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얼마나 추웠던지 숨이 멎을 것만 같았어요.
오늘 아침에 얼마나 추웠던지 숨이 멎을 것만 같았어요.
새벽에 너무나도 추워서 자꾸만 몸 뒤척였는데 그 추위는 추위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허리까지도 빠개질 거처럼 아팠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일어났는데 생각지도 않게 제 몸엔 팬티도 걸쳤고 비록 반소매에 불과했지만, 윗도리도 걸친 상태더라고요.
제아무리 추워도 이런 상태로 잠들었던 적이 10여 년 전 술이 떡이 됐을 때 말고 없었는데 그렇게 깍듯이 받쳐 입고도 그 추위에 떨었던 거 생각하면 제 몸에 대해 실망스러웠습니다.
주변의 온습도계를 보니 16.7도 습도 10%에 있네요.
얼른 손 뻗어서 물 담은 분사기 들고서 마구 뿌려댔지요.
그러고는 완전히 일어나서 소변본 뒤 열린 창문이나 닫힌 창문에 쳐진 커튼도 걷어 올리면서 잠자리를 정리합니다.
그러는 매 순간 허리는 아파서 끊어질 듯하더라고요.
이윽고 방 정리를 마치자 화장실 문틀 맨 밑으로 채워둔 '문틀 철봉'에 발목 집어넣고서 윗몸 일으키기 시작했어요.
혹시라도 그러면 허리 아픈 게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해서요.
물론 훌러덩 벗은 상태로 말입니다.
평소에도 예순 개 겨우 채우는 게 제 실력의 마지노선인데 오늘 아침엔 끙끙거리며 겨우/겨우 채웠답니다.
그렇게 윗몸 일으키기 마치고 나면 잇따라서 팔굽혀펴기에 들어가는데 그것도 죽을 둥 살 둥 겨우 열 개째서 멈춰버립니다.
- 이래선 안 되겠다 / 조금이라도 진짜 운동 좀 하자!!! -
그러고는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어느 한 곳도 빈틈이 없이 차곡차곡 막아갔네요.
두툼한 방한복 윗도리(점퍼) 끝에 지퍼가 달렸더라고요.
플래시를 켜서 장롱을 마구 뒤지니 게실로 짠 털모자에 지퍼 달린 목도리며 모자도 있었습니다.
그것 점퍼 위로 모자 채우려는데 아무리 비틀어 봐도 안 들어갑니다.
마음은 급하고 들어가지는 않고….
나중에 자세히 보니 두 지퍼의 크기며 틈도 다르다는 걸 알았죠.
그리하여 얼른 모자에서 목도리 쪽으로 바꿔 달기 시작했답니다.
그 둘은 지퍼 크기가 같은 거 같은데도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걸 얼마나 헤맸는지 몰라요.
허리는 허리대로 아프지, 요놈은 그 입구에서부터 꼼짝도 하지 않지^^^
나중엔 지퍼 몸통을 벌려보려고 '일자 드라이버'나 '니퍼'를 가져와서 벌려보려는데 그 역시도 안 됐습니다.
그것이 벌어지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요놈의 재질이 플라스틱 같은 거라서 강제로 벌렸다간 끊어져 죽도 밥도 안 될 것만 같았지요.
그리하여 이번엔 양초를 생각했지요.
우리 집에 와서 10년 됐을지 20년 됐을지도 모를 양초가 뭉텅이로 '상비약 약상자'에 담겼는데 들고 와서 보니까 네 개가 일부 녹아서 그랬던지 한 뭉텅입니다.
그래도 그걸로 자꾸만 지퍼 자리 문질러 봤지요.
드디어 지퍼 입구가 살짝 모양새 갖추면서 서로 맞물리데요.
이참에 양초 네 개 중 하나만 있어도 써먹을 수 있을 테니까 일자 드라이버 들고서 뭉텅 그려진 그것들 틈바구니에 꽂아봤는데 신기하게도 그중에 달랑 하나가 툭 떨어지네요 - 야호!!!
이리하여 다시 최선을 다해서 지퍼 자리 열심히 문지르면서 지퍼가 조금이라도 원활하게끔 안간힘을 다 썼답니다.
그렇게 하여 드디어 목도리 점퍼에 달았는데 그 끝나는 부위가 서로 다릅니다.
5㎝가량 목도리가 길었답니다. 결과적으로 이 목도리도 점퍼와 제짝이 아녔던 거네요.
언제 넘어질지 모르니까 발목에는 '각반'을 채웠어요.
그러고는 아파트에서 내려와 걷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20여 년 전 이 동네로 처음 왔을 때 걸음 연습했던 그 코스(4km 내외의 왕복 거리)만 걸을 생각도 했었습니다.
추워서 다리 후들거리지, 머리는 어지럽지….
아니야! 기왕에 운동하기로 했으면 그 출발점인데 두 번째 코스(도보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자 범위를 더 확대해서 걸었답니다. 6.5km 정도의 왕복 거리)
그 두 코스 모두가 우리 동네를 크고 작게 한 바퀴 도는 코스 중 일부입니다.
마음은 그랬건만 그 3분의 1지점에도 못 미쳤는데 다리 후들거려서 그 자리에서 얼어 죽을 것만 같데요.
그래도 버티고 또 버티고….
처음 가는 동안은 그나마 체력이 남았던지 두세 번밖에 안 쉬었어요.
건널목에 보면 거기가 건널목이란 걸 밝히는 둥글고 작은 돌기둥이 있잖아요?
다른 데도 아니고 매번 그 자리에서 쓰러지려는 몸을 곧추세워 앉았답니다.
오늘 길엔 너무나도 힘들어서 네다섯 번은 쉬웠을 거요.
그럴 뿐만이 아니라 돌아오는 길엔 가장 단거리의 최적 코스를 잃어버려서 500M쯤은 더 걸었을 겁니다.
너무나도 추워서 핸드폰을 열 수도 없고, 머릿골은 어지러워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고….
겨우 / 겨우 찾아왔지요.
그러고는 속옷만을 남긴 채 모두 벗어서 본래 자리로 되돌리고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지요.
그렇게 한두 시간을 더 잤습니다.
- 허리를 이렇게도 많이 아파본 적이 없었는데 이거 혹시 코로나 백신접종 탓이 아닐까??? -
자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스칩니다.
어제는 동네 병원으로 3차 접종하려고 찾았습니다.
저번에 2차 접종 때 고혈압으로 엄청나게 애먹었기에 어제는 만반의 대책으로 동생 놈이 건넨 혈압약을 하나 먹고서 찾아갔어요.
그러나 혈압이 내리기는커녕 더 올라 버렸습니다.
- 아이고 / 이것 또 글러 먹었군!!! -
그 혈압 떨어지기를 얼마를 더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매 순간 일반 환자나 다른 백신접종 대기자를 만나는 와중에도 착실한 의사 선생님 / 저를 위하여 최선 다하는 모습이 선합니다.
- 일시적인 저혈압 보다는 근본적으로 고혈압을 막기 위해 '먹는 음식물'과 '꾸준한 운동'이 필수입니다. -
그러면서 저에게 타당한 각종 검사(심전도, 피검사, 소변검사 등등)를 이어가는 겁니다.
그걸 보면서 그 중간 단계에 이를 때까지 일절 다른 욕심(?)이 없었는데 선생님의 그 성실함에 제 의식과 정체성이 달라지는 겁니다.
- 생긴 대로 살다 가면 그만이지 나 욕심 채우자고 바둥거릴 것 뭐 있을까??? -
그렇게 몸이 어떻게 됐든 제멋대로 내버려 뒀었는데 선생님의 그 성실함에 부끄러움이 마구 닥쳤답니다.
- 그래, 나! 빌붙어 사는 기생충일지라도 내 몸은 나 혼자 몸이 아녔던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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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백신접종 뒤 돌아오면서 거기 병원 지하실에 있는 미장원에도 다녀왔지요.
- 어서 와요! 어머 머리가 엄청나게 기네요!!! -
- 네. 그러니 아주 짧게 딱딱(?) 잘라주세요! -
※ 어렸을 적 소나 염소 먹이려고 논둑이나 밭둑에 풀 베러 가면 어르신들은 꼭 그랬답니다.
- 응/ 아이 말다, 머식아! 저 앞으로 논·밭둑에 난 풀 전부 다 딱딱 비 갖고 와라! 잉??? -
~ 하낫둘^ 센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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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의사 선생님의 거의 무료에 가까운 진단이며 처방(다 합쳐서 몇천 원) 덕에 난생처음으로 돌아오는 길 약국에 들러 고혈압 약도 사 왔답니다.
그러고서 그 약을 어제 점심때 하나 먹고 오늘 아침 운동 나가는 길에 또 하나를 먹었죠.
의사 선생님! 정말/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어쩌면 제 생명 제2의 은인입니다.
사랑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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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 이 글을 마무리하는 도중인데 그토록 허리 아팠던 게 싹 가신 느낌입니다. 대신 머릿골이 살짝 씀벅거리네요.
그러고 보면 그렇게도 사람 뒤집어 놨던 통증의 근원이 어쩌면 냉골의 찬 바닥에 오랫동안 묵었던 냉골 후유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지난 수십 년 장애 탓으로 파손된 몸 갈고 닦으며 나 자신에게 걸었던 삶의 지표인데 이를 하루아침에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