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천사 가겠노라고 집 나서기는 했지마는… ♣
일요일 낮이고 특별히 할 일도 없고 하여 아침도 거른 채 그냥 텔레비전 앞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지요.
정오쯤 됐을 시각입니다.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에 대답했더니 동생이 빼꼼 들여다보면서 그렇네요.
'형님! 바람이나 쐬러 가요?'
'…'
'강천사 가면 좋을 것 같은데…'
'강천사? 거기 꽤 멀건데…'
'다 조사해 봤는데 여기서 한 시간밖에 안 걸려요! 어머니하고도 이야기 다 됐어요!'
'밖에는 몹시 덥더라! 얇게 입고 나와라!'
그때쯤엔 평소답지 않게(교회에 나다니시는데 평소엔 오후 네 시쯤에나 들어오십니다.) 어느 세월에 벌써 다녀오셨는지 어머님 들뜨신 목소리가 낭랑합니다.
전에 등산복이라고 싸구려 바지 사둔 게 어디에 있을 텐데 급하게 찾으니까 아무래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위쪽은 그냥 운동복 상의를 걸쳤으니까 밑으로는 등산복이 받혀주면 안성맞춤이 아니겠어요?
그렇게 장롱에 이짝저짝을 한참이나 헤매는 중인데 딱하게 보였던지 동생이 운동복 바지와 면도용 거품 발생기를 가져다줍니다.
정말 무척 오래간만에 순전히 바람 쐬는 걸 목적으로 가족 나들이를 떠날 참이기에 면도는 필수가 되었겠지요.
또 난생처음으로 거품 발생기를 써보는데 이거 아주 딱 좋습니다.
터럭도 없는 놈이 면도 한 번씩 하려면 그야말로 날 잡아서 단단히 맘 다잡고 해야 했었거든요.
자칫하면 면도날이 얼굴을 베어버리기에 따뜻한 물로 터럭이 부드럽게 불려둬야 했었지요, 또 잘 쓰지도 않는 세제(세숫비누)를 그 순간만큼은 얼굴 사방을 뒤덮게끔 문질러야 했었지요.
거기다가 면도날 씹히면 그거 두들기랴 비누칠 다시 하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답니다.
자칫 방심하다간 면도날에 노출되어 붉은 피로 범벅이기 일쑤였고 말입니다.
그런데 거품기 그것 흔들어서 요리조리 쓱쓱 문질렀는데도 부드럽게 밀어지는 거 있죠?
물론 처음엔 그거 잘 모르니까 부드럽게 하려고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서 머리통이 흠뻑 절여지게끔 따스운 물 내리 쐬긴 했지만 말입니다.
기왕에 바람 쐬러 가기로 한 거 시간 지체가 부정 탈까 싶기에 나가면서 아파트 인근 상가에서 빵으로 푸짐하게 사 들고 출발했었지요.
그 시각이 아마도 오후 1시가 조금 못 되었을 때나 될 것입니다.
동생 말대로 녀석의 차로 부지런히 나섰더니 강천사가 4~5킬로쯤 못 미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까지만 해도 순탄하게 잘 나가더라고요.
그러나 웬걸 그 자리쯤 지나니까 갑자기 눈앞으로 끝도 없이 승용차들이 늘어선 거 있죠?
'아~ 애초에 꿈꿨던 바람(강천사에 오르는 것)은 도통 글렀다!'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세월아 네월아 하고 그냥 사람구경, 차 구경, 들판에 나락 구경이나 합시다!'
그야말로 거북이걸음으로 꾸역꾸역 들어갔지요.
여기가 강천사에서 1킬로가 못 미치는 지점인데 바람 쐬겠다고 나와서 기념으로
박은 사진이라곤 달랑 이거 한 장뿐이랍니다.
지금 이 글 쓰면서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본 사진의 정보이지요.
어떻게 하여 강천사 바로 앞까지 가긴 갔지만, 그 자리가 좁고 복잡하여 차 세워봐야 재미도 없을 것 같기에 아예 바깥으로 내뺐답니다.
비록 애초에 목적했던 강천사 경내에 들리진 않았지만, 바람만큼은 그럭저럭 쐬고 온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묵직하고 답답한 이 가슴이 확 뚫린 것은 아니기에 아직도 더 많은 바람이 쐬고 싶네요.
이런 겁니다.
후보를 그러니까 대선 후보를 다 큰 놈이 아직도 결정짓지 못했다는 거!
그것이 무척 오래전부터 제가 답답한 이유거든요.
'안철수 씨!' 오래전부터 참 좋은 분으로 여겼습니다.
좋아한 거 하고 그분이 정계에서 일하기를 바라는 거 하고는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래서 서울시장 얘기 때부터 반대했었는데 대선에 나오는 문제는 말할 것도 없었겠지요.
그때까지만 해도 마땅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었기에 당신이 출마하지 않는 대신
당신이 누르는 리모컨대로 따라 하겠노라고 줏대도 없이 말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김근태 씨'가 가셨던 날 잠깐 흔들리긴 했었지만, 지금도 그때의 그 말도 안 되는
(다 큰 놈 처지에 줏대도 없이) 그런 황당한 구도에서 한치도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예쁜 벗들이 만들어 낼 줄 알았었는데 그때까지만 임시변통으로 개똥철학을
지니고 있으려 했었는데 아~ 미치겠네요.
87년 게거품 물고 난리 칠 때부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투표해 왔었는데
어쩌면 요번 대선에서 그것이 깨질지도 모르겠네요.
인제 와서는 제가 술도 안 먹기로 한 처지라서 어쩌면 돌아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려면 설마 비겁하게 그냥 돌게끔 그냥 내버려둬도 괜찮겠어요?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까 바람 좀 더 쐐서 여리더라도 가슴으로
푸른 꿈 키우게끔 휘파람 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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