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대갈통이 지끈지끈 깨질 듯이 아프고….

중근이 2021. 7. 22. 02:21

대갈통이 지끈지끈 깨질 듯이 아프고….

 

새벽녘 얼떨결에 잠이 깼는데 온몸이 찌뿌둥 죽겠습니다.

가장 먼저는 아랫배부터 아픕니다.

- 어휴^ 이불을 덮었어야 했는데….-

그러고 보니 바로 옆에선 언제부터 돌았는지도 모를 선풍기(환풍기)가 돌고 있네요.

 

급한 김에 얼른 그것부터 껐어요.

그와 동시에 콧물이 저도 모르게 주르르 흐르고 머리통은 깨질 듯이 아픕니다.

- 아차! 감기^ 또 걸렸구나!!! -

 

진짜 대갈통 지끈지끈 깨질 듯이 아팠던 게 처음도 아닙니다.

대략 한 달쯤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때도 저놈의 선풍기 탓에 그랬었는지 그 기억은 없지만, 훌떡 벗은 채 사지 뻗고서 잤던 건 사실입니다.

그때는 커다란 목도리를 이마에 두르고 꽉 묶었더니 반나절쯤 지나니까 어느 정도 회복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그때 묶었던 그것이 얼른 눈에 띄지도 않네요.

 

몸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럴 기력도 없었어요.

- 그래도 이겨내야 한다. 버텨내야 한다. -

식구 중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거실에 나갈 때나 어머니 만났어도 가볍게 인사만 건넸거든요.

대신 살아날 길은 오로지 마스크뿐이라는 신념을 키웠습니다.

 

그렇게 마스크를 차고서 일어나서 서 있기도 앉았기도 버거워 누웠는데 가뜩이나 골 아프니 잠이 오지도 않습니다.

자세도 안 나옵니다.

정자세로 누울 수도 없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5분 10분도 아니고 몇 시간을 방에 갇힌 채 그러고 있으려니까 이거야말로 진짜 진짜 죽을 맛이었지요.

 

적어도 예닐곱 시간을 그렇게 빠개질 듯 아픈 몸으로 버텼습니다.

어느 순간에 시계를 보니 오후 두 시를 약간 넘었네요.

 

- 내가 이대로 무너질 순 없지. 뭐라도 먹어야 이겨낼 수 있을 거야!!! -

그런 마음으로 방문을 열었는데 비닐봉지에 뭔가가 든 채 제 방문의 바깥쪽 손잡이에 걸렸습니다.

자세히 보니 복숭압니다. 처음엔 그도 사과인 줄 알았는데 만져보니 촉감이 다르더라고요.

 

며칠 전에 우리 어머님 생신이었는데 그날 선물로 받았던 걸 아직 다 드시지 않았나 봐요.

마침 잘됐다 싶기에 얼른 싱크대로 가져가서 씻은 뒤 평소(감이든 사과든 상관없이 칼질하지 않은 채 아작 씹어먹던 타입)엔 하지도 않았지만, 이번엔 과일칼을 꺼내고는 도마 위에 올리고서 네다섯 조각으로 잘랐답니다.

그러지 않으면 대갈통이 아파서 먹을 수도 없을 거 같아섭니다.

 

그렇게 자른 걸 넓은 국그릇에 담아 방으로 들고 와서는 한입을 깨물다가 괜히 어머니 생각이 나대요.

기왕에 입에 댄 건 후다닥 먹어치운 뒤 다시 부엌으로 가서 작은 국그릇에 어머니 거와 제 것을 두 조각씩 나눠 담은 뒤 어머니 방으로 갔지요.

 

그것을 먹고 난 뒤 얼마쯤 지나자 다시 밥상을 차려 입안을 채우기 시작했답니다.

그렇게 칫솔질과 더불어서 가벼운 세면(실은 열 번 스무 번도 세수와 샤워를 반복했는데….)을 끝낸 뒤 '잠이 보약'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그 뒤론 실제로 얼마 뒤척이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도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쯤 자고 나자 머리가 한결 나아집니다.

아직은 '띵'한 상태였지만, 깨질 듯이 아팠던 그것이 이미 물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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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러분~^

절대로 선풍기 켜놓고 잠들지 마세요!

혹시 벗고 자더래도 아랫배는 꼭 덮고서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