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지금 우울증에 빠진 거야? ‡
‡ 내가 지금 우울증에 빠진 거야? ‡
늘 그랬듯이 낮에도 무심코 스마트폰에서 자주 보는 꼬투리 '컵케잌스토리'를 눌렀답니다.
이번에도 몇몇 벗으로부터 신선한 소식들이 들려왔더군요.
그날그날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소식을 띄우니까 모두가 신선하지만 개중에는 유별나게 신선(?)한 소식도 들었습니다.
예전에 숱한 세월 같은 하늘을 바라고 살았던 벗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샛길로 들어가버렸다는 소식을 또 다른 벗이 제게 전했는데 바로 그 샛길로 들어갔던 벗이기에 최근에 무척 서먹해진 벗이기도 한 녀석이지요.
이렇게 부르는 게 녀석을 가리키는 말로 훨씬 타당하겠네요.
'그는 심상정·노회찬 부류이다!'
녀석이 지리산 어느 골짜기로 또 다른 벗(여인)과 함께 나들이를 갔었나 봅니다.
거기 골짜기에는 찻집을 꾸려놓고 지내는 녀석이 알고 지내는 또 다른 벗(여인)이 있는데 바로 그곳에서 생겼음 직한 여러 사연을 올렸더라고요.
사진 몇 컷에 곱상한 주석을 시어처럼 예쁘게 달아서 올렸더군요.
여러 컷이었는데 두 컷쯤 보고 있을 때 갑자기 앞이 깜깜해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겁니다.
'애는 이렇게 잘살고 있는데 나는 뭐야!'
'당장에라도 애들이 들이닥친다면 난 차 한잔도 내놓을 수 없잖아!'
친구놈에 비하면 제가 너무도 초라하다는 생각에 일순간 자의식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제게도 그런 공황장애가 덮쳐 올지는 건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답니다.
'그래 이것이 무기력증이고 이것이 우울증의 시작일 거야…'
저 자신도 놀라면서 그렇게 단정 짓습니다.
그러고는 어떡해서든지 저 자신을 마른 땅으로 옮겨놓으려고 몇 시간째 지금 골머리를 삭이는 중이지요.
'움직이지 않으니까 잡념이 들었던 거야. 책이라도 읽어보자!'
그러고는 머릿속으로 어떤 책을 볼까 더듬었지요.
그러다가 별안간 뭔가가 다시 머리를 세차게 치고 지나갑니다.
'앗! 난 책을 못 보잖아!'
제가 책을 볼 수 없음을 깜빡 잊었던 겁니다.
그런저런 온갖 잡념이 뒤섞이던 중에 예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느낌을 아주 짧게 지녔던 걸 되새겨 냈지요.
우리 지역(광주)에서 열심히 사는 동생과 잠깐 마주 걸을 일이 있었을 땝니다.
대략 5~6년에서 어쩌면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기 전인 십여 년도 더 된 이야길지도 모르겠네요.
당시에도 녀석은 진보적 사업의 틀 거리에서 꽤 비중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녀석한테 여러 가지를 물었었는데 돌아오는 대답 중 이런 단어가 들어간 대답도 있었습니다.
'~ 메리트가 안 되니까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응. 그럼 그렇겠지.'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메리트'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뭘 표현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모르면서도 마치 알고나 있었던 것처럼 되묻지도 않고 말을 나눴었지요.
그냥 감만 잡고도 나눌만한 이야기였으니까 말입니다.
그 뒤로 헤어지고는 여러 미디어와 접하면서 그것의 속말에는 '가치'라는 말도 포함되리라 짐작했답니다.
그래서 오늘 저게 느닷없이 불어닥친 '우울증', '무기력증' 걷어내고(치료하고), '자의식'을 회복하려고 그놈의 단어 '메리트'를 밝혀내려고 다짐했지요.
네이버 사전을 열고서 '가치'를 입력한 뒤로 그 뜻풀이에서 '메리트(영문은 아닌 것 같은데 영문이 됐든 뭐가 됐든 발음이 메리트 비슷하게 나올 단어)'를 찾아내기로 작정하고 눌렀답니다.
그 맨 처음은 스페인어입니다.
비슷하게 발음될 것 같아 들어보았는데 닮기는 했어도 '메리트'는 아니더군요.
'영어에선 없었으니까 혹시 그럼 우리말로도 메리트가 검색될지도 몰라.'
엉뚱한 착상이었지만 그야말로 모르는 일이니까 '메리트'를 넣고서 검색했지요.
우울증이란 게 욕심과 관련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대신 최고의 자산(민주주의 가치-진보주의 이념)만 놓지 않으면 절대로 넘어지지 않을 거로 여겼습니다.
매우 짧았지만 제 삶을 자본주의적 터전과 비교하려고 그랬습니다.
매우 부끄럽네요.
/ 제가 신이 아닌 이상 /
/ 한 푼도 못 벌고 있는 이상 /
/ 빚으로만 사는 처지가 끝나지 않는 이상 /
/ 달마다 분기마다 해마다 나라에서 세금 내라고
독촉하는 걸 멈추지 않는 이상 /
저의 몸뚱어리는 한없이 작아지고 가슴은 쪼그라들겠지요?
그러고 그때마다 저는 생사를 넘나들며 우울증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저 스스로 목숨 끊는 일만큼은 절대로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요놈의 잡념 탓에 저녁도 드는 둥 마는 둥 했는데 이 글 올리고 나면 라면이라도 끓여야겠네요.
배가 차면 생각도 전혀 다른 곳으로 움직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