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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쓰는 편지 공모 당선작 → 고백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

 

- 김용택 <참 좋은 당신> -

 

 

시골의 작은 기관에서 80분 어르신을 섬기며

생활하는 복지사입니다. 견디기 어려운 일들이

너무 많아 모두 놓아버리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저도

이런 고백을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 [2011년 마음에 쓰는 편지 공모 당선작] 김진석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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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란[명사]

1. 집 뒤 울타리의 안.

2. [방언] ‘뒤뜰(집채의 뒤에 있는 뜰)’의 방언(평안).

[유의어] 뒷마당, 뒤뜰, 뒤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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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다 말고 추억 속에서 한참이나 뒤척이고 있습니다.

글에 알 듯 말 듯한 단어 '뒤란'이란 것이 들었기에 그걸

사전에서 찾아 써 놓고자 했었습니다.

사전보기 이전에 미리 짐작했었던 단어와 맥이 같습니다.

다만, 제 어렸을 적에 거기 '뒤란'을 저와 함께 살았던

우리 가족은 '뒤안'으로 불렀던 거 같습니다.

제 살았던 곳이 전라도 고흥이었거든요.

그리고 그 단어도 다른 가족과 함께 쓸 일은 거의 없기에 아마도

우리 가족만의 비틀어진 발음의 사투리가 아니었을까도 여겨지네요.

그 실상은 뭐가 됐든 관심 밖이고요, 제가 추억 속에서

헤매고 찾았던 건 제 살았던 집의 구조가 궁금했던 겁니다.

'그때 우리 집 뒤란이 어떻게 생겼었지?'

여기서 그때는 대략 마흔 해도 지난 이야깁니다.

산중 오두막에 살았었는데 거기 살다가 바닷가로

이사를 내려왔거든요.

바닷가 집에선 서른 해쯤 전까지 살았는데 거기

우리 집에도 뒤란이 있었는지 잊었습니다.

어머님께 물어보면 금방 떠올릴 것도 같은데

지금은 오밤중이라서 주무시는 어머님 깨울 수도 없고…

추억을 더듬고 더듬어서 골격을 짜보고는 그래도

생각나지 않으면 아침에 날 밝으면 물어보고 싶네요.

 

사방에 돌담을 쌓다가 황당하게도 아버님께선 어머님 홀로 남기시고
군대에 가버렸다는 그 옛날 산중의 우리 집 모양새에요.

 

여름날 태풍이 몰아치면 마당에까지 파도가 휩쓸고 왔던 바닷바람이
엄청나게 좋았던 해변의 우리 집 모양새입니다.

시골의 우리 집 두 채 모두 당연히 초가집이지요.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했건마는 무심하게 흐르는 세월 앞에

이겨낼 장사 없는 거 같습니다.

고향 집이 언제나 눈에 선한 듯했건만, 막상 빗물이 뚝뚝 흐르던 초가지붕

안에서 꿈틀 이던 굼벵이 그려보라면 모르겠습니다.

그놈 발이 네 개였던지 여덟 개였던지…

산중에 살 때는 여름날 바깥마당에 멍석에 누워 별을 헤곤 했었답니다.

60년대 말 그 시절에 모기향이나 모기약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곁에 모깃불 피운 멍석에서 밤새도록 행복했었거든요.

정월 대보름날 밤은 잠들지 말아야 했습니다.

또 아침엔 누가 불러도 먼저 대답해선 안 되었고요, 복이 달아나거든요.

보름날 밤엔(저희는 어젯밤에 보름을 샜습니다.) 커다란 김 한 장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거기에 김밥을 만들어 뒀었지요.

그것도 찰밥에 나물을 넣고 지금처럼 냉장고 모르던 시절이라 장독 위에

팥죽 담아 올려놓듯 김밥도 올려놓곤 했었답니다.

아~ 그 산중이 그립습니다.

장독 놓인 자리 곁으로 밤이면 하얀 꽃이 하얀 백설처럼 만발했다가

날이 새면 귀신처럼 사라져 버렸던 그 산중의 뻐꾸기 울던 밤하늘도 그립습니다.

곧 날이 새겠지요.

그러면 옛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어머니께서 노인정에 가시기 전에 그것도 꼭 물어볼까 합니다.

'우리가 바닷가로 막 이사 내려왔을 땐 집 뒤쪽으로

뒤안이 좀 있었던 거 같은데 맞지요. 어머니?'

Posted by 중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