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애님 건강하고 활달하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어제 오후에 그랬습니다.
무심코 본 텔레비전의 일기예보에선 날씨가 무척 화창하고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러잖아도 요즘 바깥 활동이 도통 탓도 있었지만, 더 며칠 전 얻게 된 안경 탓에라도 나가보고 싶었답니다.
95년도에 입었던 엄청난 장애 탓에 시신경에도 영향을 끼쳤던지 복시(초점이 따로따로인 현상)가 되고 말았답니다.
그러잖아도 나쁜 시력에 안경까지도 낄 수가 없었으니 무척 불편하더라고요.
아파트 단지 안에 마침 안경원이 있거든요.
작년에는 큰맘 먹고서 거기를 찾아가 문의했더니 복시라고 해서 아예 안경을 착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요,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안과에 가서 자신의 환경에 맞게 맞춰야 한다네요.
그거 검사하는 데만도 2십오만 원쯤 들 거라고 그랬답니다.
검사하는 데만도 그 정도이니 안경까지 보태면 얼마나 더 들겠어요.
그때는 그래서 제 눈이 얼른 좋아지긴 힘들 거라고 체념한 채로 돌아왔었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에 시골에서 오신 사촌 형님을 만나려고 마중 나가던 길에 시내(시외버스터미널)에 나갈 일이 있었답니다.
도착한다는 시각엔 충분히 여유가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막냇동생과 함께 일찍이 나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갔었지요.
터미널에 도착해 보니 아닌 게 아니라 너무도 빨리 나온 바람에 형님이 당도할 시각보다 무려 한 시간 반가량이나 시간이 남았더군요.
그래서 하릴없이 노닥거리느니 근처에 백화점이나 둘러보고 오자고 하네요.
저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나중에 백화점으로 내려가면서 생각하니까 슬리퍼가 떠오르더라고요.
제가 밤늦은 시간까지 컴퓨터에서 노닥거릴 때가 잦은 편인데 그러다 보니까 자정을 넘어 두세 시경에 화장실 들를 일도 잦을 게 뻔하잖아요.
그 늦은 시각에 화장실에 들러서 슬리퍼를 신고 있으면 꼭 삑삑거리는 끌리는 소린지 바람 빠지는 소린지 몰라도 뭐 높은 주파수의 그딴 소리가 새어나와서 무척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슬리퍼들 살폈었는데 너무도 비쌌답니다.
그래서 포기하고서 여기저기를 두르던 중 헤드폰이 보이기에 물끄러미 다가가서 살짝 만져봤었지요.
'왜 그것 필요해요? 사드릴 테니 가져와요!'
동생이 그랬습니다.
'아니야. 있으면 뭐하니. 텔레비전이 바로 눈앞에 있어야 겨우 보는데 헤드폰이 있어봐야 그림의 떡이지'
'그러면 형님 안경 사러 가요!'
'내 눈이 복신데 이곳에 그런 안경이 있겠니?'
그러는 순간 동생은 벌써 매장 안내원한테 이것저것을 물어보네요.
그렇게 해서 안경원을 찾아갔는데요.
주인장한테 제 몸의 상태를 소상하게 말하면서 그런 안경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그랬더니 일단 검사부터 해 보자고 그랬었지요.
이리 끼고 저리 끼고 하면서 대략 5~10분은 걸렸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선 엄청나게 잘 보이는 지점이 있지 않겠어요.
깜짝 놀라서 어찌 이런 일도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럽니다.
머리(시신경)가 심하게 충격을 받으면 한때 복시가 올 수도 있다고 그러는 겁니다.
그러면서 안정을 찾으면 복시도 사라진다네요.
저는 좀 어지럽다고 그랬더니 그건 복시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안경에 적응을 못 해서 그런답니다.
또 가까이 있는 것은 안경이 더 불편하다고 그랬더니 그건 또 '노안'이라서 그렇다네요.
가까이 보는 안경은 또 따로 맞춰야 한다네요.
그러니까 제가 쓴 안경은 엄청난 돋보기라는 거였지요.
'노안'이라는 말에 기분이 살짝 금이 갔지만, 복시현상이 거의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어찌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릅니다.
안경테까지 모두 하니까 얼추 30만 원을 약간 넘어선 것 같았었는데 동생이 계산해주어 그 가격은 저도 정확히 모르겠네요.
하여튼, 그거 안경 하느라고 시간을 축낸 바람에 시골형님이 오히려 우릴 먼저 찾았답니다.
그나저나 그 뒤로는 그 안경 쓰고서 바깥출입이 없었기에 어제는 시험도 해볼 겸 운동도 할 겸 겸사겸사 나갔었지요.
바깥에서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써보는 탓인지 안경알의 형태가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그런지 여전히 안경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어지럽더라고요.
그래도 가능한 한 꾹 참고서 벗지 않으려고 애썼답니다.
장시간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버릇들이고 나면 일상에서도 써질 것도 같았답니다.
어제는 될 수 있으면 시골향기가 풍기는 길(영산강 둔치 자전거길)을 역부로 들어선 탓인지 곳곳에서 나물 캐는 아주머니를 만났었지요.
그러고 마음은 더없이 상쾌하고 뿌듯했는데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페달의 곡조는 오묘합니다.
'~ 가다 보면 어느새 그 바닷가 바닷가~'
계속하여 그것만 읊조렸지요.
가사도 떠오르지 않고 제목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 곡조만큼은 밟아대는 페달마다 새 나왔었지요.
저녁에 컴퓨터에 않아서 드디어 알았답니다.
그것도 컴퓨터에 깔린 아주 빠른 검색엔진(Search Everything)에서도 한참이나 헤매고 난 뒤에야 알아냈지요.
어렴풋이 떠올랐던 '젊은날의 초상'으로 검색했는데 아무래도 나오질 않는 겁니다.
잘 나오지 않기에 '젊은날'은 빼고 '초상'만을 남겼더니 순식간에 보였답니다.
'젊은 날의 초상.mp3'
저의 못된 버릇 탓에 그런 거지요.
우리가 듣는 가요 중엔 꽤 많은 노래가 가사는 접어두고 제목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국문법과 너무도 다른 곡이 많이 있거든요.
어리석게도 제가 그걸 바꿔버린 통에 찾는데 그렇게도 힘들었던 거에요.
보고 싶네요. 한경애님~ 어디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시지요?
그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 두고두고 기억할 테니까 언제까지고 건강하셔야 해요.
한경애님 건강하고 활달하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젊은날의 초상
라 라 라 라 라~~
가다 보면 어느새 그 바닷가 바닷가
작은 섬넘어로 그대 있을 것 같아 나 여기까지 왔어요
외로워서 만나서 허~ 외롭게 헤어져
외로운 사람끼리 히~ 잊지 말고 살아요
눈물 많은 사람끼리 히~ 서로 잊지 말아요 허~ 허~
가다 보면 어느새 그 건널목 건널목
기차가 지나면 그대 있을 것 같아
나 여기까지 왔어요
나 나 나 나 나~~
외로워서 만나서 허~ 외롭게 헤어져
외로운 사람끼리 히~ 잊지 말고 살아요
눈물 많은 사람끼리 히~ 서로 잊지 말아요 허~허~
가다보면 어느새 그 벤치 그 벤치
귀에 익은 그 목소리 들려올 것만 같아
나 여기까지 왔어요
나 나 나~~ 나 나 나~~
무려 20여 년 만에 다시 안경을 써 봅니다.
안경을 쓰니 마음에도 환하게 불이 켜지는 듯싶습니다.
동생아~ 막냇동생아~ 고맙다. 네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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