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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람이 있기에 제가 자꾸 즐거운가 봅니다. ♥

 

실은 그제 바깥 나들이하려고 나갔었습니다.

그러니까 그제 이야긴데 나들이하려고 차림을 점검하고서 자전거를 끌고 내려갔었지요.

먼저 헬멧 문제로 예전에 자전거 대리점 주인장님과 약속해둔 것도 있고 하여 전화를 넣었더니 10분쯤 뒤에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랬거든요.

그 시간에 맞춰서 그곳으로 나가는 길입니다.

길 건너편에 대리점이 있는데 벌써 나와서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저는 인사하고서 대뜸 헬멧보다는 변속기 이야기를 먼저 꺼냈었지요.

21단 기어인데 앞쪽 기어에서 가장 큰 휠 쪽으로는 체인이 걸리지 않는 문제가 처음 들여올 때부터 있었거든요.

제 이야기를 듣는지 마는지 당신은 또 대뜸 그럽니다.

'그거 변속기 통째로 손봐야 하니까 비용도 많이 들어요!'

그쯤에서 더는 말해봤자 도움받지 못할 거 같기에 헬멧이야기를 꺼냈더니 가게 안으로 가서는 하나를 들고 나옵니다.

제 눈에도 그것이 좀 작아 보였는데 먼저 그러네요.

'이것이 얘들 것이라서 안 들어갈지도 모르겠네요. 이리 대봐요. 써 보게~'

턱 바치는 그것을 더 길게 빼내더니 제 머리에 씌웠습니다.

'어! 들어가네. 머리에 딱 맞습니다!'

'글쎄 그렇네요. 그나저나 요거 얼마나 드릴까요?'

'…'

아주 짧은 적막이 스치더니 아주 나지막한 말로 그럽니다.

'그냥 가져가요'

'뭐라고요! 그냥 가져가라니요?'

'그냥 가져가라니까요. 그거 찾아다니면서 혹시 머리에 안 맞을까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그러니 그냥 가져가세요. 머리에 맞으니 저도 기분 좋습니다.'

'아이고 이거 고맙습니다!'

그날 고마움에 몇 번이나 머리 조아렸는지 모르겠네요.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당장 나들이에 나설 수는 없었답니다.

왜냐면 들뜬 맘으로 고속으로 달리는 차 속에 끼었다간 아무래도 문제가 생길 것 같았거든요.

그날 정신을 가다듬고 출발하려고 집으로 다시 들어왔었지요.

그러다가 맘이 좀 가라앉았다 싶었기에 자전거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페달을 밟는 순간 자전거 뒤쪽에 달아야 할 깜빡이를 그냥 두고 온 것을 깨달았지요.

부랴부랴 자전거를 다시 끌고 올라가서 얼른 깜빡이 챙겨 내려왔었지요.

그러고 다시 출발하려는 순간 이번엔 방금 받았던 헬멧을 두고 온 거 있죠.

'나 이런 정신 좀 봐라!'

그때쯤엔 이미 들떴던 맘이 가라앉았을 거로 여겼었는데 실제론 그러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두 번째 올라서 모든 거 챙기고서 내려와 출발했었지요.

아파트를 벗어나 100미터 아니 50미터쯤 지날 때였습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집니다.

'크크… 하늘이 내 앞길을 막는구나…'

결국, 그날은 출발하지 못하고 어제 떠났던 것입니다.

 

그제의 경험을 되살려 어제는 자못 알차게 준비했었답니다.

먼저 준비물부터 다시 점검했지요.

자전거가 갑자기 고장 날 것을 대비해 가져가야 할 것들입니다.

ⓐ 차림새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면장갑 한 켤레

ⓑ 수리할 때 쓰는 공구로 스패너 하나

ⓒ 위험한 길 달릴 때 필요한 깜빡이 하나

ⓓ 통신장비로 수준이 높아진 스마트 폰

ⓔ 이 모든 걸 깔끔하게 담아갈 용기(안전 백) 하나

 

이 정도라면 물이 없어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거의 완벽에 가깝다고 자부하면서 아파트를 내려갔었습니다.

아주 기분 좋게 현관을 나섰었는데 경비실을 지나 막 페달을 밟는 순간 뭔가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지요.

페달이 돌지 않는 거에요.

한쪽 발로 중심을 잡고서 나머지 발을 이용해 돌려보려고 계속 움직여 봤건만, 그게 잘 안 됩니다.

아파트를 나서면 차도이기에 그 자리에서 두어 바퀴를 돌면서 시도했는데 불발입니다.

멈춰 서서 뒤쪽의 기어를 자세히 살피니 체인이 기어에서 벗어난 듯 보였답니다.

눈이 나쁜 저로서는 안장에 올라탄 채로는 확인할 수 없기에 드디어 내려섰답니다.

내려서서 보니 체인이 가장 작은 기어와 그 바깥쪽의 프레임 사이에 끼어서 글쎄 앞으로도 뒤로도 못 가고 옴짝달싹 못 한 상태였지 뭐였겠어요.

얼른 안전 백(아파트 근처 모 한방병원에서 줬던 시장바구니)에서 스패너를 꺼내고 그걸로 받쳐가면서 체인이 기어에 걸리게끔 손에 기름 안 묻게끔 조심스럽게 작업을 진행했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장갑 가지고 나갔으니까 장갑을 끼고 했으면 훨씬 쉽게 작업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는 맘이 급해서 그랬던지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작업에 들었었지요.

체인이 걸리니까 집에서부터 켜두었던 스마트폰의 노래 음량을 최대로 올리고서 페달을 밟았습니다.

하여튼, 이래저래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결국은 예전에도 한번 들렸던 냇가로 다시 나왔습니다.

 

01. 나들이 자체가 맘에 여유 좀 갖자는 거였는데 냇가를 흐르는 물빛이 거기에 맞춰주지 않네요

어차피 놀러 나온 놈이 물빛이 좀 흐린들 어떻습니까?

다 우리가 잘못 뿌린 오염물 탓에 이리된 것을…

그래도 나지막이 찰랑거리며 흐르는 그 모습이 참 좋습니다.

 

 

02. 오히려 수심은 물빛에 있는 게 아니고 제 몰골에 있는 듯하네요.

머리는 어느덧 허옇게 새 나가고…

주름은 주름대로 깊어져 가는데…

 

 

03. 하늘이 알까 땅이 알까? 아주 짧은 순간이나마 상념에 젖어 보기도 했었지요.

 

04. 그러다가 바닥에 굳건하게 깔린 돌을 보면서 또다시 시원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널찍하게 돌이 깔렸으면 단단한 기초를 보는 거 같아서 그런지 맘이 한결 편해지곤 하거든요.

그런 편한 맘으로 집으로 들어왔답니다.

 

 

05. 차량이 쌩쌩 달리던 도로에선 틀었던 노래 거의 못 들었습니다.

차 소리에 노랫소리는 아예 차단되었었거든요.

그러다가 좀 느슨한 길에 들어서면 그때 가서야 노래가 들리곤 했었답니다.

그런데 그 해결책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었지요.

적어도 큰길에서 아파트단지 안 길에 들어섰을 때까진 말입니다.

마침 양희은 누님의 '아침이슬'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맞아 그래! 이어폰을 끼면 되겠구나!'

돌아와서 안전 백에 들었던 모든 걸 꺼내 놓고 한방 박았습니다.

물론 혹시 잊을지도 모르니까 잽싸게 이어폰도 가져와서 함께 담아두려고 곁에 두었거든요.

그리고 아까는 잊었는데 인제 예전과 달리 헬멧을 써야 하니까 흐트러진 머리칼을 위하여 솔빗도 한 자루 넣었었네요.

그리고 담배를 안 피우니까 쓸 때도 없는 라이터도 가져갔었습니다.

이것이 며칠 전 새로 산 가스레인지를 들이기 전에 고장 났던 가스레인지에 불붙이려고 동생한테 부탁해서 얻은 기막힌 라이터(부싯돌이 아닌 압전을 이용해 불꽃을 만드는)거든요.

그래서 제가 특별히 애지중지(귀중품)하는 라이터라서 안전 백에 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06. 오늘 이야기의 제목이 '이런 사람이 있기에 제가 자꾸 즐거운가 봅니다.'인데 생뚱맞은 소리만 열거하고 말았지요.

그러나 따져놓고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만약에 제게 헬멧이 없었다면 그렇게 편안하고 느긋하게 나들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제 맘에 커다란 여유 심어준 자전거 대리점 주인장님께 그 고마움 전하면서 맺을게요.

벌써 날이 다 새 가네요.

여러분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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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 써갈 지점에서 그림을 살피는 중에 너무나도 황당한 걸 발견합니다.

휴대폰 캡쳐한 그림 속의 노래제목이 틀렸네요.

하필이면 캡쳐하는 순간에 틀린 제목의 그것이 울릴 줄이야!

잠시 뒤엔 그걸 또 바꿔야겠군요.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