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환상은 가끔 현실을 배반하더라.

중근이 2013. 9. 27. 00:57

†환상은 가끔 현실을 배반하더라. †

 

나중 언젠가는 친구놈 아버지 산소에 꼭 가보고 싶다는 그때(2013-09-24)의 다짐을 오늘(2013-09-26)은 더 미룰 것도 없이 그냥 가보기로 했답니다.

그저께 아버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아주 낯설지가 않은 익숙한 풍경이 많았기에 별것도 아닌 걸로 착각했답니다.

가끔 운동 삼아서 나선 길의 일부분이 아버님 두고 왔던 영락공원 묘지로 연결된 길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운동 다녔을 땐 그 길이 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공사 중인 길이기에 울퉁불퉁한 흙더미 자갈길에서 몇 번이나 넘어지기도 했던 길입니다.

제 사는 집을 기준으로 운동 중심점(영산강 변)에서 그곳은 상류에 속했는데 그 불편함 때문에 자연스럽게 운동노선도 하류 쪽으로 옮겨지더라고요.

대신 하류 쪽으로는 더 멀리 나다닐 수 있었답니다.

집에서 나와 자전거 페달에 맨 처음 발을 올렸을 때와는 달리 그곳 영락공원 입구까지 찾아가는 길은 정말이지 산 넘고 물 건너는 심정이었답니다.

제가 그토록 답답하고 힘들었던 까닭엔 도로 어느 곳에서도 '영락공원'이라는 팻말(이정표)이 안 보이는 거였을 겁니다.

집에서 아침 아홉 시 오십칠 분에 출발해서 한 시간가량을 달리고 달려 드디어 그토록 찾았던 '영락공원' 표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이구나! 인제 다 왔나 보구나!'

1

 

입구에 들어섰는데 조금 더 나아갔더니 개뿔 다 오긴 아직도 창창하게 남았습니다.

그래도 속으로 저 정도쯤이라고 하찮게 여겼던 게 사실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1.5킬로 정도야 식은 죽 먹기로 여겼을 때였거든요.

그거나 그 순간이 끝도 없이 계속하여 올라가야만 하는 그 첫걸음이었을 줄은 전혀 깨닫지 못했답니다.

2

 

그 비탈길(버스에서는 전혀 못 느꼈던 그 길)을 달리고 달려서 드디어 영락공원에 들어섰지요.

출발하기 전부터 묘지번호(안치번호)를 아니까 그곳에 들리면 그냥 찾을 줄 알았는데 그 엄청난 비탈길 자전거 끌고서 이리저리 아무리 내달려도 보이지가 않는 겁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기에 공원 가장 아래쪽의 꽃가게로 내려왔답니다.

그리고 주인장한테 사정 이야기하고서 물었지요.

그랬더니 그렇게 멀지도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으니 찾아보라고 말합니다.

대신 그 길이 자전거로는 부적절한 계단을 타고 이리저리 다녀 보라고 일러줍니다.

가게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 이리저리 계단 서너 개를 넘어서니까 그토록 찾았던 안치번호의 묘지들이 보입니다.

이틀 전 아버님 들어올 때만 해도 그 주위로 새로 들어선 묘지(비석이 없는 묘지)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거 같았는데 그 사이에 그런 묘지(안치번호가 없는 묘지)가 서른 기도 넘어서 버렸네요.

그것 묘지번호가 있는 묘지 마지막에서 걸음을 떼면서 일일이 짚어가야 했답니다.

혹시 다른 묘지에 절하고 왔을지도 모르기에 아버님께 쪽지도 남기고 사진도 박았답니다.

절하고 묵념하고 또 묵념하고…

'아버지 여기서 어째 지낼만하신가요?'

3

 

이런 작은 계단이 오르는 길에 꽤 있었답니다.

그래도 마치고 나오는 길은 제 다리가 올라갈 때와는 달리 한결 편했답니다.

그것 찾으려고 쏘다녔을 때 사실 다리보다는 허리가 부러지는 줄 알았답니다.

자전거를 약간 비틀린 자세로 계속해서 끌고 다녀야 했으니까 그 허리가 오죽했겠어요?

4

 

꽃집에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 적당한 곳에 자전거 세워두고는 그로부터 걸어서 다녔답니다.

'이놈아! 나 없는 동안 잘 있었니?'

5

 

공원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학동제'라는 이름의 멋진 저수지가 있습니다.

길에서 환히 보이더라고요.

6

 

그곳을 지나면서 흐뭇하게 사진도 한 장 박았지요.

그때까지는 더할 수 없이 좋았었는데…

7

 

경사가 그리 심하지도 않았는데 자전거길(인도)이 울퉁불퉁(보도블록인데 잡초가 무성했고 들쭉날쭉했답니다.)해서 그랬을까요?

내려오다가 어느 지점에서 철제 난간에 바짝 붙어 버렸고 하필이면 거기 싸리나무와 닮은 어떤 나무의 죽어버린 쭉정이에 눈자위가 찔렸답니다.

즉시 양쪽 브레이크를 잡고서 얼른 눈자위를 보니까 멀쩡하네요.

눈자위가 아니라 눈두덩을 받았는지 그 자리가 쪼끔 따끔거립니다.

그 길로 당장 보도블록에서 내려와 차도를 달렸답니다.

8

 

'5·18 민주 묘지 쪽이 아니고 용전동 쪽이 맞을 거야!'

잘 내려오다가 여기서부터 벌써 헷갈렸지요.

거기 찾으면서 진이 빠졌는지도 모르겠네요.

9

 

거기 찾아갈 때는 집(마이홈)에서 나와 저 위쪽 '용산교'를 건너가서 어떻게(주로 휴대폰의 지도를 활용해서) 겨우 영락공원의 '개나리' 묘원을 찾았거든요.

그런데 돌아올 때는 그 길을 못 찾고 어떻게(용전 쪽으로 들어오면서부터는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휴대폰 지도를 보지 않았습니다.) 용두교를 건너서 '첨단 과학 산단', '광주 과기원'을 지나 집으로 들어왔지요.

좀 전에 다음 지도에서 제가 지났던 자리를 들춰봅니다.

그러고는 나중에 다시 찾을 때를 대비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빠른 길을 지도에서 떠보네요.

그렇게 해서 새로운 길을 만들었습니다.

비록 다음 지도에서만 보는 길이기에 나중에 현실에선 딴판일지도 모르거든요.

오늘 그곳을 찾아가면서 예전에 공사 중이었던 지야 대교에서 용산교 사이가 완전히 딴 판이 돼 버렸기에 혼쭐이 났던 것처럼 말입니다.

10

 

환상이란 것 참 묘한 놈입니다.

숱한 남자들이 저처럼 자기가 꿈꿨던 여인에 대해 온갖 상상을 다 해 환상을 가질 거에요.

그 꿈만 같던 환상이 현실에서 실제로 여인과 함께했던 적도 있었던 분 꽤 많을 걸요.

현실에서 도저히 가능하지 않다면 그건 환상이 아니라 몽상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만난 여인!!!'

그토록 꿈꿔왔던 환상 속의 판타지던가요?

아마도 깨졌을 겁니다.

환상은 가끔 현실을 배반하니까 말입니다.

대신 그 탓에 더 아름답고 짜릿한 환상을 꿈꾸는 게 또한 우리가 아닐까 하는 이 밤입니다.

 

오후 1시가 넘어서 들어왔습니다.

오가는 길이 세 시간을 조금 넘게 걸렸네요.

 

여러분 좋은 밤 되십시오!!!

 

 

※ 참고로 이 포스트에는 몇 개의 그림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환경에 따라서 그것 그림과 만나는 시각이 다를 거에요.

만약에 약간 기다려도 보이지 않을 경우엔 사진 표시에

오른 마우스를 누르고서 팝업되는 메뉴에서 '사진 표시'를 눌러보세요.

그림 '속성'을 떠서 주소 줄에 넣고 때려도 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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