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오로지

‡ 텃밭도 보살피지 않으면 묵히게 된다. ‡

중근이 2012. 10. 26. 02:21

‡ 텃밭도 보살피지 않으면 묵히게 된다. ‡

 

이러쿵저러쿵 특별한 사유도 없이 며칠간이나 자전거를 놀려두게 되었습니다.

자전거 놀았다는 이야기는 운동이랍시고 제가 늘 하던 짓거리가 멈췄다는 이야기와도 같은 말입니다.

어제 오후엔 느닷없이 그것이 떠올랐지요.

부랴부랴 자전거를 끌고 나갔었지요.

엘리베이터를 내려가면서 되지도 않을 꿈도 꾸었답니다.

'기왕에 운동 나갈 바엔 스마트폰 배경으로 쓸 사진이나 몇 장 박아오자!'

'사진? 배경사진? 그 정도라면 멀리 갈 것도 없지. 응암공원으로나 가볼까…'

거기 응암공원이라는 곳은 아파트를 벗어나 채 백 미터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있거든요.

그런데 막상 공원 안으로 들어섰더니 꽤 어두워졌네요.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달빛이 보일 정도까지의 어둠이 아니었었는데 우거진 수풀의 그늘에 들어서서 그런가 생각했지요.

얼른 좀 더 들어갔더니 이윽고 환해집니다.

주위가 훤해지고 도보로 걸을 수 있는 도로가 보이지 문득 생각이 제 안으로 들어가 버렸답니다.

'아~ 이 길을 몇 년 만에 다시 들어와 보는 거야?'

짧게 잡아도 최소한 6~7년 아니 넉넉잡아 7~8년 만에 처음으로 응암공원길에 들어선 것 같았습니다.

그런 상념에 젖은 채 한참을 더 나아갔더니 그 시절의 너른 공터였으며 시내버스 종점(첨단종점)이기도 했던 환장하게도 그리운 그 자리(지금은 임방울대로의 한 귀퉁이)에 들어서게 되었지요.

큼지막한 포장마차 몇 개가 그 근방에 둘러쳐졌었거든요.

엄청나게 소주를 좋아했던 제게 그 자리는 말로는 그 위엄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치 커다랗고 소중한 자리였었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그 자리가 사라져버렸는지 감도 없습니다.

거기 길로는 언제부턴가 길이 더 길게 늘어나니까 종점도 없어져 버리고…

제게는 아내도 아이들도 떠나가 버리고…

그런저런 상념에 파닥이다가 문득 정신이 바짝 들었답니다.

'아~ 텃밭도 보살피지 않으면 묵히게 된다고 그러더니 내 몸도 인제 많이 삭았나 보구나…'

나갔을 때 그랬던 거처럼 부랴부랴 자전거를 돌려세웠지요.

나가면서 했던 다짐(스마트폰 배경을 찍어오겠다!)은 제 맘에서 이미 물을 건너도 한참이나 건너가고서 말입니다.