었는데 40분은 개똥 한 시간도 더 걸리더라고요.

아~ 아니다.

막상 불갑사 입구에 이르러서는 날이 저물어지자 절 쪽으로 가는 걸 포기하고서 해안도로를 달리기로 바꿨답니다.

그러고는 돌면서 길가 적당한 곳에 내려 바람도 쐬고 돌아왔지요.

 

돌아오는 길에 여동생도 데려다 줄 겸 여동생 집으로 들렀답니다.

남동생이 여기저기를 둘러보네요.

 

그러면서 구석 자리에 놓인 쓰지 않는 모니터(20인치도 더 되어 보이는 LCD 모니터)를 지목하면서 왜 거기 놓였는지를 묻습니다.

그러니까 여동생이 그 사연을 자초지종 말하면서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그러는 겁니다.

그 까닭의 대충은 이렇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제가 11번가 어느 쇼핑 사이트에 속아서 사들였다가(혹시 15인치 LCD 모니터…) 쓰지도 못하고 어떻게 해서 또 다른 남동생한테 줬던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거 남동생도 마뜩잖았던지 그것이 다시 여동생에게로 갔다는 겁니다.

마침 인터넷 강의에 심취했다는 여동생의 딸내미가 '커다란 LCD 모니터'보다 차라리 '조그만 LCD 모니터'가 더 공부집중이 수월했다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그 커다란 놈이 찬밥 신세가 되어 나뒹굴게 된 거랍니다.

 

여동생이 가져가도 좋다는 이야길 했을 때 제 남동생 얼씨구나 했겠지요.

녀석이 쓰고 있던 모니터는 뒤꽁무니가 볼록 나왔기에 그러잖아도 좁은 컴퓨터 책상에서 자판을 올려둘 자리도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얇디얇은 LCD 모니터가 무척이나 필요했을 겁니다.

 

그날 저녁에 가져오자마자 제 딴엔 뭔가 좀 안답시고 재빨리 바꿔주려고 했었답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모니터에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겁니다.

 

컴퓨터와 연결한 단자를 빼면 분명히 모니터에 뭔가가 움직이는데 컴퓨터에 꽂기만 하면 즉시 먹통이 돼버렸거든요.

밤은 늦고 동생은 일 다니니까 자야 할 것이고…

하는 수 없이 그날 밤은 그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답니다.

 

다음날(월요일)인 어제가 되었지요.

저는 버릇대로 동생 컴퓨터는 깜빡 잊고 지내다가 거실에서 동생의 CRT 모니터를 보고서 그때야 어젯밤 일을 짐작하고는 동생 방으로 들어갔지요.

 

원초적으로 다시 시험해 보기로 작정하고선 가장 먼저는 모니터부터 정상으로 돌아가는지 시험하기로 맘먹습니다.

모니터를 떼다가 제 컴퓨터에 연결하고선 컴퓨터를 켰더니 너무나도 멀쩡하게 잘 나오네요.

그런데 화면이 너무도 크기에 제 스타일은 아니더라고요.

어차피 동생 것이니까…

그렇게도 이번엔 그대로 동생 컴퓨터에 연결하고는 컴퓨터를 켰는데 역시나 먹통입니다.

 

부랴부랴 인터넷을 켜고는 검색까지 했답니다.

검색했는데 그 대답의 대다수가 제가 아는 선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겨우 나온다는 답이 '머더보드'에서 '그래픽카드'를 뽑고는 접착 면을 지우개로 닦은 뒤에 다시 꽂아보라는 이야기 정도더라고요.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그거라도 시도해 보기로 했답니다.

제 컴퓨터에서 예전에 그와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그때 당시엔 '메모리카드'가 헐겁게 꽂혔기에 부팅도 안 되었고 모니터마저도 먹통이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래픽카드를 뽑고는 거기 접촉면을 드라이버 날카로운 부분을 써서 긁히게끔 앞뒤로 몇 번이나 긁어 버리고선 꽂았답니다.

아무래도 긁힌 자국이 있으면 접촉면이 더 밀착해서 접촉하겠지요.

그런 기대를 하면서 컴퓨터 덮개를 닫고서 전원을 켜봤답니다.

그랬는데 역시나 먹통입니다.

'어이구 열 받네!!!'

 

인제 제 컴퓨터 하고는 뭐가 틀렸는지 일일이 대조할 생각으로 제 컴퓨터 뒤꽁무니를 다시금 쳐다보았네요.

'그래! 왼쪽으로 마우스하고 키보드 자리 밑으로 모니터 꽂을 곳 암놈이 있잖느냐!!!'

- 내가 그 정도도 모를 줄 알아!!! -

 

'그냥 이렇게 꽂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어려워!'

 

그러고는 동생 컴퓨터를 돌려서 뒤꽁무니가 보이게끔 배치했답니다.

인제 와서 자세히 보니 모니터 꼽는 곳이 두 군데나 보이지 뭐에요.

'이거 뭐야! 뭐 이런 것이 다 있었나!!!'

컴퓨터 뚜껑까지 열었었건만 그것을 미처 못 봤답니다.

 

저는 여태 제 컴퓨터와 똑같이 위쪽(메인보드에 내장된 그래픽카드)으로만 꽂았었거든요.

 

이제라도 발견했으니 아래쪽(베이를 뜯어내고 꽂는 외장형 그래픽카드)에 모니터를 꽂아 보네요.

 

그러고서 컴퓨터를 켰더니 켜지는 소리까지 경쾌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모니터에 켜지는 과정이 보였답니다.

- 여기서 제 맘이 그냥 날아갔지요. -

아래 그림은 사실 어제 박은 거고요, 나머지 그림은 오늘 이 글 쓰려고 박게 된 그림입니다.

 

바로 위쪽 그림에서 봐도 티가 나겠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좁은 컴퓨터 책상에서 프린터 탓에 아직은 좁고 어수선했었거든요.

그런데 동생이 그랬던지 밤새 깔끔하게 정리했네요.

물론 지금의 모습은 제가 사진 박으면서 잠시 비틀었던 그것을 제자리로 돌려둔 그림이지만 말입니다.

 

정리할게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말이 있듯이 어설픈 제 실력
과신하지 말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서 세상 살자!

뭐 그따위 이야길 하려고 이렇게 길게 썼습니다.

동생이 퇴근해서는 대뜸 그러네요.

'수고했어요. 형님! 자 수고비!!!'

'놔두어라. 사실 형이 일을 그르쳐서 그렇게 돼버렸는데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 안 그러냐!!!'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