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오늘을 훈민정음 반포 567돌이라고 하질 않는가?
♬ 한글날 오늘을 훈민정음 반포 567돌이라고 하질 않는가? ♬
처음부터 훈민정음에 관심을 두고 그랬던 건 아니었거든요.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하고서 청소기 가져오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남동생 방에 불이 켜진 채 일찌감치 열렸음이 보입니다.
'음 녀석 오늘 출근하지 않는다고 그랬지 한글날이니까…'
청소기를 돌리면서 내내 그런 생각이 머리끝에 맴돕니다.
'오늘과 같이 중요한 날에 태극기 달지 않으면 언제 그럼 태극기 달아?'
맘은 그랬으면서도 그 옛날(20여 년 전 어느 해부터 달았었는데 요즘은 다는 날보다 안다는 날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 '5·18 민중항쟁기념일'이 오면 태극기 내걸면서 주저했던 거처럼 몸이 대번에 실행하지를 못했답니다.
나중에 청소기 제자리에 갖다두고 나서 인터넷을 켰는데 다음이나 네이버 문짝에 한글날(훈민정음 반포 567돌) 걸린 게 보입니다.
그리고 다음에서 그 부분 어느 곳을 눌렀는데 검색되어 나오는 글 요약 부문엔 오늘이 태극기 다는 날임을 표시했네요.
그제야 부랴부랴 거실로 내달아 태극기를 내다가 꽂았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줄곧 걱정되는 건 '한글날에 태극기 다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비가 내리느냐 마느냐'가 관심사가 돼버립니다.
그러고 어떻게 해서 '태극기'를 눌러 들어갔는데 그곳이 '엔하위키 미러'이라는 사이트네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었거든요.
당시엔 검색이나 뭘 통해서 금방 알아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금세 다시 잊어버리곤 했답니다.
그것이 바로 태극기에서 흔히 말하는 '건곤감리'이라는 겁니다.
어떨 때는 그 괘의 위치 '3·4·5·6'도 까먹는답니다.
그래도 그건 거실에 나가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태극기가 있으니까 까먹었다고 쳐도 신경이 덜 쓰였지만, 건곤감리는 어디 어디를 말하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 겁니다.
그것 태극기 달 때마다 은근히 찜찜했었거든요.
오늘 태극기엔하이키 미러에서 본 태극기 문양을 제 컴퓨터에 복사해 와서는 그 부분 제 입맛에 맞게 편집해 둡니다.
제 컴퓨터에 그것을 '태극기 03'이라는 이름으로 저장했지요.
이미 태극기 01, 02가 있었거든요.
이 글 쓰려고 그 그림들 01, 02를 다시 확인해 보니까 역시나 그 맥락이 같은 그림입니다.
대신 괘 이름에서 엔하이키 미러(건곤감리)에서와는 달리 '건곤감이'이라고 표기됐네요.
그거나 이거나 제 성씨 '류(柳)'를 '유'로 두음법칙에 따라 바꿔버린 국가의 정책일 테니까 따질 문제는 아닌 것 같고…
기왕에 태극기를 내건 한글날이니까 태풍도 눈치가 있지 어서 빨리 비바람 걷어내고 맑고 경쾌한 가을날 내보내길 기대해 봅니다.
그림 출처: http://mirror.enha.kr/wiki/태극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