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짱돌 좀 굴려서 살짝 더 편해 보자고 그랬었는데…

중근이 2013. 10. 20. 10:48

▲ 짱돌 좀 굴려서 살짝 더 편해 보자고 그랬었는데… ▲

 

아버님 모셔진 자리(시립 묘원 영락공원)를 새로운 운동코스로 잡았으니까 특별히 바쁘지 않은 이상 이따금 들려야 할 판이었습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지요.

집을 나서기 전에 뭐가 필요할까를 잠시 생각해 봤지요.

'깔개^ 절할 때 바지에 흙 묻으니까 자리끼가 필요해! 뭐가 좋을까?'

뒤져보니까 베란다에 작은 비닐판이 보입니다.

펑퍼짐하게 홀몸 앉기에도 부족한 크기였지만, 무릎 꿇고 절하기엔 괜찮을 거 같았지요.

대략 그 크기가 가로세로 400㎜x500㎜쯤 됐을 겁니다.

 

그리곤 지도 찾기에서 확인했던 지름길을 뽑아 둔 게 있었거든요.

그것도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서 집을 나섰지요.

 

멀리 돌아서 가는 것보다야 조금이라도 가까울 것 같은 지름길이 편하겠지요.

그런 맘으로 그 지름길을 따라서 찾아갔지요.

 

길을 달리다가 헷갈리면 스마트폰에서 지도를 찍고 또 뽑아온 프린트물도 들여다보고…

그렇게 찾아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도로가 너무 좁았거든요.

마치 농로와 다름없이 비좁은 데다가 초대형 트럭을 비롯하여 작은 승용차까지도 그 길을 거침없이 쌩쌩 달리는 겁니다.

오가는 차량이 맞닿는 지점을 빼놓고는 모든 차가 그렇게 씽씽 달리는 거였지요.

그 틈바구니에서 자전거가 설 자리는 거의 안 보입니다.

그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몇 번이고 그냥 서 있어야 했었답니다.

살 떨리고 머리털이 서는 걸 감지하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좁은 길 달리느라고 본의 아니게 민폐까지 끼치면서 생고생 날 고생 다 해서 드디어 지름길을 벗어났고 마침내 평소 나다니던 그 길로 들어섰지요.

거기서도 한참을 달려서 '영락공원 1.5㎞'까지 왔습니다.

이 지점에서 '1.5㎞' 이게 도대체 얼마나 될지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심한 경사도 아니고 완만한 경사였기에 지금까지 자전거에 잡아둔 기어 상태(21단 기어에서 그 중간쯤)를 유지하고서 페달이 한 바퀴씩 돌 때마다 하나를 더해 세어 나갔답니다.

마침내 아버님 자리 영역 바로 아래까지 이르니까 1120(80회x14)번이 돌고 나니까 떨어졌지요.

그 지름길이라는 데서 그 고생이 얼마나 심했던지 별것을 다 세게 되더라고요.

 

묘역 바로 아래 이르러서도 기왕이면 가까운 쪽 방향으로 오르고 싶었습니다.

묘역이 비탈에 있으니까 계단식으로 여러 개의 평면 묘역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맨 아래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세 번째 계단에 아버님 산소가 있거든요.

그곳에서도 가장 오른쪽에서 가까운 곳에 모셔졌지요.

하여 전에 그랬던 거처럼 왼쪽에서 들어와 멀리 걸어갈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쉬울 것 같았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끌고서 올라갔답니다.

길 왼쪽으로 수렁이 파였는데 그 수렁을 지나야 그 자리 들어설 수 있는 그런 형상입니다.

그런데 맨 첫날 찾아오면서 그렇게도 헤맸을 때처럼 아무리 올라가도 건널 수 있는 그런 게 안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오르다간 산꼭대기까지 가도 결국 허탕 칠 게 뻔하겠더라고요.

자전거를 멈추어 세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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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장 아래쪽으로 내려왔는데 자전거 세워 둘 만한 곳으로 살짝 더 오르려니까 페달이 몇 번 휘청이더니 헛바퀴를 돌고 맙니다.

내려서 보니까 덜컹대는 시멘트 길이라서 그랬던지 앞 기어에서 체인이 완전히 벗어났군요.

마침 가방 안에 응급처방할 공구(스패너 두 개, 송곳 하나 등등)가 있긴 하지만, 기껏해야 이 정도쯤이면 나무 막대나 신문지 정도로도 충분하거든요.

손으로 직접 잡고 걸치기엔 기름이 묻어서 더러워지잖아요.

그래서 얼마 전부터 신문지 조각 하나를 싣고 다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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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적당한 곳에 자전거 세워두고는 걸어서 올라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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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도 지름길과 평이한 길을 찾아 헤매는 사이 한참이나 허둥댔지요.

거기 도착했을 때 들여다본 시각도 평소보다 절반은 더 걸렸었는데 그렇게 헤매다가 들어온 판이라도 집에 들어왔을 때도 그만큼 훨씬 더 걸렸답니다.

짱돌 좀 굴려서 살짝 더 편해 보자고 그랬었는데…

 

이런 것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혹 떼려다가 혹 붙여 버렸다.'

그까짓 표현으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그걸로도 우둔하고 어리석었던 사서 고생한 팔불출을 다 설명하지 못할 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 어리석음도 자꾸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정신적으로 그렇고 육체적으로도 '건강'이라는 금자탑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또 그렇게 믿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글이 끝나가는데 갑자기 하느님 생각이 납니다.

'나의 하느님 잘 계신가요?'

'하서방(하느님 서방이니까 하서방)도 어딘가로 출근하는 것 같던데 무리 없이 잘 나가고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