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아침나절 벼락같이 힘깨나 박은 줄 알았더니 별것도 아니었구먼…
↕ 아따 아침나절 벼락같이 힘깨나 박은 줄 알았더니 별것도 아니었구먼…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어나면서 벽시계를 살폈는데 여덟 시가 다 된 것 같네요.
아무리 일요일이라고 쳐도 일어난 시간이 너무도 늦어 버렸네요.
부리나케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는 거실로 나가보는데 거기도 조용하네요.
어머니와 막냇동생 어제 김장하느라고 힘들었을 테니까 아직 못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아무려면 어머니께서 지금도 주무실 리는 없을 터였지요.
그래서 방문 앞으로 다가가서 아침 인사 여쭙고는 현관문 열어서 바깥 동태까지 확인한 뒤로 컴퓨터에 앉았답니다.
전원을 넣고 의자를 당기는데 발끝에 뭔가가 거치적거리네요.
빠져 나와서 들여다보니까 랜 선이 길게 삐져나와 바닥에까지 느려져서 발에 걸렸던 거였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컴퓨터 책상 아래로 먼지가 얼마나 쌓였던지 머리카락과 함께 뭉쳐서 구르는 겁니다.
'아이고 이게 뭐야!!!'
잽싸게 다시 거실로 나갔지요.
청소기를 가져오려고요.
기왕에 청소한 김에 거실에까지 한 방에 해 버릴 참으로 거실에 준비했던 콘센트에 꽂아서 방으로 끌고 왔지요.
컴퓨터 책상 위아래는 물론이거니와 침대며 방안 곳곳을 샅샅이 밀었답니다.
그리곤 거실로 나가서 거실이며 부엌 그리고 신발장이 놓인 현관에 이르기까지 쓱싹쓱싹 해 치웠어요.
그 사이에 김장 담그느라고 거실 쪽으로 밀려갔었던 식탁도 다시 부엌 쪽으로 다시 옮겨오면서 사방을 깔끔하게 밀었답니다.
청소기 코드 다시 끌어넣고는 제자리에 세운 뒤 흡족한 기분으로 들어왔지요.
얼마나 힘썼던지 숨이 다 가쁘더군요.
아침나절에 힘깨나 썼던 줄 알았습니다.
아까 켜 두었던 컴퓨터 드디어 모니터에도 전원을 넣었답니다.
'뭐야! 그렇게도 고생했는데 20분밖에 안 걸렸어!!!'
인제 겨우 20분에서 몇십 초 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숨이 가쁠 정도로 힘깨나 썼던 거라서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처박은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겨우 20분이라니…
이런 기막힌·하찮은(?) 소식 내버려두기 아까워서 얼른 'Print Screen' 눌러서 캡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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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어머니께서 그럽니다.
'우리 김치는 이따가 교회 갖다 와서 좀 더 삭으면 넣을 테니까 시방 냉장고에 넣지 마라! 응?'
어제 김장은 사실 여동생네 김장이지 순수하게 우리 집 김장은 아니었거든요.
그 전에 여동생이 '절임배추' 주문한 것이 우리 집에 택배로 들어왔었거든요.
어머니 손맛을 빌려보려고 그랬었나 봅니다.
담은 김에 조금 더 담가서 우리 집 처지도 남았던 거네요.
어제 여동생 내외가 들어오면서 초인종 눌렀을 즈음에 어머니는 양념 버무리고 계셨고 그 모습 확인하고서 들어와 하필이면 화장실에 내리고서 서 있을 때였답니다.
벨 소리가 여러 번 들렸기에 멈추고서 나가볼 수도 있었는데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는지 많이 마려웠지요.
밖에선 어머니께서 양념 버무리고 계셨기에 그 손으로 문 딸 수가 없어서 소리쳐서 절 불렀겠지요.
제가 안 나가니까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욕설까지 퍼붓습니다.
생전 그렇게나 심한 욕 들어 본 적도 없기에 어이가 없었지만, 오죽이나 다급했으면 그랬을까 싶었답니다.
애들 문 열어 주고는 당장에 후회했을 게 뻔합니다.
실은 나갈까 말까 저울질하다가 그만뒀으니까 제가 훨씬 더 나쁜 놈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저로선 그런 욕 백번을 더 들어도 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