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좋고 알아먹기도 쉬운 좋은 우리말 세 부렸는데 하필이면 듣기도 거북한 코멘트야?
제가 지닌 사이트 중 하나인 파란에 딸린 블로그 이야긴데요.
게시판 구조가 '제목 - 본문 - 태그 그리고 코멘트'로 되어 있습니다.
제목, 본문, 태그까지야 다른 웹 사이트의 게시판 구조와 다를 건 없지만, 왜 하필이면 끝에 붙은 꼬리표가 어려운 말로 되었을까요?
'노코멘트' 정도는 저도 가끔 들어봐서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정작 '코멘트'라는 소리는 뭔 소린지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웹 사이트에 있는 사전을 펼치고서 찾아보니 이렇게 써졌네요.
그냥 다른 사이트처럼 '댓글', '덧글', '답글' 하다못해 거기 사전에 나온 거처럼 차라리 '논평', '언급', '지적'이라고 써두지 그랬을까?
아름다운 우리말을 많이 썼다는 문인 '정지용'의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가 문득 머리끝을 스쳐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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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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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아름다움을 넘어 사람의 심장까지도 뒤집어 버리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2000년도가 아직 멀었던 어느 해에 중증장애인에 무료로 베푸는 어느 컴퓨터 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지요.
거기 컴퓨터 학원에서 내준 자판 타자 연습용으로 건네준 책에서 처음 이 시를 접했었지요.
너무도 감동해서 그날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습니다.
이렇게 쓰다보니까 그 시절 저와 비슷했던 동기 둘이 떠오릅니다.
비슷한 처지라서 그랬던지 그 순간만큼은 얼른 통했건만, 사는 곳이 먼 탓인지 아니면 세월 탓인지 까맣게 잊어먹었네요.
자판기에서 어떻게 커피를 뽑고도 서로에게 전달하기가 무척 어려웠답니다.
팔이며 다리 하다못해 몸뚱이마저 너무도 흔들렸으니까 상대에게 커피가 든 종이컵을 건네는(옮기는) 일은 거의 요즘 말로 달인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한 일이었거든요
그 짓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또 절반은 쏟았지만, 서로의 목구멍에 조금씩 담았던 그때입니다.
그때의 동기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세요?
제가 잊어먹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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