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세상에 참 별별 낚시꾼을 다 보게 됩니다.

중근이 2013. 6. 5. 09:46

♬ 세상에 참 별별 낚시꾼을 다 보게 됩니다. ♬

 

네이버를 열었는데 희한한 메일이 들었습니다.

그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바짝 당기네요.

유명한 영화감독하고도 이름이 닮은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이름을 내세웠지, 보낸 사람도 너무도 그럴싸한 이름입니다.

'사랑 밭 새벽 편지'

'새벽 편지라…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은데 거기가 어디였지?'

'내 것 이메일 주소는 어떻게 또 알아낸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이제는 호기심보다는 상대 정체가 무언지 그것이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열었습니다.

첫 화면이 거창하군요. 태극기도 옆으로 넘어뜨려 놓고 말에요.

 

그 애초부터 내용엔 관심도 없었기에 아래로 스크롤을 내려봤지요.

'그럼 그렇지! 어쩐지 수상하더라. 네놈 정체가 낚시꾼이야 사기꾼이야!!!'

 

그 아래로 '이메일 수신 거부' 태그까지 달아놓은 걸 보니 더더욱 의심스럽네요.

 

일단 수신을 거부한다고 누르긴 눌렀지만, 왠지 그 기분은 별로 안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인제야 '새벽 편지' 그거에 대한 제 기억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였었군요.

거기 들린 지도 무척 오래되었는데 그 말끝이 비슷비슷하니까 제가 잠시 헷갈렸었나 싶네요.

 

 

'~ 허치사~ 허치사~ 잡것은 썩 물렀거라!'

아마 마흔 해쯤도 더 지났을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이야기(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중반쯤에 자주 봤던 일)입니다.

시골에 살 때 이야기지요.

그곳 시골에서 우리 배 아프거나 머리 아팠던 일이 잦았거든요.

요즘 세상엔 상상하기도 어렵겠지만, 그 시절엔 너나 할 것도 없이 모두가 그랬답니다.

 

병원은 읍내에나 있고 돈도 많이 들 것이기에 애초부터 관심 밖이었고요, 약국마저도 급하게 간다 해도 반나절은 걸어야 오갈 수 있었지만, 그도 돈이 들잖아요.

버스가 있긴 있었지만, 한 시간에 한 번꼴로 오갔으니까 아무리 빨리 서두른다 해도 두세 시간은 허비하고 나서야 약국을 다녀올 수 있었던 시절입니다.

그런 탓도 있었겠지만, 우리 앓을 때마다 어머니 마법을 부렸습니다.

배가 아프면 우리 배에 손가락을 꼽고서 몇 바퀴고 빙빙 돌았었지요.

그러면 대부분은 귀신처럼 나았습니다.

 

또 머리가 아플 때는 머리맡에 물수건으로 늘 치료해 주셨었지요.

그도 저도 안 될 때는 바가지(박으로 만든 그 옛날 진짜 자연산 바가지)에 물을 떠 와서는 뭐라고 주문을 외웠답니다.

주문을 다 외고는 문밖으로 바가지 물을 뿌리기도 하고 어떨 때는 칼(부엌칼)을 던지기도 했었던 걸로 기억납니다.

그러면서 그 끝은 저랬었지요.

'~ 허치사~ 허치사~ 잡것은 썩 물렀거라!'

 

지금은 교회에 나다니시는 어머니에게 그 시절 어머니 하셨던 이야기 꺼내면 결단코 그런 적 없었다며 고개를 내젓습니다.

단골네 흉내를 냈던 그것이 아마도 예수 씨한테는 죄가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희한한 놈에게서 온 편지 때문에 기분이 잡쳤었는데 그 기분 달래려고 덧붙인 몇 글자 탓에 그 옛날 옛 추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네요.

흐흐^^ 그러고 그 추억 탓에 찜찜했던 기분도 날아갑니다.

나쁜 놈아~ 너! 나한테 다시는 그따위 편지 보내지 마라! 알아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