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아파트 중앙수도 밸브 계량기 옆에 달렸더라!

중근이 2013. 8. 28. 17:26

↕ 아파트 중앙수도 밸브 계량기 옆에 달렸더라! ↕

 

제법 서늘해졌다고는 하지만, 어제도 역시 덥기는 덥더라고요.

무심코 베란다를 내다보니 어머니 온갖 정성으로 가꾸는 화분의 고추들이 시들시들합니다.

오늘 아침에 병원에서 모셔왔는데, 어제 생각으론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금방이라도 퇴원이 임박했는데 제게 맡겨둔 가정이 저렇게 풍비박산이 나서야 쓰겠느냐는 불안감이 닥쳤답니다.

그래서 얼른 베란다로 나갔지요.

거기 수도꼭지엔 화분 물주기용으로 분사기가 연결돼 있거든요.

물을 많이 틀면 화분 위의 작은 자갈이나 흙이 튕겨져나오니까 적당한 수압에 맞추어 물을 뿌리려고 했답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뿌렸었는데 나중에 수압을 조절하려고 수도꼭지에 다가갔는데 분사기와 연결된 부분에서 물이 새지 않겠어요?

제가 화분에 물주는 일은 거의 없고요, 하고많은 날 어머니께서 하셨기에 그 자리가 헐거워진 걸로 착각했습니다.

아무려면 조금이라도 튼튼하게 조여야겠다는 맘에 '바이스 프라이어'를 들고 나왔지요.

그리고는 수도꼭지와 연결된 부위에 맞게끔 주둥이를 벌린 다음 살짝이 조여 맞추고는 꽉 조이려고 왼손을 받쳐서 부드럽게 돌렸지요.

그 순간 조여지는 게 아니라 뭔가가 왼손에 와르르 달려들데요.

'이런 젠장 뭐 이런 게 다 있어!!!'

분사기와 수도꼭지 사이의 연결부위가 삭아버린 플라스틱처럼 와르르 깨져서 조각조각 쏟아져 내리지 뭡니까?

수도꼭지도 주둥이에 나사 부위가 달랑 한 눈금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 당시 저는 분사기뿐만 아니라 그토록 단단해 보이던 수도꼭지마저 부서진 줄 알았답니다.

'읔^^ 이런~ 혹 떼려다가 혹 붙여 버렸군!!!'

 

수도꼭지마저 부서졌다는 게 믿기지 않기에 부엌 쪽 베란다에 있는 수도꼭지를 보니까 그거와는 모습이 너무도 딴판입니다.

훨씬 나중에 가서야 그렇게 짧은 게 정상이란 걸 깨달았지만, 그때는 반드시 그런 상태로 분사기에 연결될 줄로 알았답니다.

 

안 되겠다 싶기에 커다란 마트며 철물점을 뒤져서 수도꼭지와 분사기를 사왔습니다.

그리곤 바꿔칠 생각으로 집안 전체의 수돗물을 일단 잠가야 했습니다.

현관 밖의 우리 집 계량기를 열어보면 '중앙수도 밸브'가 있을 줄 믿고서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생각났지만, 전에도 자주 봤던 스티로폼에 둘러싸인 계량기만 보일 뿐 그 좁은 사이로 아무리 손을 더듬어 봐도 밸브가 잡히질 않았답니다.

- 내가 촌놈 출신이라도 손이 너무 굵어서 그럴까? -

 

그 옛날 전기 배전반도 신발장에 있음을 나중에 알아냈듯이 이것도 다른 곳에 있을 걸로 추정하고 신발장도 마구 뒤졌답니다.

도저히 못 찾겠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넣고는 기사를 찾았지요.

그런데 기사가 출장 나가서 퇴근 시간 무렵에나 들어온다고 그럽니다.

오늘은 글렀으니 내일 기사 출근하면 연락하라며 전화 예약만 한 채로 그때는 통화를 끝맺었지요.

그리고는 기왕에 새 놈을 사왔으니 실험 삼아서 꽂아보고 싶었습니다.

수도꼭지에 남은 나사 선(?)이 달랑 한 줄 뿐인데도 글쎄 얼마 전에 사들인 분사기가 조여졌습니다.

 

저는 그것 생각지도 못했는데 성공하니까 기분이 너무도 좋아서 다시 관리실에 전화해서 좀전의 예약을 취소하기까지 했어요.

기왕에 사온 멀쩡한 수도꼭지는 나중에 방금 달았던 자리가 부실하면 바꿔 달 생각이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막냇동생이 퇴근해서 들어오니까 그것 해냈다고 설레발을 떨었겠지요.

실은 불량품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뒀다는 찜찜함을 고백한 자리였는데…

동생 놈이 그 소릴 듣자마자 제가 그랬던 거처럼 신발장도 뒤지고 밖으로 나가서 계량기도 열어젖히고 그랬답니다.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자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계량기 함을 덮고 있는 커다란 뚜껑을 열어봐야겠다고 그러면서 드라이버 좀 가져다 달라고 그럽니다.

아닌 게 아니라 벽면에 이웃집 계량기랑 함께 붙은 그것 뚜껑에 나사 네 개를 모두 풀고서 안쪽의 스티로폼을 들어냈더니 그 자리에 영락없이 밸브가 두 개 보였답니다.

하나는 우리 것이고 나머진 옆집 거겠지요.

 

그것 밸브를 잠그자 역시 우리 집 전체가 물이 안 나옵니다.

부랴부랴 베란다의 수도꼭지에 달려들어서 분사기를 제거하고 수도꼭지도 새로 사온 걸로 교체했지요.

그 순간 침착하지 않고 서두르는 바람에 제 무릎까지 차오를 정도로 기다란 화분 하나를 넘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사기로 된 화분 어떻게 됐겠어요?

'와지직 쨍그랑!!!'

이런 젠장! 이번엔 완전히 산통 다 깨버렸어!!!

깨진 조각이 너무도 날카로워서 조심스럽게 옆으로 치우고서 작업을 마무리 지었지요.

그러면서 그것 수도꼭지 나사 부분이 본래 처음부터 여러 겹이 아니고 매우 적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맨 처음 와르르 부서졌던 것에서 수도꼭지는 빼고 분사기만 부서졌다고 표현해야 옳았습니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무관했겠지만, 아파트 '수도전의 중앙 밸브'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흐뭇합니다.

 

보세요! 부서졌다고 믿었던 그 자리에 새로 사온 수도꼭지에서 이번 분사기 일로는 필요하지 않기에 뗀 연결구 달았더니 멀쩡하게 보이잖아요?

 

수도꼭지를 약하게 돌려놓고 분사기 열리는 거에 고정해 놓으니 물줄기도 그만큼 여립니다.

 

이번 일로 동생 앞에서 약간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파트 중앙수도 밸브'가 어딨는지 알게 됐기에 부끄러웠던 그게 홀라당 날아갑니다.

 

여러분! 아파트 중앙수도 밸브 그것 계량기 바로 곁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