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몸이 맘 같지 않을 때가 부쩍 잦았었던 날이었을까?
♣ 그날은 몸이 맘 같지 않을 때가 부쩍 잦았었던 날이었을까? ♣
아직(지금 이 시각: 오후 10:14, 2013-10-30)은 어제 일인데 이걸 올릴 때쯤이면 그저께 일이 되겠네요.
그 시점에서 며칠을 계속해서 몸이 찌뿌드드했었습니다.
왼쪽 옆구리에서부터 엉덩이 쪽을 쭉 타고 내려오는 엉치뼈 부위가 특히 아프더라고요.
잠을 잘못 잤나 어디선가 세차게 부딪혔나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런 적이 생각나지 않으니까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찜찜한 기분까지 더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틀림없이 이는 운동부족에서 아픈 일이 생겼을 거라고 제 맘대로 결론짓고는 대뜸 자전거를 끌고 나갔답니다.
그러고는 며칠 전에 처음 들어섰던 담양 쪽으로 가보기로 했답니다.
맨날 샛길로만 다니다가 그때는 살짝 큰길에 들어서서 달렸는데 예전에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엄청난 정보를 발견했지요.
'영락공원'의 아버님 묘소를 찾아갈 때도 늘 지나는 다리(용산교)였건만 그 자리 삼거리가 지금 찾으려는 담양 쪽으로 나가려는 길과 갈라지는 길목이란 걸 확실히 확인했던 건 엄청난 수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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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담양 쪽으로 한참을 달렸더니 비포장도로 한쪽에 면 지역을 가르는 경계 선 '경계 표지판'도 붙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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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하천 옆 자전거길(4대강 사업의 하나였던 영산강 둔치의 자전거길)이었는데 달리다 보면 이따금 '영산강 어쩌고저쩌고'하는 푯말이 보이더라고요.
그전에 마구 달리다가 지쳤던지 길가에서 한두 번 미끄러지거나 넘어지기도 한 탓이었기에 한 박자 쉬고 싶었는데 마침 그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거기서부터 영산강하굿둑까지의 거리가 98㎞ 남았다'는 기준거리안내표지판이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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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더 달리니까 길가에 난 과수원에 주렁주렁 대봉 감이 열렸습니다.
제 어머니도 그렇고 저도 무척이나 감을 좋아하는데 입맛만 다셔야지 어휴~
이런 걸 뭐라고 합니까?
'그림의 떡?'
그 게 길가에 있는데 그림의 떡이라니!
바로 그겁니다.
이런 걸 바로 '금지된 군침!!!'이라고 그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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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사진 한두 장 박았던 시간을 빼곤 쉬지 않고 달렸답니다.
그랬더니 '담양'하면 담양의 마스코트라고도 할 수 있는 대나무 그리고 대밭…
또 관광지로도 널리 알려진 죽녹원이라는 이정표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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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녹원 간판을 지나서 얼마쯤 더 달리니까 이번엔 제법 운치가 있는 도로(혹시 마을 이름이 아닐까?) 이정표가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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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때쯤에서 몹시 지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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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를 보니까 낚시하는 분들이 여러 군데서 보였지요.
기왕이면 낚시에 방해되지 않게끔 또 집 앞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사 들고 갔던 '붕어빵'도 먹어야겠고…
- 아파트 입구 나들목 네거리에서 장사하는 붕어빵 총각(아저씨)?-
사실 오래전부터 익히 아는 얼굴이라서 오갈 때마다 매번 안부까지 물어가며 인사 하곤 했지만, 올 들어서 그것 사오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 맘으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가파른 언덕이라서 자전거를 끌고서 내려갈 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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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흘깃거리며 마냥 더 달려갔는데 안성맞춤인 휴게시설이 보였습니다.
마치 저를 위하여 준비해둔 그거라도 되는 양 모든 게 너무도 맘에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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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설 때 실은 별것을 다 챙겼거든요.
명분이야 아파서 미치겠는 엉치뼈 자연치료를 위하여 떠났다곤 하지만, 그 내막엔 자전거 손보는 것도 들었답니다.
그냥 평평한 평지를 달리면서도 운전대에서 이따금 '팅팅'하면서 들리는 기분으로는 꼭 베어링이 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곤 했었는데 기름칠이라도 하면 좀 나아질까 싶어서 그 공구들을 챙겨가 갔던 겁니다.
또 언제 바람이 빠질지도 모르니 펌프도 챙겼었고요.
- 윤활유, 바이스플라이어, 파이프렌치, 펜치, 드라이버, 스패너 등등을 챙겨갔지요. -
그렇게 너무도 많은 것을 챙겼었는데 막상 그 자리에서 썼던 건 가장 기본이 되는 면장갑은 당연히 있어야겠고 필수품인 윤활유와 바이스플라이어를 빼고 나머지는 아무짝에도 쓸모도 없이 가져간 짐짝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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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집에서 두 시도 못되어서 나갔는데 쉬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뛰었음에도 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엔 매우 불안했답니다.
어둑어둑해졌는데 공구 중에 깜빡이만 챙겨갔었지 정작 중요한 랜턴을 빼먹고 갔었으니까 말입니다.
어둠이 임박해서야 그것을 깨달았는데 그것을 확인하자 오는 길엔 그야말로 엉덩이에 불 나게끔 달렸답니다.
가면서 두 번 미끄러지고 넘어진 것은 오면서 다섯 번이나 넘어지고 엎어지고 부딪힌 거에 비하면 완전 어린아이 응석 수준에 불과했어요.
그 비포장도로에서 넘어지면서 뒹굴게 되면 옷가지며 몸통이 어떻게 되었겠어요?
그 좁은 자전거도로에 엄청나게 커다란 트럭이 달리는 것을 보고 엉겁결에 얼른 길옆으로 비키고서 지나가자 돌아봤는데 또다시 같은 트럭이 바짝 다가섰던 겁니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더군요.
그것 쳐다보다가 한 번 넘어졌지요.
나중엔 아무래도 뒤쪽에서 차가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돌아봤더니 실제로 조그만 트럭이 따라오는 겁니다.
그 순간 깜짝 놀랐지요.
돌아서는데 이미 자전거가 길옆 간이 전봇대를 들이받은 뒤였어요.
자전거 핸들과 전봇대 사이에 주먹이 꼈는데 벗겨질 건 당연했겠지요.
그 자리에서 10미터도 안되는 지점에 자전거도로에서 꺾어 들어가는 나들목이 있었는데 그 트럭이 그곳으로 들어가데요.
그 트럭이 클락션만 한번 튕겨줬어도 그렇게 넘어질 리가 없었을 텐데 어휴^^^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 뒤를 천천히 따르면서 그 트럭은 제가 그 지점 지나치길 기다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그분은 저를 배려해서 천천히 따랐었는데 소리에 민감하지 못한 제 귀와 평형감각이 부서진 저의 신경조직이 합작해서 그 사고를 만들어낸 셈이었네요.
손잔등에 피가 나건 말건 관여치 않고 계속하여 달렸답니다.
그날 날이 어두워지니까 수풀이 우거진 그곳 자전거길에 엄청나게 많이 날벌레가 날아다녔어요.
자칫 눈 잘못 깜빡였다간 그 벌레들이 눈 속에 우수수 들어갈 뻔한 그날입니다.
처음엔 벌레 들어간 쪽 눈을 감고서 다른 쪽 눈으로만 앞을 응시하며 달렸었는데 눈이 나쁜 저로서는 벌레 들어간 쪽이고 어디고 아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그 무렵에 문득 가방 속의 안경이 떠올랐지요.
그래서 일단은 자전거를 세우고서 눈에 들어간 벌레는 눈물을 내서 서서히 뽑아내고 안경을 끼었답니다.
그러고서 달려나가자 벌레들이 우두둑 안경알에 부딪힙니다.
그러면서 아슬아슬하게 눈으로 들지는 않지만, 눈자위 밑이며 콧잔등 사이로 그것들이 마구 느껴졌지요.
쾌재를 부르면서 실실 쪼개는데 그 순간을 틈타서 입속으로 벌레가 파고 들었지요.
어른 내뱉지도 못하고 조금 잠잠해진 곳까지 이르자 그때서야 퇫퇫퇫!!!
아무튼, 그날의 심한 치료 덕에 제 옆구리 지금 많이 좋아졌습니다.
물론 완전히 나았다곤 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엉치뼈 통증이 밀려올 때 그쪽 엉덩이 쓸어내려서 가라앉혔던 그때보다는 훨씬 좋아진 건 사실입니다.
그렇게 달려온 덕에 다행스럽게도 깜깜해지기 전에 집에 들어왔지요.
아파트 입구에 들어 설쯤엔 얼마나 지쳤던지 가만히 있어도 그냥 쓰러질 것 같았는데 될 수 있으면 흙탕이 달아나게끔 이리저리 마구 털어가면서 들어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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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그날 고생 죽살이 나게 했는데 언제쯤 다시 그 길을 달려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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