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우와^ 자전거를 몰고 광주를 벗어나기는 정말 정말 오랜만이네요.

중근이 2013. 10. 25. 08:40

↕ 우와^ 자전거를 몰고 광주를 벗어나기는 정말 정말 오랜만이네요. ↕

 

솔직히 언제 자전거에 실려서 광주땅을 벗어났던지 그 기억도 없어졌거든요.

실은 며칠 전에 얼렁뚱땅 텔레비전 거치대(?)를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것을 거치대라고 표현하기도 좀 뭐하지만, 누워서 텔레비전 볼 수 있게끔 침대 머리맡에 텔레비전 걸 수 있게끔 착탈식으로 만들었으니까 거치대는 거치대가 맞겠지요.

그런데 그것 아래쪽으로 리모컨을 두려고 했는데 마땅한 받침대가 없어서 요리조리 궁리하다가 아파트 쓰레기통에 내려갔더니 마침 고장 난 자판기가 하나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가져간 가위 뾰쪽한 부분을 써서 자판 아래쪽에 붙은 플라스틱 버튼을 몽땅 빼버리고 가져왔답니다.

그 작업하는 중인데 어떤 분이 다가오더니 고장이 나서 쓸 수가 없겠기에 자신이 버렸다고 그러더라고요.

어쨌든 그놈을 가져다가 거치대 아래쪽에 붙이니까 인제 그 자리가 리모컨 거치대가 되긴 되었건만 딱딱한 플라스틱이라서 리모컨도 같은 재질이니까 무척 미끄럽고 또 하나는 리모컨 만지작거릴 때 시끄럽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실로 나가서 거기에 대처할만한 무슨 물건이 없을까를 찾아봤는데 오래전에 잊어버린 자전거에서 때어낸 튜브 조각이 좁다랗게 조금 남았더라고요.

그걸 가져다 까니까 미끄러지지도 않고 시끄러웠던 것도 살짝 잦아드는 듯 보였답니다.

그쯤에서 욕심이 더 생겼습니다.

기왕이면 좀 더 넓었으면 좋겠더라고요.

'혹시 하천(영산강 둔치) 어느 곳에 떠밀렸지 않았을까?'

사실 맨 처음 출발할 때는 그런 목적으로 집을 나섰답니다.

집을 나서서 하천 쪽으로 달려갔는데 막상 하천이 보이니까 전에도 자주 들락거렸던 곳이었기에 그랬던지 내려가려는 맘이 안 생기고 좀 더 올라가고 싶었답니다.

그렇게 약간 더 달렸는데 그곳이 글쎄 광주와 전라남도의 경계선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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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다음 지도에서 떠보니까 집에서 제가 지나던 길로 겨우 8킬로미터쯤 들어간 지점이 거기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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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남도 담양군 -

대나무의 고장을 표방하는 담양군답게 하천가에 선 어떤 조형물도 대나무를 형상화해서 세워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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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들어가서 멍청히 선 제 얼굴 한 장을 최초로 박아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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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는 비좁았지만, 오가는 차량이 많지 않았기에 먼지는 안 날렸지만, 온통 자갈길이라서 엉덩이며 손목이 매우 불편합니다.

마구 떨리고 핸들이 팍팍 돌아버리니까 더더욱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이쯤에서 돌아올까도 생각했는데 마침 거대한 육교 밑으로 쉼터 하나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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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이곳이 어디쯤일지 휴대폰에서 지도를 열어보네요.

아하! 제가 선 위치가 '고창 담양 간 고속도로'가 지나는 길목이었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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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휴식이라고 잠깐을 쉬고 나니까 살짝 더 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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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조류관찰대'?

이런 것 처음 보는데 참 신비로운 장소입니다.

어떻게 생겼을지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문이 잠겼더라고요.

그러자 김이 샜던지 더는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멍청히 선 자세로 한 방 더 때리고서 돌아오고자 했습니다.

솔직히 도로 그 자리가 많이 좋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자갈길이기에 이리저리 핸들 튀는 것도 여전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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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지점이 어디쯤인지 지도 한 번 더 찍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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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 오려는데 핸들에 걸린 손가방이 자꾸만 거슬립니다.

그러잖아도 오는 도중에 바퀴를 스쳐서 시끄럽지를 않나 이리저리 튀어서 운전에 방해되질 않나!

결국은 빼내서 아예 짐받이에 묶어버렸습니다.

안전하게 운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신경 쓰이는 것부터 바르게 처분함이 경험상 제일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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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때는 올라간 길목과 살짝 어긋난 길로 들어왔지요.

그 옛날 나다니던 추억도 떠오르고 해서 거길(지야 대교) 찾긴 했지만, 막상 그 초입에 들어서니까 저 다리를 건너는 게 나을지 그냥 이곳에서 내려가는 게 나을지 확신이 서질 않았답니다.

이 근방에서 다시 휴대폰 꺼내고 지도를 열었거든요.

그러고서 이전에 들렀던 곳(담양)과의 위치를 기준으로 해서 방위각을 잡아보니까 그 자리에서 건너가면 안 되겠더라고요.

건너간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비좁아서 위험한 다리() 말고 넓어서 안전한 다리()를 통해 건너오려면 시간·공력 한참을 더 들여야 할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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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운 곳에 있는 '광주과학기술원'을 지나는데 '판소리… 임권택'이 보였습니다.

마침 세게 달리지 않았으니까 그것도 볼 수 있었고 자전거도 돌려세울 수 있었답니다.

영화를 제대로 다 보진 않았어도 예쁘장한 여인 오정혜(맞나?)가 나왔던 서편제가 얼핏 스쳤답니다.

무슨 까닭에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노래하는 분(판소리, 민요 등 우리의 노래하는 분)들을 보면 무조건 예쁘더라고요.

물론 그분들 말고 태진아, 송대관, 나훈아, 남진, 이미자, 주현미 등등도 무척 예쁘지만,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분에겐 얼굴을 몰라도 괜히 예쁘거든요.

거기다가 그따위 장단에 스크린을 입힌 장한 이름 '임권택'을 떠올리면 감히 그 함자 쓰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냥 선생님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경박하게 부른 것 같아 죄스럽기까지 하거든요.

그 옛날 이름으로 '독립투사' 같기도 하고요, 현대식 이름으로 '애국지사'로 부르고도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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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흠.

이것이 바로 아까 했던 '텔레비전 거치대'요, 그 거치대에 붙인 '리모컨 거치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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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고무판(또는 가죽) 좀 구하러 나갔는데 그런 건 구경도 못 하고서 오히려 손목·엉덩이만 된통 죽어난 어제입니다.

요즘 수년 전에 생겼던 치질이 재발해서 엉덩이에 또다시 선혈이 낭자했었지요.

그것 일주일째 엄청나게 조심하느라고 살짝 아물어가는 중인데 어제 그 비포장도로에서 쾅쾅 뛰어버렸으니…

집에 들어와서 샤워하기 전까지만 해도 엄청나게 걱정했었답니다.

다 씻고서 몸 닦을 때 다른 곳은 다 수건으로 닦아냈지만, 그 중요한 부위만큼은 화장지를 떼서 닦아 보았지요.

며칠 전엔 두 번이나 수건에 붉은 핏자국 남기어 새로 빨아야 했었으니까 이번엔 그 예방 차원에서 미리 손쓴 거였거든요.

그런데 하얀 화장지가 거의 그대로 깔끔합니다.

완전 백지는 아니고 아주 얇고 좁게 핏기가 서렸습니다.

그 정도를 갖고는 예전의 팡팡 터졌던 모양새엔 턱도 못 미치지요.

천만다행입니다.

저의 새로운 운동코스에 여태는 멀리 가는 길이 '아버님 묘소에 가는 길'뿐인 줄 알았는데 인제 담양 쪽으로도 생겨났으니 하나를 더 추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