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걷고 또 걷고 다리가 부서지더라도 끝까지…

중근이 2013. 7. 19. 13:13

↔ 걷고 또 걷고 다리가 부서지더라도 끝까지… ↔

 

어제는 정말이지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벌써 그날이 지난 주말인데 운동한답시고 자전거를 끌고 나갔었거든요.

그날 뚜렷한 목적지도 없이 마냥 길을 달리다가 들어올 생각이었는데 그 시점에선 참 오래간만에 나선 길이라서 그런지 몸이 뻐근하고 피곤한듯하더라고요.

그러던 차 어느 지검에서 '첨단 근린공원'이라는 조그만 간판을 보았지요.

그걸 보는 순간 문득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고 만 겁니다.

진입로의 노면 상태나 자전거 꺽어들어 갈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갖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서두르는 바람에 그만 덜컥 넘어지고 말았네요.

넘어지면서 발목이 확 비틀립니다.

그게 흔히 하는 말로 하면 '그날 발목을 삐고 말았다.' 그러면 되겠네요.

무릎이 까져서 피가 철철 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그날도 겨우 일어나서 죽을 힘을 다해 집에 들어왔지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찬물에 담가서 찜질하랴!

압박붕대로 감아 발목을 고정해주랴 정신이 없었답니다.

나중에는 병원에 안 가겠다고 꾸역꾸역 우기자 동생 놈이 발목보호대를 사다 줍니다.

예전에 무릎 인대가 나간 적이 있어 그 경험으로 아는데 뼈를 다쳤다면 실제로 움직일 수도 없을뿐더라 고통 또한,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심했거든요.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이 너무 부어서 얼마나 많이 부었었던지 수술할 때 마침내는 옷을 벗기지 못해 가위로 바지를 잘라내고 수술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걸로 미루어 봐도 이번엔 솔직히 그런 정도로 심하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원에도 안 가고 특별히 약을 먹거나 바르지도 않아 - 아니 약은 발랐네요.

무릎 깨진 곳이며 무릎보호대 탓에 상처가 생긴 곳이 덧났기에 그곳에 연고를 바르긴 발랐네요.

아무튼, 발목을 다친 지 사흘이나 되었는데도 발목 아픈 것이 나을 기미가 없는 겁니다.

도대체 사람을 물로 봤는지 화가 나데요.

틀어박혀 있어서는 언제까지고 아플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상한 쪽 발목에 발목보호대를 낀 채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끌고 나갔답니다.

집에서도 발목을 들었다 놨다 하는 건 가능했기에 페달만 밟을 땐 별다른 고통이 없더라고요.

다만, 브레이크를 잡고 서 있어야 했을 때 등등이 불편할 정도였지 참을 만한 정도였답니다.

그날 그래도 건강을 되찾기 위한 첫 반항이라서 그런지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기에 들어오자마자 발목보호대 찬 지 처음으로 그걸 벗었습니다.

왜냐면 샤워하려고 말이에요.

그리고 알았지요.

보호대 찼던 자리 부근으로 사방이 피멍이 들고 부어터져서 염증이 일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샤워하고선 발목보호대도 빨아서 널고 약이란 약은 다 찾아서 발목에 발랐었지요.

그날 참을만했다곤 해도 여전히 통증이 남았었는데 저녁에 자고 나니까 한결 몸이 풀리는 겁니다.

'역시 대들지 않았으면 지금도 절뚝거리면서 꼼짝도 못했을 것 아니야!'

그렇게 자조하면서 그저께는 발목보호대 없이 그냥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전날의 훈련 탓에 몸이 한결 부드럽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발목을 상하로만 움직일 수 있지 좌우로 비튼다는 건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겁니다.

그날은 우리 마을이라곤 하지만 여태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골목으로 들어갔지요.

그 탓에 발목을 위한 훈련이라는 애초의 운동 취지는 어디로 가버리고 아는 길로 찾아나오는 것이 더 급한 문제가 되었던 그저께입니다.

자전거로는 그만하면 되겠다 싶기에 어제는 드디어 걸어서 돌아보기로 했답니다.

제 살던 마을에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자전거도 없을 때니까 마냥 걸었거든요.

이사 들기 전에도 그랬지만, 걸으면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었을 때고 말입니다.

그도 맨 처음엔 가까운 거리를 걷다가 요령이 생겨나자 점차 멀리까지 걷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낮에만 움직였었는데 나중엔 밤중에도 나다니기도 했답니다.

오밤중에 사람인지 짐승인지도 모를 시커먼 것이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쯤 밤에 나다니는 걸 멈추긴 했지만, 어제의 제 몸짓이 그 시절 나다니던 몸짓과 별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휴대폰이 더 커졌다는 게 달라진 모습입니다.

날씨가 덥다는 건 이미 짐작했으니까 반바지에 반소매를 걸쳤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바지엔 휴대폰을 그리고 안경 지갑을 들고 나갔거든요.

막상 그러고 나갔는데 아파트 현관에서 정문에까지 가는 동안만 안경을 꼈지 나머진 벗고서 들고 다녔습니다.

불편합니다. 더욱 불편한 건 걸을 때마다 걸으면서 휘두르는 제 주먹과 바지 주머니의 휴대폰이 부딫히는 거에요.

제 몸이 비정상적으로 걷고 있다는 가장 간단한 단서가 바로 그 거겠네요.

부딪히든지 말든지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까 자전거로 다닐 땐 보지 못했던 그 옛날 추억의 그 길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걸 보게 됩니다.

원시의 길처럼 잡초 무성하지요.

무엇보다도 차도와는 달리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이 삐어서 살얼음 같은 제 발목을 그냥 결딴냅니다.

여기가 이름만으로는 최고처럼 들리는 '첨단 산업단지'의 한 도로이지요.

도로 건너 왼쪽으로는 '삼성전자 광주공장'이 있는 곳이지요.

 

담쟁이 풀도 예쁘고 박은 김에 한 컷 박았습니다.

지금쯤 너무도 발목이 아프네요.

 

예전에 걸어 다닐 땐 딱 이 자리에 앉아서 다리 쭉 뻗고서 한숨을 돌리곤 했었는데 어제는 중간에 멈추면 그간 걸어왔던 운동 효과가 사그러 질 것만 같더라고요.

끝끝네 멈추지 않고 그냥 걸었답니다.

물론 사진 박은 시간(2~30여초)을 빼곤 말입니다.

 

걷다보니까 더러는 그늘이 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햇살이 강한 하루였어요.

횡단보도 4~5미터 전방에서 초록색 신호바뀔 때 정말 고역이데요.

이놈의 발목 탓에 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빨리 걸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도 빵빵 거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 귀에는 이렇게 외치는 것 같더라고요.

'야 이 미친놈아!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뭐 저런 거지같은 놈의 새끼가 다 있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던 발목을 이끌고 인제 이자리만 벗어나면 제 사는 아파틉니다.

'오호라~ 번개시장이 들어섰네요!'

그 옛날은 이럴 때면 인도가 아닌 차도를 걸었었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이곳이 '마지막 고난의 길'이라는 거에 당점을 찍고는 끝끝내 보도블럭을 밟았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위아래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침내 찬물에 발등을 쏘여줬지요.

걸을 때는 그랬습니다.

걸음걸음마다 커다란 돌망치가 발바닥을 쿵쿵 내리 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발목이 온통 시큰거렸었고요.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물에 들어간 것도 아니랍니다.

그럴만큼 몸이 가볍지도 못했으니까 말이지요.

서서히 안경집을 내려놓고요, 주머니에 든 신분증과 휴대폰도 꺼내서 제 자리에 올려둡니다.

그러고는 한발한발 내딛으며 베란다와 부엌, 어머니방과 동생방을 오가면서 창문들을 활짝활짝 열었었지요.

그러고서 땀으로 달라붙은 옷 더욱 조심스럽데 벗어서 나중에 처분할 것을 염두하여 제 자리에 둔 다음 드디어 화장실에 들어갔거든요.

그곳에 그토록 원했던 찬물 쏟아지는 샤워기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차디찬 그 물이 서서히 발목에 와 닿았을 때의 그 쾌감…

아픔을 거둬내는 다리미라도 되듯이 맘은 한없이 황홀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실제로 통증이 없어진 것도 아니었지만, 자고나니까 그도 많이 풀렸습니다.

그때는 너무도 아파서 서 있기도 불편했는데 좀전에 소변보러 갔는데 짧은 시간은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글이 오르고나면 거기 세면대에서 선채로 세수도 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나가렵니다.

어젯밤에는 절룩거리며 걷는 모습을 동생놈이 보고서는 큰 걱정했었거든요.

오늘은 가볍게 운동하여 그 결과 밤이 되어도 절룩거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예쁜 내 동생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