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어쩌겠니?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 친구야 어쩌겠니?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
어제는 시골 형님의 딸내미가 혼례를 치르는 날이었답니다.
거기 사돈 되실 분이나 조카사위가 되는 낭군의 생활근거지가 아마도 순천하고 가까워서 그랬던지 식장을 순천으로 잡았더군요.
어머니와 저 그리고 막냇동생이 다녀올 참이었는데 식장이 순천이라고 하니 그 근처 광양이 퍼뜩 떠오릅니다.
그곳에 제 시골 친구놈이 살고 있거든요.
시골 친구놈도 저처럼 오래전에 시골을 떠나서 그 지역에서 부모님을 가까운 거리에 두고 지낸다고 말했던 걸 몇 해 전에 들었습니다.
기왕에 내려가는 길이니 그 길로 한번 만나보자고 어머니와 동생한테 제안했지요.
그 옛날 시골에서 바닷가를 가르는 해안도로인 찻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희는 바닷가 쪽으로 그리고 안쪽으로는 친구네가 살았답니다.
흔히 말하는 이웃사촌이었거든요.
부모님 처지로 보면 우리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였음에도 각자가 객지로 나와선 아등바등 살다 보니 수십 년이나 얼굴도 모르고 지내야 했지요.
어머니 흔쾌히 수락합니다.
결혼식장(미림웨딩홀)엔 요즈음 만났던 친척이 태반이었지만, 참 오랜만에 다시 보는 분도 있어 혼례 치르는 것 못지않게 즐겁고 반가웠지요.
식을 모두 치르고 헤어질 것을 아쉬워하면서 머뭇거리는 자리에서 우리 속사정을 솔직히 들먹여야 했습니다.
순천시와 광양시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손 치더라도 그쪽도 엄연히 가족이 있고 그전에 몇 번이나 통화해서 기다리고 있을 처지니까 마냥 머뭇거리고 있을 순 없었거든요.
더군다나 거기 내려가서 알았습니다.
친구놈 어머니가 지금 요양원에 들어가 계신다는 걸 말입니다.
수십 년 만에 만나게 되는 두 어르신을 생각할 때 그 설정에 대하여 친구가 고심할 것을 생각하니 제 맘도 꺼져 내렸답니다.
친구 모친이 요양원에 있다는 걸 어머니께 대충 말씀드리면서 그 자리에서 절대로 울지 마시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했답니다.
꼭 그러겠노라고 다짐하시더라고요.
마침내 약속한 장소(요양원 바로 앞 아파트)에 이르자 친구놈과 녀석의 부인께서 벌써 와서 우릴 마중합니다.
저는 몇 년 전에도 친구놈을 만났었고 번번이 전화연락도 하는 처지라서 어머니와는 달리 무척 덤덤(?)했지만, 어머니는 얼마나 반가우셨던지 와락 부둥켜안습니다.
곧이어 만나게 될 친구놈 모친의 상황을 어머닌 전혀 짐작하지 못했기에 실제로 만났을 때 날릴 반가움 표시를 위해 준비한 예지 훈련쯤으로 여기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양원 일보는 분이 나와서 극진하게 인사합니다.
그런 중에 내부를 훑었는데 파리 새끼 한 마리 지나가는 소리도 들릴 만큼 고요하네요.
친구놈 손에 이끌려 저도 그토록 뵙고 싶었던 거기 어머니에게도 다가갔지요.
'헉! 이게 당최 무슨 꼴이란 말인가!!!'
한마디 말도 없이 초췌한 모습으로 눈만 말똥말똥 뜨고 계십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지만,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가슴이 내려앉았답니다.
제 어머니는 얼마 전 큰어머니 저러고 계시다가 저세상으로 가셨지 또 자신의 언니인 우리 이모님께서 저러고 누워계시지…
그 처지를 뻔히 아니까 더더욱 주저앉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와의 약속(물론 약속하기는 울지 마실 걸 주문했지만, 그 속엔 그런 자리에서 절대로 시끄럽게 해선 안 된다는 의미의 경고성 약속)을 저버리고서 몇 번이고 불러 봅니다.
오늘따라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더더욱 사람을 못 알아본다고 몇 차례나 곁에서 말해 주곤 하지만, 어머니는 못 들은 체하면서 계속하여 부르더군요.
그러는 짬짬이 순천에 내려가면서 어느 휴게실에서 샀던 '천안호두과자'를 손가락으로 으깨서 누워계시는 어머니한테 조금씩 떠서 먹이십니다.
그렇게 해서 두세 개쯤 잡수시게 했을 거에요.
그러는 동안 한 번이라도 알아봐 주기를 학수고대하면서 어머니 애간장을 끓이십니다.
돌아오려면서 제수씨 손을 잡아보고, 친구놈 손도 잡고…
어떻게 해서든 다독이고 싶었습니다.
'친구야 우리 친구 중엔 부모님 이렇게 요양원에 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어쩌겠니? 부담 갖지 말고 담담하게 보내자~
인생을 그렇게 정리하는구나 하고 담담하게… 응?^'
그렇게 말하고는 광주를 향했지만, 제 가슴은 여전히 불편했지요.
그러고 이 글을 쓰려는 순간 갑자기 되물어집니다.
'야 이 녀석아~ 부담 갖지 말라니 그 게 무슨 헛소리야!
나날이 들어가는 입원비 여기 하루 입원비가 얼만 줄이나 네가 알아!!!'
제 말뜻은 그런 식의 부담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식 부모 간의 이치(?)' 뭐 그런 걸 말하는 거였는데
그렇게 받아들이니 나 역시 대략 난감하구나!!!
물론 친구놈은 절대로 그렇게 되묻지도 않을 놈인데도 저 자신이 함께 지내는 어머닐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것이 지레 찔렀던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참고로 이 포스트에는 몇 개의 그림이 들었습니다.
인터넷 환경에 따라서 그것 그림과 만나는 시각이 다를 거에요.
만약에 약간 기다려도 보이지 않을 경우엔 그림 표시에
오른 마우스를 누르고서 팝업되는 메뉴에서 '그림 표시'를 눌러보세요.
그림 '속성'을 떠서 주소 줄에 넣고 때려도 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