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코로나 1차 예방접종 가는 날 그 접종 시각 직전 깜빡 졸아버린 바람에

중근이 2021. 8. 10. 02:56

코로나 1차 예방접종 가는 날 그 접종 시각 직전 깜빡 졸아버린 바람에

 

어제는 코로나 예방접종을 예약하고 그 1차 접종이 예정됐던 날입니다.

밤새 뭘 하고 놀았던지 날이 밝았는데 아침부터 마구 졸음이 쏟아지데요.

 

그 졸음 이겨내고자 안간힘을 다 쏟았건만, 그래도 여전히 졸립니다.

- 괜찮아! / 괜찮아!! / 오후 세 시에 있으니까 걱정할 것도 없어!!! -

 

접종하러 갈 자리가 우리 집 베란다에서 길 건너로 내다보이는 바로 옆 아파트 건물의 상가 구역에 난 병원이었기에 겉으론 맘이 느긋했었지만, 막상 찾을 생각을 하니까 거기 가면서는 뭘 준비해야 할지 그런 거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얼른 인터넷 뒤졌지요.

그랬더니 준비물로

- 신분증이나, 접종 예약과 관련해서 기관에서 보낸 핸드폰 명세를 준비하라는 말씀 -

- 또 하나는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뚫는 소린지도 모를 접종할 때 팔목이 보이는 옷을 준비하라는 겁니다. -

 

그 두 번째는 말 그대로 이 무슨 개뿔 같은 소리 같기에 무시하고서 신분증이 든 지갑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핸드폰에서 예약 여부를 검색했던 내용 캡처해둔 그림을 찾아 뒀지요.

그건 그렇고 접종이 끝나면 한 시절 '자본가에 맞서 싸웠던 벗'으로 '언제 어디서 만났던 투혼의 단짝'이었던 그 친구 장례식장에도 가야 했기에 통장도 일부 털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지갑엔 달랑 2천 원밖에 없었거든요.

 

쏟아지는 졸음을 쏟기엔 이보다 더한 기회가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연습 삼아서 예방접종 때 입을 옷차림으로 갖추고서 집을 나섰답니다.

가장 먼저는 우리 아파트 상가 건물에 든 우리 지역 은행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를 찾았습니다.

거기서 적당히 찾은 뒤 내친김에 신호등 밟고 길 건너서 문제의 그 병원을 찾았죠.

 

2층에 있었습니다. 그 건물 지하에 미장원이 있어 자주 찾긴 했지만, 2층으로 올라보긴 이번이 처음이었죠.

올라가서 살며시 들여다보니 내부가 비교적 한산합니다.

- 뭐야! 뭐가 이렇게 조용해!!! -

- 이 정도로 한산하다면 인터넷에서 밝힌 대로 30분 전에 미리 가 있을 정도는 아니군그래^ -

병원 현관문을 그대로 둔 채 그냥 내려와서 집으로 향했답니다.

 

집에 와서는 얇은 점퍼 안으로 Y 셔츠며 검정 넥타이도 필요하겠기에 준비하고는 우두커니 앉았는데 아직 정오도 안 지났으니 오후 세 시까지 기다리기엔 너무나도 벅차더라고요.

그 생각을 하니 또다시 졸음이 쏟아집니다.

 

아침에 우리 어머니 그렇게도 다짐하면서 문밖을 나섰는데 그리하겠노라고 굳건히 약조하고도 쏟아지는 졸음 /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 그래^ 조금만 / 아주 쪼끔만 누었다가 일어나자!!! -

.

.

.

.

.

 

'야! 뭐하냐^ 빨리 안 일어나고!!!'

언제 들어오셨는지 어머니 호통에 벌떡 잠이 깼습니다.

얼른 시계 올려다보니 2시 45분쯤 됐습니다.

 

'비상! / 비상!! / 초비상이다!!!'

얼마 전의 천연덕스럽고 느긋했던 그 꼬락서니 순식간에 뒤집혔습니다.

 

화장실로 들어가서 부랴부랴 얼굴부터 마구 씻었죠.

어! 오늘 여태 이도 안 닦았었네~

순서는 바뀌었지만, 이도 닦았습니다. 너무나도 바쁘다 보니 잇몸이 터졌는지 칫솔에 피가 묻어납니다.

 

바지 주워 입고 윗도리로 준비한 얇은 점퍼를 달랑 러닝셔츠 위로 채우고….

그러고서 신발 신고서 어머니께 인사 여쭙고 부리나케 내려갔지요.

 

벌 / 벌 / 벌 / 벌….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문제의 병원 현관문을 열었답니다.

역시나 아까 봤던 그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네요.

대략 열 명에서 스무 명 남짓이 뭔가를 쓰기도 하고 이리저리 오가기도 합니다.

 

무작정 간호사 선생님실에 들이닥쳐서 세시에 예약한 접종 대기자라고 했더니 먼저 신분증을 달랍니다.

그것 말고는 다른 요구 아무것도 없었는데 저에게도 어떤 설문이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밀면서 그중에서 빨강 동그라미 쳐진 곳을 채워두랍니다.

별것도 아닙니다.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또는 이전에 지닌 병력 등을 써달라는 거였습니다.

 

저를 비롯해 모두 그것 쓴 뒤로 우두커니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리는 눈치^

저도 다 썼는데 처음엔 그걸 다시 어디로 내야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했었거든요.

그러나 나중에 알았지만, 그걸 들고 있다가 접종할 의사한테 전하는 거였습니다.

 

어느 순간에 간호사 선생님이 불러서 가봤더니 혈압을 재는 겁니다. 키나 몸무게는 측정하지 않고 그냥 묻습니다.

저는 몸무게 부분에선 최근엔 재(측정) 본 적도 없었기에 몇 년 전에 쟀던 걸 알려줬어요.

굉장한 또또이(84kg / 170㎝)거든요.

 

또 얼마쯤 있자 간호사 선생님이 또 불러서 어느 의사에게 가라고 그 병실을 가리킵니다.

젊으면서도 예쁘장하게 생긴 의사님! 친정한 말투로 또박또박 일러 줍니다.

 

- 어떡하지요? 혈압이 이렇게나 높으면 접종할 수가 없습니다! -

'아니! 이 무슨 청천벽력이냐!!!'

- 지금의 상황이 스트레스 같은데 몸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접종할 상황이 안 됩니다. -

- 혈압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려 보게요! 저기 대기실로 돌아가 앉아서 차분히 기다려주세요!!! -

- 예~….-

 

특별히 구체적으로 혈압을 재본 적이 언제였을지 그 기억은 없지만, 언제가 건강검진차 병원에 왔을 때 복도에 놓인 '혈압 자동검사기'에 손을 넣고 재본 적은 있었죠.

물론 재미로 해봤지만, 엄청나게 혈압이 높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 건은 아무래도 집에서부터 서둘러 나와 병원까지 오면서 엄청나게 헐떡거리면서 왔기에 혈압이 더 치솟았을 게 분명했지요.

맘은 그러했음에도 은근해 걱정되는 거 있죠?

 

기다리는 30여 분 사이에 세 번이나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와 저만을 위한 혈압 체크가 있었는데 그 마지막에 겨우 통과했답니다.

이윽고 아까 그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접종 후에 발생할 수도 있는 여차여차한 사연과 상황에 대한 조언을 듣고서 드디어 주사실로 들어갔습니다.

 

이 병원 어디에도 저처럼 어리석게 점퍼 같은 걸 착용한 시민은 안 보입니다.

그 순간에 접종하려니까 그것 얇은 점퍼를 벗었답니다.

 

그러면서 40~50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에 맞았던 불주사를 떠올렸지요.

- 놈이 제아무리 세봐야 불 주사쯤이겠지??? -

- 다 끝났습니다. 오늘은 샤워 같은 것 해서도 안 됩니다~ -

'뭐야! 감각도 없었는데 언제 주사 놨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주사됐던 거예요.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밴드 주사 논 부위에 붙인 걸 보면 틀림없이 주사를 놓긴 놨을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허전합니다. 아니지 '허전'이 아니고 이건 분명 '허탈'합니다.

 

고속 보트에 매단 낙하산 같은 거 탔을 때처럼 저는 그 짜릿함을 기다렸는데 이건 너무나도 무심하게 흘렀기에 해도 너무했던 거였지요.

 

그건 그렇게 접종이 끝난 뒤 모두에게 십오 분에 맞춘 초시계를 주면서 그것 끝나면 놓고서 가도 된다고 그랬습니다.

접종 뒤에 생길 수도 있는 상황에 대처할 글귀가 적힌 종이 한 장을 내밀면서 그 시간에 그것도 읽어보고 나중에 그 종이는 집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겐 나중에 간호사 선생님이 다시 와서 15분이 아니라 30분을 기다렸다가 가라면서 27분에 맞춰놓고 가는 겁니다.

간호사 선생님 돌아간 뒤 그러려니 하고서 거기 서면으로 나온 글을 읽어나갔죠.

아까 의사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고,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자주 접했던 뻔한 내용 들이네요.

 

적당히 일고서 초시계를 보니 아직도 27분이 그대로 있습니다.

- 허허^ 이 간호사 선생님 초시계 출발을 안 눌렀구먼^^^ -

이것저것을 마구 누르니 삑삑거리면서 초시계가 초기화되었습니다.

 

제가 넉넉히 25분에 맞추고서 출발시켰죠.

디지털의 초시계 / 빠바방 줄어드는 모습이 너무나도 앙증맞고 귀엽습니다.

그럴 뿐만이 아니라 제 기분도 후련해집니다.

 

그렇게 코로나 1차 접종을 마치고서 병원문을 나섰을 때는 약간 어지러웠습니다.

그거와 무관하게도 제 걸음이 비틀렸기에 아까 의사 선생님도 그랬거든요.

- 보호자 없이 혼자 오신 거예요? -

- 어머님이 계시긴 해도 너무나도 연로해서요^^^ -

하여튼 넘어지지 않으려고 몇 미터 앞에 건널목 신호등이 켜졌어도 거길 통과하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신호는 접은 채로 인도를 쭉 걸어서 우리 아파트 후문 앞에서 한가한 길 '무단횡단'으로 건너왔네요.

 

가까이 사는 다른 동생한테 전화해서 장례식장에 데려다 실어다 주라고 부탁했어요.

마침내 장례식장에 갔더니 녀석이 갔을 때 맨 처음 제게 연락했던 동생이 홀로 손님맞이 하느라고 죽을힘을 다합니다.

저세상으로 떠난 녀석은 환하고 맑은 웃음으로 해맑게도 마주하네요.v

 

- 야 놈아 내가 왔다. 절 받아라!!! -

아주 옛날 아주 꼬맹이였던 조카들 벌써 성인이 다 됐습니다.

제수씨도 금세 제 얼굴 알아보고서 반가이 맞습니다.

 

저는 어떻게 몸 둘 바를 몰랐지요.

그 옛날 저를 안다는 어떤 분은 거나하게 한잔하셨는지 저를 붙잡고 마구 울어댑니다.

겨우 어떻게 떼어봐도 나중에 또다시 붙잡습니다.

 

거기 자리를 모든 상황 조율하는 아까 그 동생 놈은 그 탓에 저 홀로 해보려니 돌겠다고 그러데요.

 

동생 놈이 홀로 애쓰는 중인데도 저는 아무것도 도울 수가 없어서 조금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 시각이 직장의 퇴근 시각과 맞아떨어지니까 몇 분 뒤면 쏟아져 들이닥칠 아는 여러 면상과 만남도 부담됐습니다.

그래서 그 시선을 외면하고 냉정하게 돌아서야 했지요.

 

- 어^ 깜빡했네! 야! 부조 봉투 넣는 곳이 어디냐? 네가 가서 넣어 놓고 와라!!! -

 

이렇게 썼었습니다.

 

- 안녕히 잘 가시게 -

- 류중근 -

 

죽어도 죽지 않을 놈이라도 그 자리서 몇 번이고 내 말인 듯 네 말인 듯 해댔지만, 그 봉투엔 그렇게 썼었습니다.

집에서 준비해 나가려면 서부터요.

 

내 동생 인제 그곳에서는 차별 없고 차이 없고 오로지 차이가 난다면 이 세상보다도 훨씬 맑았으면 합니다.

- 친구야! 잘 가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